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티혀니 May 08. 2020

Ep12. 만남어플 Tinder의 재발견

[텝스 240점,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외국인과 한달살기]


많은 외국인들이 해외에 나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어플이 있다. 바로 Tinder. 이 어플을 사용하는 목적은 각자 다르겠지만, 정말 하룻밤을 위해 사용하는 제스퍼 덕에 그냥 그런 어플인 줄만 알았다. 



알고 보면 나 빼고 다들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호기심 덕에 한 번쯤 깔아볼법한 만남 어플  이겠거니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어플 덕에 색다른 여행을 해볼 수 있었다. 





점심이 훌쩍 지나서 빌라 앞으로 하얀색 차가 들어온다.

빌라 앞까지 들어온 흰색 차량



빵빵


“안녕!”



시원한 차 뒷좌석의 문을 여니 반가운 목소리로 누군가가 인사를 건넨다. 바로 코사무이 섬에서 사는 마크의 태국인 친구였다. 



오늘 자신도 쉴 겸 Secret Beach에 데려가 준다고 친히 우릴 태우러 빌라까지 온 것이다. 오토바이를 타다 보니 구석구석 다닐 수 있어서 최고의 이동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경험하지 못한 나의 오산이었다. 차 뒷좌석에 편히 앉아 시원한 에어컨을 맞으며, 베이스가 빵빵 울리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2주간 애용했던 내 오도방구는 점차 잊히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신세계를 경험했다. 뚜벅이보단 오도방구, 오도방구보단 차가 좋다..


현지인답게 골목골목을 파고들며 어느덧 한적한 해변에 도착했다. 정말인지 모래사장과 해안가엔 적막함이 흘러 그저 바람소리에 휘날리는 큼지막한 야자수 이파리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해안선을 따라 드문드문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서양인들과 발개벗고 뛰어노는 어린아이들, 그리곤 태국인 가족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냥 지나만 가도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그냥 지나만 가도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우린 한적한 그늘 아래, 비치타월을 깔아두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때마침, 앤서니의 태국인 Tinder 친구 ‘프리다’도 합류한 덕에 조금 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한적한 덕에 해변 통째로 전세 낸 기분이었다.


한류에 푹 빠진 프리다 덕에 평소에 보지 않던 드라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너, 북한이랑 남한 드라마 알아?”


“태양의 후예 말하는 거야?”


“아니 아니, 그 남한 여자가 북한에 떨어져서.. 그 드라마 있잖아”



사랑의 불시착이었다. 어찌나 드라마 칭찬을 하던지. 나한테 한국 가면 꼭 보라고 추천까지 해주었다. 마치 그녀가 한국인이고 내가 태국인이 된 마냥. 여기서 한국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사랑 ‘태양초 고추장’ 아마 맘속에 뜨거운 한국인의 정을 가진 소녀처럼 해맑게 웃음 짓는 얼굴을 보았다. 아마 이런 상황을 두고 나온 말이 ‘국뽕이 찬다’ 였을까. 고마워요. 한류. 


해수욕하고 있는 친구들, 사실 깊어 보이지만 간신히 엉덩이에 찰랑거릴 정도이다.


엉덩이까지 밖에 차오르지 않는 바닷가에서 한참이나 해수욕을 즐기던 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걷기도 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보며 보신탕으로 한바탕 토론을 하기도 했다. 



해수욕으로 젖었던 옷가지들이 서서히 말라갈 때쯤 태양도 제 할 일을 다하고 산등성이 뒤로 숨어버리고 있었다. 늦지 않게 우린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곤 도망가는 태양을 붙잡으러 힘껏 악셀을 밟았다. 





코로나 덕에 해변으로 가는 길을 폐쇄하여 조금은 애먹었지만, 앞서가던 한 외국인의 선견지명으로 늦지 않게 서쪽 해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에 어린아이들이 엄마를 따라 무언가를 주워 담고 있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부드러운 눈초리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아이 뒤로 따스한 태양이 비쳐주고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 손엔 무엇인가를 가득 담아 엄마를 찾는다.


‘이런 풍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도 이 아름다운 광경을 매일 가슴 저릿하게 느낄까?’  



어쩌면 바다가 좋아진 이유는, 바닷가에 살지 못해서였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리곤 바닷가에 살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이 광경을 비어있는 마음으로 전부 담을 수 있어 다행스러울 뿐이었다. 



덩그러니 띄워진 조그마한 배 한 척과 무언가를 캐고 계신 어머니, 뒤편엔 으리으리한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길게 뻗은 야자수 사이로 위엄을 내보였지만 딱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뒤로 보이는 인터콘티넨탈 호텔, 코사무이에서 유명한 호텔이다.


사그락,사그락. 빨갛게 변해버린 하늘을 등지고 이것저것 캐고 계신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어주셨다. 홀로 띄워져있는 배 한 척과 어머니, 그리고 짙게 물들어가는 하늘에 이미 사로잡힌 뒤였으니깐 말이다.


무언가를 캐고 계신 어머니와 배 한척


고마워. 어쩌면 현지인이고 싶어 하는 여행객인 내가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코사무이를 함께할 수 있게 되어서 말이야. 어쩌면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함께 여행한다는 건 꽤나 가슴 뛰는 일이라는걸,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지 뭐야. 


모델이 되어준 프리다


이전 11화 Ep11. 풀빌라의 완성, 바베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