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기억이 불러준 편안함
오늘 아침에 집 밖을 나올 때, 유난히도 추웠던 이번주 초의 날씨와 달리 어쩌면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의 차가운 공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그 공기를 접하며 느낀 늦가을의 날씨가 여간 반가웠습니다. 한동안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르겠던 날들이 있었는데 그제야 가을 옷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반가움의 이유는 또 다른 것도 있습니다. 저는 가을날의 날씨를 참 좋아합니다. 더위를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보니 시원함을 느끼게 되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마음에 들어합니다. 그래서인지 날씨가 나에게 좋은 감정을 가져다 준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갖는 여러 기억의 종류 중, 감각 기억이 바로 그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감각 기억은 오감에 의해서 받아들여진 자극에 대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저장하는 기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문자를 보고 이를 떠올리는 것, 어떤 것에 대한 맛을 보고 그 순간의 느낌을 기억했다가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 어떤 냄새를 맡기만 해도 바로 그 냄새가 무엇인지 알아채는 것, 모두가 감각 기억에 의한 효과라고 합니다.
아마 저는 가을 날씨에 대한 느낌이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아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와 비슷한 날씨,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공기의 차가움이 느껴지는 그 순간에 인생에서 좋았던 일들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 날씨를 느낄 때, 저는 하루가 더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디에서부터 인지 모를 감각 기억이 불러다준 감정이 도착했을 때, 나의 하루는 기분 좋음으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 기분 좋음은 내 일상에 영향을 주게 되어 나는 오늘 무언가를 더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해 줍니다. 감정이 행동과 마음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날씨로 시작하는 하루는 왠지 모를 기대감을 갖게 하니 늘 같은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색다르게 느껴지게 됩니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의해 주변을 받아들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면 주변 모든 일들이 자신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기분이 좋은 상태라면 자신 주변의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과 기대감이 함께 공존하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에 의해 행동이 변한다는 게 인간의 단점이자 장점이지만 저는 이런 순간을 겪을 때, 인간이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은 자극에 의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저는 아직도 왜 가을 날씨의 차가움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잘 모릅니다. 어떤 계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느낌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좋아하기 때문에 내 감정이 참 편안해진다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는 말처럼, 오히려 그 이유를 찾으려 하지 말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며 내 감정에 충실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모를 감각 기억에 의해 기분이 좋아져 하루가 기쁘게 시작되는 것처럼 내가 좋아할 많은 기억들을 갖게끔 주변을 많이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렇게 주변에 의해 기분 좋아지는 일들이 늘어나게 되면 나는 힘들어할 일 보다 좋아할 일들에 더 많이 둘러 쌓이게 될 테니까요.
혹시 이런 순간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이 순간들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이번 주도 참 열심히 지내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