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

내 머리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by 시혼

최근에 글이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바빠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잡고 글을 쓰려고 해도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억지로라도 써보려고 했지만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오히려 아무 말을 내뱉는 느낌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고 도무지 이런 형태로는 만족스러운 형태가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이상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제 머릿속의 할 말은 아직 제자리였습니다. 한 발짝 앞으로 나와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생각의 문을 두드리고 열어보려 했지만 아직도 그 말들은 자리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인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늘 하는 루틴을 적용해 봤습니다.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시간도 가져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도 시청해 보고 아내와 함께 시간도 보내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글쓰기를 시도하려 했지만 여전했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는 머리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특정 영역에서의 일에 대해서만 머리가 동작하고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정리하는 일에 대해서는 거리낌 없이 진행이 되고 있는데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고민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진전이 상당히 더디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원인도 아닌 것 같았고 단순히 하기 싫어해서는 또 아닌 듯했습니다. 어떻게든 해결해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나서 방 안에서 조용히 집중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계속 저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도대체 뭐가 내 마음을 이렇게 붙잡고 있는 걸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내가 신경 써야 하는데 무시하거나 그랬던 건 아닐까?'

tortoise-7668183_1280.jpg 뭐가 이리 더딘걸까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에게 묻는 소리가 그제야 들리게 되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동안의 저는 글을 쓰기 전 저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을 주로 보냈습니다. 저에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나는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를 알아가고 나를 이해해 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 시간을 겪고 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매우 명쾌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을 쓰는 때는 그런 시간을 거치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제 머리의 소리가 잘 들리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머리의 근육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몸의 근육이 스트레칭을 통해 이완되는 것처럼 긴장되어 있던 머리가 편안하게 풀리고 꽉 조여 있던 곳들이 느슨해지며 그제야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에는 그걸 수용할 수 있는 크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사람의 머리도 이와 동일한 게 아닐까 합니다. 꼭 묘사하자면 풍선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풍선은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공기의 크기를 넘으면 터져버리게 됩니다. 공기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풍선의 두께는 두꺼움에서 점점 얇게 바뀌어지게 됩니다. 사람도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을 어느 정도는 쉽게 수용할 수 있지만 어느 일정 수준이 넘어가게 되면 곧 터질 것 같은 풍선의 상태가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를 버텨낼 수 있는 한계가 다가오다 보니 결국 아무 일도 못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잠시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게 사색에 빠지거나 어느 한곳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는 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내 질문을 내가 듣고 내가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방적인 생각의 통보가 아닌 나에 대한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 이 과정을 반복하면 꽉 차 있던 머리의 한계가 점점 풀어져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내가 무리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는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지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제가 이런 일들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는 와중에도 실제 생각을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은 역시 사람은 꾸준히 연습하고 연습해야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답답한 분들이 있으시다면 자신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해보세요. 그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하게 된다면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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