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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필 Sep 25. 2023

서초동 변호사 말고 가을 씨 (1)

윤필의 주변인 인터뷰 프로젝트

소중한 친구 가을 씨를 만났다. 밝은 에너지를 지닌 가을 씨는 로스쿨 2학년 학생이다. 수년 동안 봐온 가을 씨는 익살스러운 말재주가 특기고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가졌다. 그녀와의 시간은 진지하기보다는 유쾌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을 씨를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말장난이 넘쳐나는 대화 속에서도 본인의 깊이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 아마 순간순간 빛나는 멋진 생각들을 봐서일까? 그래서 오늘을 꽤 기대하며 왔다. 명랑한 그녀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했으니깐.


  

       

윤필  원래 꿈이 법조인이었어?     


가을  아니. 어렸을 때부터 공익 단체, NGO 이런 곳에 관심이 많았어. 특히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활동을 많이 했어.      


윤필  그런데 어쩌다가 로스쿨에 오게 된 거야?     


가을  환경 관련 기사를 자주 보다 보니 문득 알게 된 게 있어. 항상 기사에 실리는 말은 국회의원이나 권위자들의 말이더라고. 정작 시민단체나 그 일의 주체가 되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발언권이 없는 거야. 단순히 단체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내가 전문직이 되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었고. 솔직히 말하면 환경 일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한 거야.

     

윤필  그만큼 환경에 진심인 줄 몰랐어. 언제부터 관심 가진 거야?

    

가을  사실 책 보고 관심 생겼다고 하면 안 믿잖아. 그런데 난 정말 실제로! 초등학생 때부터 매일 도서관에 있었어. 책을 보는데 동물처럼 말 못 하는 것들이 고통받는 게 눈에 들어오더라. 항상 큰일이 나면 사회적 약자, 취약 계층의 피해가 크잖아. 예를 들어 수해가 일어나면 반지하에 먼저 물이 들어차는 것처럼. 환경이 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다 보니 그런 점에 꽂힌 것 같아.     


윤필  약자에 대한 관심?     


가을  그렇지. 동물들이 떼로 죽고 집에 물이 차고 그런 것들. 환경이 망가지면서 생기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


윤필  잠깐 들었지만 환경 운동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 같아. 어찌 됐든 돌아가는 길일 수도 있잖아. 로스쿨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가을  맞아. 사실 현실적인 고민을 안 할 수 없잖아. 이름 대면 누구나 아는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많이 벌까? 이런 마음도 들고. 그래서 취업 준비를 할까, 행정고시를 준비할까, 어디 분야가 돈을 많이 번다는 데 그쪽으로 가볼까, 매일 고민의 연속이었어.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불면증까지 생기더라. 결국은 소거법으로 하나씩 좁혀나갔고 그 결과가 로스쿨인 거야.      


윤필  공익 활동에 목소리를 내면서 큰 수익을 벌 가능성이 있는 것.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구나.      


가을  사실 변호사는 자격증 중 하나고 이걸 가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아.   

  

윤필  잘 찾아갔네. 그래도 결심하고서 바로 붙는 게 쉽지 않은데 넌 해냈잖아. 처음부터 로스쿨을 생각했던 게 아니라 준비 과정도 힘들었을 것 같아.      


가을  그렇지. 로스쿨 입시는 학점이 중요해. 근데 난 대학생은 공부하면 안 된다는 이상한 철학이 있었어. 신입생 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해방감이 컸지. 그래서 학점은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여기저기 다니고 했어.     


윤필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걸 했어?     


가을 응.     


윤필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것 같은데.     


가을  그건 그렇지. 어쨌든 성적보다는 경험에 무게를 두고 대학 생활을 보냈어. 그러다 보니 로스쿨 입시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 내 업보지. 대학 때 목표 의식 없이 그냥 열심히만 했던 거. 친구들 보니깐 다들 생각 없이 살지 않더라고.     


윤필  그런데도 로스쿨에 한 번에 합격했다니 대단한데?    

  

가을  공부를 막 열성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그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었어. 그래서 로스쿨도 올 수 있었고. 솔직히 난 내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 학점에 신경을 안 썼다고 놀고 그런 게 아니라 활동을 많이 했어.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고 알바면 알바, 대외활동까지 열심히 했지. 근데 그런 스펙이라고 부를 만한 모든 것들이 로스쿨 입시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더라. 그냥 여기서는 공부를 잘하는 게 장땡인 거고 학점이 높지 않으면 난 열심히 살지 않은 게 되어버려. 그게 좀 힘들었던 것 같아. 물론 지금 다니는 학교도 정말 좋고 입학한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근데 목표했던 학교에서 떨어졌을 때, 여태껏 해온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어. 어쨌든 그간의 경험들이 내 인생 어느 부분에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당장은 쓸모없다고 느껴지니깐 그게 허탈했어.      


