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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Dec 29. 2023

인사이드 아웃 - 진짜 감정 vs. 가짜 감정.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인사이드 아웃>을 본 나의 소감은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다. 


분노라고 착각했던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의 가치. 


예민한 시기에 삶의 터전과 세계가 통째로 바뀌어버린 한 소녀는 분노한다. 그리고 그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들이 벌이는 일들이 애니메이션화 된 것이 <인사이드 아웃>이다.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들도 모두 그렇지만, 이 영화 또한 굉장히 심리학적이다. 모든 본능적이고 , 쉽고, 정서적이고 직관적인 것은 심리학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그것들이 가장 우리 마음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기초 심리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심리학적 주제는 '가짜 감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진짜 감정 대신 가짜 감정을 사용했을 때, 우리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우리 외부 세계에까지 미치는 영향들을 아주 작은(?) 한 소녀의 사건과 감정을 이용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평소 '쓸모없다'라고 느꼈던 그 감정이 바로 핵심 감정이며, 우리의 문제를 푸는 열쇠는 그 핵심감정을 찾아내는 것에 있다고, 이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다. 


관련 심리학적 지식을 하나 더 살펴보자. 정서중심치료 Emotion Focused Therapy의 창시자 Greenburg 그린버그는 우리의 감정을 일차적 정서와 이차적 정서, 그리고 도구적 정서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정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하는데, 감정이라고 다 같은 감정은 아니고, 잘 살펴보아야 할 나쁜 감정 Bad Feelings 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일차적 정서란, 우리가 어떤 자극에 대해 응당 그렇게 느껴야 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리면 슬프고, 내 물건을 빼앗기면 화가 나고, 누군가 나를 위협하면 두렵고,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차갑게 대하면 슬픈,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은 본래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적응적 일차적 정서라고 분류한다. 이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는 나의 진짜 감정으로서, 실제로는 우리가 억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른스러워야 한다'라는 이유로. 


부적응적 일차적 정서 도 있다. 자신을 보호해야 할 부모나 보호자가 학대나 방임을 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인데, 작은 일에도 크게 혼나거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 부모가 모욕이나 창피를 주거나 그렇게 느끼지 말아야 한다고 계속 다그침을 당한 경우에는 추후에도 유사하거나 다른 상황에서도 크게 혼날까 움츠러들어 자기표현을 잘하지 못한다거나 감정표현에 서툴러질 수 있다. 이렇게 잘못 도식화된 패턴에 의해 느끼는 두려움과 수치심을 부적응적 일차적 감정이라 하고, 나쁜 감정 Bad feelings라고 지칭하였다. 


그런가 하면, 2차적 (이차적) 정서는 이러한 일차적 정서를 숨기려는 목적에서 무의식적으로 발달시킨 가짜 감정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내가 두려웠는데 '두려워해서는 안돼, 나약한 거야'라는 고정관념을 지닌 사람들은 두렵다고 말하기 대신에 화를 내거나 격한 분노를 표현하기 쉽다. 운전 중에 갑자기 누군가 끼어들어 크게 놀랐을 때 격하게 화를 내는 경우, 그 이면에는 내가 다칠까 봐 심히 염려스럽고 두려웠던 일차적 감정이 숨어있고 그 두려움을 나약하다는 이유로 표현할 수 없어 '화'라는 감정으로 대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헤어지자는 연인에게 심하게 격노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사실은 혼자 남겨지는 것이 너무 두렵고, 상대가 나를 떠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는 진짜 감정을 격한 분노로 덮어버린다. 이처럼 실제로는 너무나 두려운데 화를 심하게 낸다거나, 화가 났는데 두려움으로 대체한다거나, 슬픈데 화로 대체한다거나, 화가 났는데 무기력해진다거나 하는 예들로 진짜 감정을 가짜 감정으로 대체하는 예는 수없이 많다. 이러한 이차적 정서가 위험한 이유는 부적응적이거나 파괴적인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도구적 정서 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용되거나,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습되어 습관적으로 작용하는 정서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동정을 사고자 눈물을 흘리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경우, 다른 사람들을 내 마음대로 하기 위해 불같이 화를 내는 경우가 이런 도구적 정서에 해당하는데, 이런 경우도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일 수 있으므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진짜가 아닌 타인을 움직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도구적인 가짜 감정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런 가짜 감정들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그린버그에 따르면 이러한 나쁜 감정들에는 세 가지 특징 이 있다고 한다. 


첫째, 반응이 지나치다는 것. 사소한 일인데 심하게 화를 낸다던지, 그리 슬픈 일이 아닌데 펑펑 운다던지 하는 식으로 반응이 지나칠 때 의심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반복된다. 비슷한 상황에서 항상 어떤 반응이 반복된다면 의심해 볼 수 있다. 


세 번째, 오래 지속된다. 자극이 사라졌는데도 감정 반응이 계속 지속되는 경우로, 한 번 화가 나면 하루종일 그 화가 지속된다던지, 슬픈 일은 다 지나갔는데 계속 눈물이 나고 슬픈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 등이다.


중요한 것은, 이차 정서, 가짜감정, 도구적 감정 모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신적인 성장도 일으킬 수 없다. 타인과의 진정한 교류도 불가능하게 한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진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일차적 정서이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슬픔'이라는 일차적 정서가, '화'라는 이차적 정서에 의해 가려졌을 때의 심리적 상황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영화가 <인사이드 아웃>으로. 여기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긍정적인 '기쁨'이나 힘이 센 '화'가 아니라, 본래 상황에 자연스러운 일차정서인 '슬픔'이다. 그리고 그 슬픔은 항상 자신을 '구제불능 또는 쓸모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감정은 바로 그 일차 감정인 '슬픔'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본래 사건에 자연스럽게 일어났던 그 일차 정서를 찾아내어 충분히 느끼는 일이다. 물론, 방해가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살면서 어마어마한 장벽 같은 방어기제를 쌓아 놓아 우리의 본래의 날것의 감정들과 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 수월한 방법 중 하나는, 내가 현재 몇 살이건 지금 내 나이와 체면을 모두 내려놓고, 지금 내가 세 살 어린아이라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그 나이에 내 감정에 가장 솔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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