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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Dec 22. 2023

뮬란 - 나 자신 vs. 페르소나. (feat. 칼융)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뮬란>을 꼽는다.

지금은 여성의 활약상이 거의 당연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 영화가 개봉될 당시 1998년에만 해도, 뮬란이라는 주인공은 거의 센세이셔널한 주인공이었다.


왜냐하면, 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제는 로맨스나 '그 아름다운 공주님은 우여곡절 끝에 왕자님과 결혼해서 행복했답니다'가 아닌, 자기 스스로의 삶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개척해 나가는 강인한 여성의 의지이기 때문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는 확연히 드러난 대로,  'the true me vs. personna' , 즉 진정한 나 vs 페르소나 사이에서 갈등이다.


그 옛날 중국, 여성으로서의 최고의 삶은 '다른 좋은 가문에 신부로 간택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문을 빛내는 유일한 길이었다. 뮬란이 읊조리듯이, 조신하고, 얌전하고, 지혜로우며 , 정확하게 시간을 잘 지켜 자신이 할 일을 해야 하는 '현모양처의 삶'이 그녀가 갖춰야 할 그 시대의 '페르소나'였다.


하지만, 보통 아가씨보다는 좀 더 말괄량이에 현모양처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녀는, 진짜 자신의 모습과 사회에서 요구받는 자신의 모습 사이의 괴리를 발견하고 괴로워한다. 뮬란 하면 떠오르는 곡, <Reflection>이다.


When will my reflection show, who I am inside?


https://youtu.be/nd5 GMzxrGYs? si=awzw8 YFSphjjCuZK


'페르소나'란, 분석 심리학의 창시자 칼 융의 이론에서 비롯한다. 가면이라는 뜻을 가진 이 '페르소나'라는 단어는 분석심리학에서 '적응 또는 편의를 위해 존재하게 되는 기능적 콤플렉스' 로서 , 개개인이 고유하게 가지는 '개성화'와 반대되는 개념을 갖는다. 페르소나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그것은 청소년기까지 반드시 발달되어야 하는 발달과제이기도 하다. 페르소나가 없다면, 우리는 우리 일상생활에서의 규율이나 사회규칙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학생으로서, 딸로서, 엄마로서, 아버지로서, 우리는 우리가 남들에게 사회에게 내보여야 할 , 내보이고 싶은 모습들을 내보이며 그 역할 수행을 성실히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역할들' 그 자체가 아니다. 끊임없이, '개성화' 과정을 거쳐 우리 고유한 존재의 모습을 드러내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들끓는다. 그 노래가 뮬란 의 <reflection>에 잘 드러난다.


그녀는 '현모양처' 로서 가문을 빛내는 데 실패하고 돌아와 절망하며 노래를 한다. 자신이 truely be myself, 즉 자신으로 있게 되면 '현모양처'가 되지 못해서 부모님의 마음을 다치게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언제 그녀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나게 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녀의 '페르소나'가 아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기회는 곧 찾아온다. 그녀는 중국을 쳐들어온 '훈족'을 물리치기 위해 징집된 징집문서를 들고 남자로 변장하여 전쟁에 아버지 대신 출전한다. 그리고 그녀 안의 진정한 자신의 가치들을 찾아간다.


우정, 신의, 지혜로움 그리고 용맹스러움


모두, 그 당시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기대되지 않던 가치들이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그것들을 그녀에게 허용한다. 그녀가 그녀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녀는 그녀에게 주어졌던 사회적 페르소나를 버리고, 새로운 운명을 택한다. 그 장면은 '머리를 자르고' 남자처럼 상투를 매서 변장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는 지금도 실생활에서 기존 페르소나로부터 벗어날 필요성을 느낄 때, 머리를 자른다.

실연당한 여자들이 그렇듯이,

스님들이 머리를 자르고 속세의 페르소나와 이별하듯이,

남자들이 머리를 자르고 새로이 태어나기 위해 군대를 들어가듯이

원빈이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머리를 멋지게 밀어버리듯이 ..


그렇게 '머리를 자른다' 라는 의미는 기존 페르소나와 이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https://youtu.be/MsAniqGowKE? si=3 v72 rFEDz7 TG3 wpv


페르소나는 기능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러이러하다'라고 설명되는 그 모습이 우리의 '사회적 가면'에 해당하는 페르소나이다. 문제는, 그 페르소나는 진정한 우리 자신이 아니라는데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 내면의 진짜 우리 자신들을 나타내주지는 못한다. 심지어 우리가 우리들의 페르소나들과 우리 자신들을 동일시할 때 많은 정신적 질병들이 생기곤 한다.


여기서 칼 융은, 인간의 '개성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인간의 개성화란, 무의식이 의식화됨으로써 자기실현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던 욕망과 자질들을 깨워냄으로써, 우리가 온전한 우리 자신의 개성 있는 개개인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어 '자기실현'을 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페르소나가 어떤 '역할'과 '전형적인 모습'에 치우쳐져 있는 가면이라면,

우리의 개성화된 모습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낼 만한 가치가 있는 우리들의 고유한 모습들이다.


애니메이션 <뮬란>은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뮬란이 지켜내고 싶었던 가치는 , 용기, 가족, 지혜로움, 그리고 능동적인 힘이었을 것이다.

내가 지켜내고 싶은 나만의 가치, 사회로부터 강요받지 않아도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내가 원동력이 되는 가치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을 지키고 추구하는 나의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이다.



#디즈니 다르게 읽기

#자기 자신과 페르소나

#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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