윤필  로스쿨은 성적이 정말 중요하구나.     


가을  정말 중요해. 내가 열심히 산 것과는 별개로 성적으로 많은 게 결정돼. 성적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가 달라져. 물론 공부하려고 간 거니깐 열심히 하는 게 맞지.          


윤필  요즘 공부하는 건 어때?     


가을  스스로 불만이 많아. 공부하려고 간 건데 친구들과 좋은 추억만 만들고 있는 느낌이야. 이러려고 간 건 아닌데 말이지.     


윤필  공부는 잘 맞아?      


가을  음. 사회 과목 같은 거였다면 재미를 느꼈을 텐데... 법은 사회가 바뀌면 가장 나중에 바뀌잖아. 보수적이고 느리지. 사실 이게 사회를 얼마나 바꾸는진 모르겠어. 그런 학문을 공부하고 있으니깐 답답한 것 같아.


윤필  역시 마음속에 정의로움이 가득하네.     


가을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어. 공부하다 보면 답답한 순간들이 꽤 많아. 특히 옛날 판례 보면 꽉꽉 막힌 논리에 한숨이 절로 나오거든. 너무 이해하기 싫은데 이걸 이해해야 해.       


윤필  그러면 너무 힘들겠다.     


가을  근데 점점 공부 자체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긴 해. 그냥 받아들였어.   

  

윤필  익숙해진 건가? 어느 부분에서 재미를 느꼈어?     


가을  법학이라는 학문에 재미를 느꼈다기보다는 그냥 공부에 재미. 좀 슬픈 얘기인데 이제는 공부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삶의 낙이 없으니깐.     


윤필  점점 지식인이 된다는 느낌으로?     


가을  응. 비슷해. 어쨌든 학문은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잖아. 그 논리에 따라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내는 과정, 그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거지. 지식이 쌓인다기보다는 그냥 공부하는 거. 그렇게라도 재미를 찾아야 할 것 같아. 너는 어디서 재미를 찾아?     


윤필  내가 하는 일에서?     


가을  아니. 요즘 인생에서. <B급 간호사 유미 씨> 인터뷰 보니깐 삶의 낙을 묻더라고.     


윤필  맞아. 삶의 낙이라.


시끌시끌한 카페 안이었지만 순간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음악을 듣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순간 여러 가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삶의 즐거움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면 참 어렵다. 무언가 대단한 게 나와야 할 것만 같다. 5초간 눈알만 굴리다가 나는 대답하는 것을 포기했다. 요즘은 그 단순한 무언가도 누리기가 힘들다.



윤필  역시 대답하기 어렵네. 요즘 그런 거에 대해 생각 많이 해?     


가을  나는 그냥 공부에서 찾기로 결정. 얼마 안 됐어. 그래도 공부하면 하루하루 뿌듯하잖아. 친구들이 뭘 하든 나는 내 길을 간다, 이게 맞는 것 같아. 지금 내 또래 애들은 이제 막 취직해서 돈 벌고 하는데 나는 아직 학생이잖아.      


윤필  맞아. 주변과 비교해서 좋을 게 없어. 너는 너만의 길이 있는 거지. 잘하고 있네.     


가을  아냐. 전엔 당차고 자신감 넘쳤었는데. 일단 공부가 마음대로 안 되니깐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어.     


윤필  그렇겠다. 일이라고 따지면 너한테는 공부가 일인 거니깐.      


가을  그렇지. 내 일이 잘 안되고 있는 거지.     


윤필  인터뷰 전에 네 모습을 쭉 떠올려 봤었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로스쿨 진학을 결심하자마자 이뤄냈잖아. 내가 봤을 때는 굉장히 탄탄대로인 것처럼 보였거든. 그래서 너한테 실패라고 부를만한 경험이 있을까, 그게 제일 궁금했어. 누구나 자기만의 그런 포인트가 있을 텐데.


가을  아무래도 지금은 성적이 가장 고민인 것 같아. 예전만큼 성과가 안 나와.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는 낯선 상황인 거지.     


