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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바람 피지 않는 결혼 관계란 무엇일까.

by 파랑새의숲 Mar 27. 2025

40대가 되니, 주변에 남편 또는 아내의 '바람' 문제로 집이 시끄러워지는 경우를 실제로 주변에서도 접하는 일이 생겼다. 비교적 확실한 외도조건을 만족하는 육체적 외도를 저지른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그 부부간에 지금까지 계속되는 논쟁이 나로 하여금 '바람' 이란 무엇인가?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남자는 '한 순간의 실수였다, 비록 사업차 술자리의 일환으로 잠자리를 함께 했으나 난 그 여자에게 어떤 애틋한 마음이 전혀 없다' 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쪽에서는 '너는 어쨌든 그건 나를 배신한 행위다' 라고 마음의 문이 닫겨 버렸으나, 남자가 그 내연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고 계속적으로 고백하는데서 여전히 '정말? 혹시나? 정말 이 남자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건 나인가?'  희망을 가지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난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마음은 다른 곳에 흔들리고 있지만 실제 외도나 행위 자체는 없는 것은 바람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일까? 

겁이 아주 많거나, 바람은 피고 싶은데 현재 가정을 깨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마음이 있어도 결코 행동에 옮기지 않을 것인데, 그렇다면 그것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고 잡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일까? 물론, 감정에 대해 책임을 묻긴 당연히 어렵고 정당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건 바람 피운 게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생각이나 감정은 누군가 통제할 수 없는 개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 사회적 책임이 생기는 것은 맞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때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는 처벌 받지 않고 문제가 크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을 '때리는 행동' 으로 나타내어 상해를 입히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듯이. 


그러나, 만약 상대방이 내 남편이나 아내가 실제로는 밖에 있는 다른 이성을 흠모하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경우, 자신은 빈 껍데기의 '아내' 또는 '남편' 으로서만 역할하는 것 같아 괴롭고 텅 빈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경우, 이 경우는 '바람' 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런 건 상대방에게는 거의 정신적 고문에 가까울 터인데 사회적으로는 아무런 용어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심리적으로는 여러가지 용어가 있긴 하다.) 


예전 어릴 때, 책이 원작인 영화 <화장> 을 보며 잠깐 깊게 생각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실제로 몸은 아내 곁에 헌신적으로 머물고 있지만, 마음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서 가 있다. 확실한 어떤 증거는 없지만, 다른 여자와 직접적 육체적 결합은 없지만, 아내는 촉으로 내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심지어 다른 여자를 생각하며 나와 잠자리를 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아차린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왜 이에 대한 합당한 사회적 용어는 없을까... 


내 아내를 두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투브 등에서 다른 예쁜 여자 연예인의 사진들을 보며 좋아하는 것은 '바람' 일까? 내 남편을 두고 멋진 근육질의 남자 연예인에게 푹 빠지며 그와의 상상속의 로맨스를 꿈꾸는 것은 과연 '바람'일까? 혹여 굳이 연예인은 아니더라도, 평소 은근히 흠모하는 주변에 다른 이들을 틈틈히 생각하며 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바람'일까 아닐까? 그런 사람들을 머리속에 넣고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 실제로는 내 배우자와 잠자리를 하는 것은 '바람'일까 아닐까?


도대체 '바람' 이란 무엇일까. 

난데 없는 깻잎 논쟁처럼, 문득 갑자기 떠올랐던 생각. 

영화 <화장> 이 내게 남겼던 의문이었다. 


심리학에서는 '성인 애착' 그리고  '정서적 부부' 라는 용어가 있다. 두 사람 간의 육체적인 관계를 떠나 가장 친밀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 실제적으로 정서적 부부 상태라는 것이며, 부부간에 이 애착 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 술, 도박, 바람, 취미생활에의 과몰입, 고부갈등 등 여러가지 가정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육체적 바람' 처럼 드러나는 문제처럼 보이지 않으나 가장 비슷한 속성을 지닌 것 중 마마보이와 고부갈등 문제가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 고부갈등이 심해지는 이유도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편이 실제적으로는 자신의 아내를 맞이했음에도 정서적으로는 아직도 아내가 아닌 어머니와 마치 부부처럼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고 성적인 문제도 없는 이 같은 '정신적인 바람' 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다른 부부간의 문제들은 일단 겉으로는 '바람' 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사실 근본적인 속성은 비슷하다. 혼외자가 생길 위험이 없다는 것 빼고는 말이다. 하긴 이게 제일 큰가...? 결혼이라는 제도는 법적으로 관계를 보장하는 제도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간통죄는 왜 없앤 거지?? 


결혼은 보이는 육체 관계 뿐 아니라, 정서 관계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인하거나 증명하기가 참 어렵다. 어려우니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며, 결혼은 미친짓이다 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겠지만. 


문득, 어찌보면 명확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규정짓기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회적으로의 바람은 그 사람이 일으킨 행동에 대한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 맞지만서도. 

알맹이는 다른 데 가 있는데 껍데기만 내 곁에 있는 것도 진정한 사랑은 아닐진대.. 

행동은 다르게 해 놓고 마음은 그게 아니라는 변명도 비열하기 그지 없긴 마찬가지고. 


정말 주저리 주저리.... 

부디, 이런 고민 없이 모두가 심플하게 사랑하고 서로간의 관계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아무도 아프지 않기를. 


#바람 #주저리주저리 #영화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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