회의 촉진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회의를 진행할 때,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것보다 더 난감한 경우가 있습니다.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입니다. 분명히 회의에서 이런 항목들을 논의하자고 사전에 공지까지 하고 회의 시간을 모두 잊지 않게 리마인드까지 했고 참석자들이 불참하지 않고 모두 오기까지 했음에도(심지어 참석자도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이 없을 때입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를 겪게 되면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하게 됩니다. 저는 회의를 진행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내가 뭔가 회의에 연관되지 않은 사람들을 부른 것인가라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견을 끌어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이야기를 하게끔 만들어 내고 듣다 보니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잘 내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말 자체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남에게 이야기하려 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사항은 바로 이 특수 사항인 회의에서 입니다.
회의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는 회의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회의 촉진자의 역할은 회의 참여자들의 소통과 협력이 원활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합니다.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흔히 보는 프로그램들의 MC가 필요한 이유와 동일합니다. 전체의 진행을 주도하며 각 사람들의 의견을 이끌어내고 필요시 의견을 조율하고 정리하며 전체적인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없는 일을 역으로 생각하면 아마 의미 없는 논의가 계속 흘러갈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를 빠르게 얻어내기는커녕 시간만 더 소비하는 일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정된 자원인 시간을 아끼기 위해 회의 촉진자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이 회의 촉진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처음에 회의를 잘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면 되고 그 의견을 정리하면 되겠구나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회의에 많이 참여했고 사람들도 자신의 의견을 잘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분들과의 회의를 맞이했을 때, 이야기를 정리해야지라고만 생각했던 저는 크게 당황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쉽게 제시하는 사람들이 없었고 사람들은 의견을 내기를 꺼려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찰자로서의 모습을 주로 보였던 이전과 달리 제대로 된 참여자로서 사람들의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 질문을 건네고 방법을 제기하며 논의를 만들어 봤습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을 더 말할 수 있어 충분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회의란 사람들의 생각을 종합하고 의견을 일치시켜 더 나은 방향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자신의 시간을 내어준 만큼 그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내야 하고 회의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게끔 프로젝트 매니저는 회의 촉진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