윤필  열심히 해도 성과가 안 나오면 참 힘들 텐데.     


가을  그렇지. 그래서 동기 부여할 수 있는 걸 계속 찾고 있어. 요즘엔 시험이지. 로스쿨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은 공직을 꿈꾸는 경우가 많아. 판사나 검사. 그건 정말 잘해야 하거든. 내신은 물론이고 3학년 때 전국단위 시험을 보는데 그것도 많이 들어가. 난 요즘 그 시험을 많이 생각해. 판검사를 꿈꾼 적은 없지만 거기서 내가 좋은 성적을 얻으면 스스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나한테 보여주고 싶은 거지.      


윤필  그 시험은 언제 있어?     


가을  그게 3학년 여름방학인데, 이번 2학기부터 관련된 과목이 있어. 그 성적이 잘 나와야 관련 실습, 실무를 나갈 수 있어.      


윤필  진짜 시험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더라도 지금부터 시작된 거나 다름없구나. 방금 판검사 쪽은 꿈꾼 적이 없다고 했잖아. 그럼 아예 관심이 없는 거야?    

 

가을  도전은 해봐야지. 근데 안 되어도 상관없는? 그런 느낌.


윤필  관심은 있지만 간절하지 않은 거야?     


가을  관심도 있고 간절한데! 이 일이 정말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증명하고 싶어서야. 한 번도 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검사가 되면 일은 재밌을 것 같긴 한데... 내가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환경 일과는 거리가 멀어. 그냥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게 수임에 도움이 될 뿐이지. 그런 걸 생각하면 내가 너무 돌아서 가고 있나 생각도 들어.


윤필  지금 말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이 나온 것 같아. 정말 법조인이 되고 싶어서 온 게 아니고 네가 원하는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온 거잖아. 근데 막상 오니깐 공부 잘하는 사람은 많고 원하는 결과는 안 나와, 그러니깐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   

  

가을  ‘변호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 서초동에서 일하는 변호사. 근데 난 그런 내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래도 일단은 그렇게 되겠지. 그래서인지 동기부여가 100% 되진 않는 것 같아. 난 그런 꿈을 꾼 적이 없는데 가까운 미래에 내가 하게 될 일은 그런 거니깐. 로스쿨에는 변호사가 평생의 꿈이었던 친구들이 엄청 많거든.      


윤필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 하고 싶은 걸 지켜나가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요즘도 환경에 관심 갖고 있는 거지?     


가을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아예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     


윤필  공부만 하고 있어서 그런가?     


가을  공부만 하는 것도 있고 사실 2학년이 되니깐 그 꿈이 접힌 것 같아.



윤필  꿈이 접혔어? 뒤로 미룬 게 아니라?      


가을  뒤로 미뤘다는 게 맞는 것 같다. 1학년 때까지는 진짜 관심이 있었어. 마침 여름방학에 관심 있던 단체에서 활동할 기회가 생긴 거야. 짧게나마 업무 환경을 체험하면서 내가 나중에 이런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 그 단체에도 변호사가 있었거든. 근데 그분들은 일단 로스쿨 중에서도 손꼽히는 학교를 나온 분들이고 다들 경력이 있어. 보수를 얼마나 받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송무를 하는 변호사들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겠지. 진짜 그 단체의 일원이 되어보니깐 내가 생각지도 못한 현실이 보이더라고.     


윤필  현실적이어서 씁쓸하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1학년 되자마자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게. 어찌 됐든 꿈꾸던 곳에 가본 거잖아. 로스쿨 1학년이면 적응하고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실행력이 엄청난 것 같아. 그런 기회가 찾아온 것도 그렇고.     


가을  대학생 내내 그게 관심사였으니깐. 근데 이게 맞나? 너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뒤로 미룰 수 있어?     


윤필  나는 글도 썼잖아. ‘하고 싶은 걸 뒤로 미루지 말자’     


가을  아 맞네. 제목이었네!       


윤필  사실 나도 미뤄. 미루니깐 미루지 말자고 그런 글을 썼지.     


가을  그럼 미룰 수 있다는 건 덜 하고 싶다는 거 아닐까?     


윤필  음. 우선순위에서 밀린 거니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근데 현실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미뤄진 거지. 아직 포기한 게 아니잖아.      


가을  나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고 집에 돈도 갖다주고 싶어. 대학 때는 열심히 돈을 벌다가 갑자기 받고만 사는 삶이 되니깐 너무 자존감이 떨어져.   

