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스크럼이라고도 하는 그 미팅, 필요할까요?
스탠드업 미팅 혹은 데일리 스크럼이라 불리는 매일 애자일 팀이 모여서 서로의 상황을 주고받는 이 활동이 과연 유용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잘 활용한다면 유용하고 잘 활용하지 못한다면 유용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스탠드업미팅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를 잘 이해하고 실행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에 오히려 불필요한 상황에서 진행되어 서로의 시간을 소비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제가 처음에 스탠드업 미팅을 접했을 때는 일일 보고와 같은 시간이라 인식했었습니다.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파트분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각자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때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한 일에 대해서 공유해 주세요.
2. 할 일에 대해서 공유해 주세요.
3. 일을 진행함에 있어 문제가 되는 상황을 공유해 주세요.
그런데 짧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업무로 돌아가자고 하던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어느 때는 1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서로 이야기하는 목적이 단순한 공유가 아닌 보고의 형태로 변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침 스탠드 업 미팅은 저에겐 좋지 않은 기억으로 자리 잡아 있습니다.
이후 다른 조직에서 스탠드업 미팅의 다른 이름인 데일리 스크럼을 진행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팀에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하고 서로의 현황을 확인하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이해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용의 공유를 굉장히 힘들어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안에는 늘 그 조직의 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편안하게 자신의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가 아닌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이 드러나면 혼이 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공유는 조심스러운 보고가 되어 버렸고 진행상황은 확인이 가능했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부담스러운 자리가 되었습니다.
분명 좋은 활동이라고 알고 있는데 왜 좋지 않은 경험으로만 남게 된 걸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우선 제가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습니다. 이 활동을 진행하면서 묻는 세 가지의 질문을 보면 업무의 진행 현황과 예정 사항을 알 수 있고 위험성을 확인하며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질문들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들은 단순히 일에 대한 내용으로만 보입니다. 좋은 팀은 서로에게 의견을 개방적으로 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전제가 깔려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폐쇄적인 환경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수평적인 의견 공유를 기대했지만 수직적인 보고 형태로 진행되는 미팅은 결국 보고를 받는 사람을 제외한 모두에게 불편한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미팅 자체가 원래 불필요한 미팅이라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미팅은 오히려 모두가 동등한 관계인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 모두 모였을 때, 그 효력을 발휘합니다. 나와 같은 조직은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나와 다른 조직 간의 미팅에서 서로는 업무의 진행 중 발생되는 이슈 사항에 대해 더 초점을 맞춰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나의 일을 상세하게 보고할 필요가 없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리적인 부담도 크지 않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청취할 수 있고 그 순간을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덕분에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도 떠올릴 수 있게 되어 더 효과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 동등한 관계에서 자신의 일을 공유해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거나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한 회의가 돼버리면 공유의 자리는 보고의 자리로 변해버리고 사람들은 그 시간을 스트레스와 부담이 가득한 시간으로만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참여자들은 권위주의적인 자세를 가지지 말아야 하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왜 그렇게 했나요?'와 같은 반응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청취해야 합니다. 정말 그 질문을 하고 싶다면 여럿이 있는 자리가 아니라 둘만의 공간에서 서로 논의를 하는 것이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점이 다른 사람들의 불필요한 시간을 빼앗지도 않고요.
이 회의에 임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경청은 당연한 일입니다. 경청 그 자체가 존중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도 이 미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잘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의 대면 미팅을 선호합니다. 온라인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오프라인에서는 사람들이 미팅에 집중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들지 않지만 온라인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잠깐의 정적이라도 사람들의 집중을 흩뜨리는 데에는 매우 쉽습니다. 게다가 만약 서로가 웹캠등으로 자신의 얼굴을 표시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없어 마치 눈을 감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래서 온라인이라도 서로에게 집중하기 위한 룰을 만들고 이를 잘 따라야 하며 회의를 진행하는 퍼실레이터는 회의의 집중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스탠드 업 미팅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소통을 더 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서로 업무를 진행할 때, 소통이 잘 되고 있다면 저는 이 활동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평소에도 잘 수행하고 있는 일들을 굳이 추가적인 시간을 들여가면서 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슨 활동을 더 하는 이유는 기존에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문제가 발현되지 않는다면 그 활동은 정말 부수적인 활동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상황에 제일 알맞은 활동들을 알맞은 시기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스탠드업 미팅을 꼭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나의 조직이 그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일지가 보일 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