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혼 Nov 15. 2024

안읽음에 익숙해지기

알림에도 익숙해지기

 제게 오는 메시지나 이메일의 알림이 올 때, '안 읽음'이 남아 있는 것을 못 견뎌하는 사람입니다. 읽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오더라도 알림들에 대해서 숫자가 남아 있을 때, 무언가 해야 하는 일을 다 하지 않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집중을 잘 못하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려 하다가도 알림을 보고 새로 온 메시지에 생각을 빼앗기기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성질이 예민해서인지 주변의 모든 일들에 신경을 빼앗기다 보니 생각을 막기 위해 음악을 들으며 다른 소리를 막아야만 집중해서 하나에 생각을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질은 직장인이 되어 수많은 알림을 받게 되었을 때, 꽤나 적응이 필요했습니다.


 나를 찾는 알림과 나를 찾지 않는 알림이 동시다발적으로 오고 무언가를 하다가도 그 알림에 의해 주의가 분산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메일과 메시지의 수는 증가했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강제로라도 여러 알림을 무시해야 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전달된 새로운 메시지가 무엇인지, 호기심이라는 녀석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집중이 잘 깨지지 않는 사람들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부르거나 무엇을 얘기해도 자신의 집중이 끝나기 전에는 대화를 허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나는 저렇게까지 할 수 없는 이유가 무얼까라며 부러웠습니다. 나도 집중을 하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도해도 금세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나만 보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Slack'이란 책을 봤습니다. 업무용 메신저로 흔히 알고 있는 이름이라 반가운 마음에 책을 읽었고 'Slack'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Slack'은 일반적인 메신저에서 느껴지는 빠르게 서로에게 응답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실 '느슨하게'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비동기적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주었을 때 즉답을 요구하는 것이 동기적인 형태라면, 메시지를 주어도 그에 대한 답을 나중에 전달해도 되는 것이 비동기적인 형태입니다. 즉, 이 메신저는 빠른 답을 받기 위해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시간이 될 때, 답변을 하며 응답한 답변이 차곡차곡 쌓여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도구의 목적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함께 Slack과 이메일도 동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lack이나 이메일은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사람들은 업무를 위해 필요한 수많은 것들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 요청을 보낼 때, 상대방의 상태는 모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가능한 경우에 답을 달라는 의미로 이런 도구를 사용하게 됩니다. 만약 너무 급하다면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면 되니까요. 결국 내게 오는 많은 메시지들은 당장 답을 주세요가 아닌 시간이 될 때, 답해주세요와 같은 의미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이 변하고 나니 모든 알림을 바로 확인하던 버릇이 점차 횟수가 줄게 되었고 제 나름대로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일하면서 수많은 알림 지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알림에 빨리 답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집중해야 하는 시간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알림을 보낸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모른 채 급히 답을 하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알림을 보낸 사람들은 마음이 급하지 않고 그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 전화가 아닌 이메일이나 메시지로만 의사를 전달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한 스스로가 더 조급하게 만든 것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의해 상황을 인식한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알림에 억눌리며 지낸다면 긴장감에 쌓인 채로 주변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결국 나 자신을 먹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알림에 대한 의미를 다르게 생각하면 그 긴장감이 덜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작은 생각의 변화가 내 마음에 평화를 줄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오늘은 금요일, 이번 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내가 겪었던 여러 일들에 대해 작은 생각을 변화시켜 마음의 평화를 얻어보는 하루가 되셨으면 합니다.


이번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전 13화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