   

윤필  대학생 때는 과외도 많이 했지?     


가을  맞아. 과외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한 스무 개 해봤나? 여러 종류로 했었지.     


윤필  열심히 살았네. 열심히 사는 데 익숙해져서 그런 거야.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열심히 사는 중인 거고!


가을  우리가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닌데... 물론 젊지. 근데 모르겠어. 성과가 없는 것 같아. 그게 제일 힘들어.      


윤필  주변에선 취업하고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 중인데 너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그 막연함 때문에?     


가을  사회에서 설정한 기준으로 보면 내가 딱히 늦은 것 같진 않거든? 보통 로스쿨 가면 20대 후반에 일을 시작하고 30대도 많으니까. 나는 거기서도 어린 편이란 말이야. 그 사회의 시선으로 보면 조급하진 않은데 개인적으로 가족한테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깐. 그런 아쉬움이 있지. 무엇보다 고민인 건 성과를 내고 싶은데 잘 안되는 것 같아서. 스스로 증명하고 싶어!     


윤필  너 정말 성취 지향적이다. 멋있다.     


가을  ENTJ! 가끔은 이렇게 사는 게 차가운 것 같아.


윤필  진짜?     


가을  로스쿨 오고 나서 내 마음대로 안 되니깐 마음 그릇이 작아지고 예민해지더라. 예전의 내가 아닌 것 같아. 옛날엔 마냥 다 좋아했거든.     


윤필  원래 예민해지기 시작하면 평소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짜증이 나더라. 내가 요즘 그래.     


가을  맞아. 그런 내 모습이 싫어. 이게 너무 괴로워. 사회의 때가 묻었나 봐. 내가 바로 서야 친구도 챙기지, 이런 이기적인 생각이 있어. 나한테 친구는, 내가 의지하기보다는 내가 잘해주고 싶은 존재여서 그런가? 공부랑 친구랑 병행이 안 되는 것 같아.      


윤필  로스쿨 와서 그런 걸 느낀 거야?     


가을  응. 그게 심해졌어. 대학 때는 내 일도 잘 챙기고 친구도 잘 위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때만 못한 것 같아.     


윤필  경쟁 상황에 내몰려서 그런가?     


가을  내가 원래 경쟁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거든? 성과가 안 나와서 빡치는 거지. 경쟁은 힘들지 않아.      


윤필  완전 건강한 거 아냐?     


가을  건강하지! 근데 건강하고 성과는 안 좋아. 안 좋은 거야! 건강 하려고 간 거 아니잖아.     


윤필  대단한 거지! 보통 그런 스트레스 상황에 내몰리게 되면 옆 사람을 친구가 아니라 경쟁 상대로만 보면서 시기와 질투로 범벅이 된 학교생활이..     


가을  아냐. 오히려 나를 동기부여 하는 일환? 오 이러면 나 공부하고 싶어지네? 이 정도?     


윤필  뭐야, 엄청 착하잖아!     


가을  어? 이 방법 괜찮네? 이러면서 그 사람을 이용하는 거야.   

   

윤필  앞에선 친구인 척 잘해주고 뒤에서 경쟁자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고?   

  

가을  아냐 아냐. 내가 못 해서 문제지. 친구는 문제가 아냐.

     

윤필  엄청 건강한 아이잖아! 그릇이 큰 사람이잖아! 차갑다며 너. 아니잖아. 그냥 스스로에게만 냉혹한..     


가을  나한테도 차갑지.      


윤필  이게 공부의 비결이었어. 자기만의 싸움을 하는 거. 주변 사람을 미워하기 시작하면 본인이 제일 힘들잖아.     


가을  주변 사람 미워할 게 뭐가 있어. 주변 사람은 잘못이 없어! 공부는 공부대로 망하고 인간관계는 그것대로 나락으로 가고. 다 망하는 지름길이지.      


윤필  근데 넌 무한경쟁의 집단에서 너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거잖아! 정말 대단하네.   

  

가을  지금까지는 나와의 싸움에서 이겼었는데 지금은 백전백패야. 요즘은 내가 너무 어려워. 계속 지기만 해.



다음 편에서 계속.      




덧말 1+ 우리는 여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글은 가을에 나왔습니다.

덧말 2+ 모든 사진은 가을 씨의 작품입니다. 가을을 연상하게 하는 사진을 골라왔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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