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지금 하는 작업이 언제 끝날 것 같아요?"
아마 이 질문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많이 물어보고 내가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하나였을 것입니다. 사실 이 질문은 굉장히 필요한 질문임은 알고 있지만 막상 질문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또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직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예상되는 시간을 달라고 하니 괜히 잘못 말했다가 전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고 또는 그 책임이 전부 자신에게 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질문을 한 사람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받아야 전체에 대한 계획을 대략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만약 답변이 '알아봐야 합니다.'와 같은 대답이고 더 이상의 응답이 오지 않는다면 임시적인 계획을 세워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 계획을 세워서 공유를 하게 되면 아무리 가안이라는 말을 해도 상대는 나의 일정을 다른 사람이 세운 것이라는 오해가 발생되기도 합니다.
결국 서로는 자신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마음에 작은 균열이 생기게 되고 그 균열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예측(Estimation), 우리는 이런 과정을 예측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예측은 정확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략적인 형태를 보고 준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의 용어로 쉽게 풀어서 생각한다면 저는 여행 계획이라고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내가 여행을 갈 때, 계획을 세워서 어느 정도의 예산으로 준비를 해놔야 여행의 일정동안 맞이하게 되는 각각의 사건들에 대해 대비한 대로 행동하거나 또는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이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어느 정도의 계획이 없다면 각각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느라 사람은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에너지를 소모한 만큼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줄어들게 되고 나의 휴식을 위해 선택했던 여행은 자칫하면 매 순간 피로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순간들을 방지하고자 우리는 미래 상황을 미리 생각해 보고 내가 내리게 될 결정들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해봅니다. 공연을 할 때 또는 연설 혹은 강연 등의 내가 중심이 된 무언가를 진행하고자 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리허설을 진행해 봅니다.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무엇이 있을지를 확인해 보며 자신의 불안감을 줄여갑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리허설을 진행할 때는 절대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다가 실수를 해도 나중에 제대로 하면 되지 와 같은 마음으로 크게 낙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구나 하고 미리 발견해서 다행이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불확실함은 줄어들고 마음의 안정이 더 생긴 채로 잘 해낼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무언가를 예측하는 이유는 서로가 갖고 있는 불확실함을 없애고 서로의 신뢰도를 높여 프로젝트에 대해 더 집중하고 팀원 간의 유대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고 틀리면 다시 수정하면 됩니다.
또,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예측을 통해서 더 성장하게 됩니다. 현재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다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해 미리 고민을 해보고 생각을 해봄으로써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작업들이 계속되면 비슷한 일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경험 속에서 대략적인 추론이 가능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점점 정밀화된 예측 값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예측을 잘하는 것도 역량의 한 범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예측을 통해 모두가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게 되니 모호함을 없애주는 제일 좋은 행동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한 팀이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바라봐야만 함께 해결하려는 문제를 더 나은 방법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같은 팀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나를 공격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나의 의견이 정확하지 않아도 됨을 명확히 표현해 주면 이를 감안하여 서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계획한 것들이 많이 바뀌는 상황들을 경험하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뭐든 처음부터 완벽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입니다. 자신조차 완벽하지 않는데 남이 완벽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 모순적인 행동이니까요.
'언제까지 끝날 것 같아요?'라는 질문은 함께 잘해보고 싶은데 당신의 의견이 필요합니다의 다른 말일 것입니다. 나는 상대방의 질문에 솔직한 나의 답변을 전달하면 되고 상대방도 그 솔직한 답변에 다시 질의를 이어가며 생산적인 논의를 펼쳐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