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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Dec 15. 2023

빅 히어로 - 인간의 머리 vs. 몸

(생각 vs. 감정, 심리학 vs. 요가) 

같은 콘텐츠를 보아도 서로 읽는 내용이 다를 수 있다. 나는 <빅 히어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화두가 떠올랐다. 


인간의 상반된 감각들 또는 영역들.

머리 vs. 몸 

생각 vs. 감정 

이성 vs. 느낌 

심리학 vs. 요가 


인간의 머리, 생각, 이성, 그리고 심리학을 대변하고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어린 천재소년  '히로'이며, 인간의 몸, 감정, 느낌 그리고 요가적인 요소를 상징할 수 있는 캐릭터가 로봇인 '베이멕스'이다. 

가장 로봇적이고 기계적인 특징을 어린아이인 '사람'이,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요소를 '로봇'이 대표해서 나타내준다는 점이 내게 느껴진 이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점이었다. 


로봇 같은 사람, 
인간적인 로봇 


머리의 생각, 이성  vs.  몸의 감각, 느낌 

우리는 보통 우리의 생각이 '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나의 생각이 맞다거나, 그 생각이 나의 느낌이나 감정을 나의 몸의 감각들보다 더 잘 표현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이를 나타내 주는 것이 히로의 베이맥스의 대화다. 


-네가 아파하는 소리를 들었거든. 어디가 아프니? 

아, 그냥 발가락을 조금 다쳤을 뿐이야. 괜찮아. 

-느끼는 고통을 1에서 10까지로 분류한다면 어디에 해당되니? 

0이야, 난 괜찮아, 진짜, 고마워. 


언뜻 보면, 바보 같은 질문처럼 느껴지는 '너의 고통 상태를 grade로 매겨봐'라는 질문은 히로에게 '몸의 감각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히로는 자세히 느끼지 않고 대답한다. 


괜찮아.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잃고도 괜찮다고 말하는 히로에게 ,  헬스케어 로봇인 베이맥스는 말한다. 



울어도 괜찮아. 통증을 느꼈을 때 우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 


그리고 계속해서 괜찮다고 주장하는 히로의 몸을 스캔하고는 베이맥스 로봇이 다시 말한다. 


넌 부상당한 건 없어. 하지만 호르몬과 신경 전달 물질 수치를 살펴보면 넌 지금 감정의 기복이 심해. 

우리는 보통 머리로 생각하지만, 그 생각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판단하려 하다 보면 우리의 몸의 감각을 잊는 경우가 많다. 생각과 사고력은 논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우리의 감각을 느끼거나 감정을 해결할 때는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장면처럼, 우리의 생각은 "괜찮다"라고 "울 일이 아니다" "별 것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눈물이 나거나 침울해서 몸의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경우가 대표적으로 우리의 머리와 몸이 서로 다르게 감각함으로써 벌어지는 일이다. 


심리학에서는 신체화 장애 중,  '전환장애'이라는 질병으로 분류된 병명이 있다. 신체화 장애란, 심리학적 원인으로 생긴 문제가 신체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내과적 원인이 없는데도 신체적 이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정신장애 중 하나이다. 또한 전환 장애란,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근육 및 감각 등에 이상증상이 나타났지만 실제로 그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극단적으로, 시신경에는 문제가 없는데 앞을 볼 수 없다던지 , 근육에는 문제가 없는데 팔다리가 마비된다던지 하는 문제들이다. 



전환장애란,

수의적인 운동이나 감각 기능상의 이상증상이 나타나서 실제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나 실제 이와 관련된 신경학적 또는 의학적인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고 다른 병명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 < 출처 : 정신건강칼럼 1월 >



이런 문제는 우리가 심리적으로 우리 몸과 극단적으로 단절될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서, 인간의 '머리의 이성'으로  '신체의 감각'을 누를 경우 생기기도 한다. 흔하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표현에도 이런 괴리가 녹아 있다. 


슬퍼할 만한 일이 아닌데, 눈물이 난다. 
울 일이 아닌데, 슬프다. 


이런 경우, 대체로 '몸의 언어'가 맞다. 베이맥스 로봇이 히로의 몸을 스캔한 후 증상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이나 상태는 우리의 머리나 생각 속이 아니라, 몸속에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머리로는 차갑게 생각하고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되, 감정이나 우리들의 느낌만큼은 우리의 몸을 사용하여 몸의 감각을 믿어야 한다. 



심리학 vs. 요가 


심리학과 요가는 접점 지대가 참 넓다.  특히 요즘 심리학이 '마음 챙김' 및 '명상' 등을 치료 방법으로 내세우면서 더 접점지대가 넓어지고 있는 듯하다. 


심리학이 인간에 대한 학문이자 그 기초가 연구와 통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요가는 이를 '몸으로' 직접 실천하는 실행학문이라 보인다. 그 둘의 종착지점은 '나를 알아차림' '인간에 대한 이해' , 그리고 나의 '마음의 조절'이라는 점에서 두 학문은 큰 공통점을 가진다. 


다만, 심리학은 좀 더 머리를 쓰고, 학문적으로 지식을 필요로 하는 반면, 

요가는 몸으로 느끼고 감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심리학은 개인의 과거의 역사를 논리적으로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물론 실존주의 또는 다른 기류에서는 안 그런 학파도 있지만) , 요가는 그것들의 논리를 끊고 그저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런 면에서 심리학은 우리들의 '머리'를, 요가는 우리들의 '몸'을 닮았다. 


머리는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가 현재 상황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연결고리와 인과관계를 찾는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 반면, 우리의 몸은 그때그때 우리가 움직이는 그 감각 그대로 살아낼 뿐이다. 물론, 우리들의 과거는 몸의 깊숙한 곳에 저장되지만, 그것들은 서로 인과관계가 없다. 그저, 거기에 있어서 감각으로 살아있을 뿐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들을 꺼내서 자유롭게 흘려보내는 것뿐이다. 


빅 히어로 



빅 히어로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내가 읽어낸 것은 이것이었다. 머리와 몸의 조화.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내고 협업할 것인가. 머리를 대표하는 주인공 '히로' 와 , 몸을 대표하는 로봇 '베이맥스'. 그들의 협업이 눈부시게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이, 그 둘이 협업하면 우리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아닐는지. 빅 히어로는 결국, 우리의 머리와 몸, 생각과 감각, 사고와 감정, 그것들을 품고 있는 우리 자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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