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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살이 Oct 16. 2023

만 30살, 첫 사회생활, 첫 회식, 첫 술집

첫 출근한 지 20일 정도 지나서 드디어 첫회식을 했다 나는 항상  회식이 궁금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술 마시면서 어떻게 노는지가 궁금했다 내 친구들은 술을 잘 마시지 않아서 나는 술을 마시면서 놀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회식이 더 기다려졌던 것 같다 회식에서는 술을 마시게 될 텐데 가장 큰 문제는 나는 내 주량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술을 취할 때까지 마셔본 적이 없으니 주량을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가족들과 술을 먹어본 적은 있지만, 억지로 먹는다면 먹을 수 있겠지만 맛없어서 맥주 한잔도 다 못 마셨다 그래서 이번 회식에서 내 주량을 알고 싶었다


드디어 회식날이 다가왔다 퇴근 후 한 삼겹살집에 모이기로 했다 나는 집에 잠깐 들렸다오느라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늦게 회식장소에 도착했다 식당 안에 들어가니 벌써 술을 드셨는지 다들 취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살며시 자리에 앉아서 삼겹살을 먹고 있었는데, 팀장님께서 소주 한잔을 따라주셨다 처음 들이킨 소주 첫 잔은 너무 썼다 먹으려고 시도해 봤지만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마시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자 , 직장동료 중 한 분께서 맥주랑 같이 마시면 좀 더 먹기 괜찮을 거라고 하시면서 소맥을 타주셨다  그래서 소맥을 먹게 됐는데 소주만 먹을 때보다 확실히 먹기가 편했다


회식 중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이 옮겨 다니면서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계속 먹는 줄 알았는데,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 다른 팀원이 와서 술을 권하기도하고 또 우리 팀원이 다른 팀원 쪽으로 가서 술을 마시고 오기도 했다 그게 재밌고 신기했던 것 같다 그리고 원샷을 외치면서 술을 마시는 것도 신기했다 티비에서 보던 모습을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소맥을 2~3잔 정도 먹었을 무렵 갑자기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먼가 세상이 어지럽게 보였는데 , 또 정신은 멀쩡했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취하면 어떤 느낌일까'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시는 걸까?''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는데 정말 그럴까?'


실제로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셔보니 기분이 좋아지는 건 모르겠고, 세상이 어지럽게 보이고 조금 걸을 때 비틀거렸지만 정신은 아주 말짱했다 그리고 말이 평소보다 많아지는 것 같다 왜냐하면 팀장님께서 '하루 씨도 취하니 말을 많이 하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안 취한 것 같았는데 내가 취하긴 했나 보다 '근데 취했으면 정신이 오락가락할 것 같은데 이렇게 정신이 멀쩡해도 취했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삼겹살집에서 1차 회식을 끝내고 집에 갈 준비를 하는데 직장동료들이 젊은 사람들끼리 2차를 가자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설레기 시작했다 ' 드디어 나도 2차라는 걸 가보는구나'


2차는 뭔가 젊은 사람들이 많은 술집에 들어갔다 술도 그냥 맥주, 소주가 아니라 뭔가 희한한 이름의 술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나는 뭐가 먼지 몰라서 동료들이 맛있다고 하는 거 따라 시켰다 처음 가본 술집은 시끌벅적하고 사람이 아주 많았다 '내일 출근해야 할 텐데 다들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음료 같은 술을 마시며 동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지금 내가 내 또래의 사람들과 이 늦은 시간에 이 자리에 있는 게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행복했다 만약 내가 중간에 삶을 포기했다면 이런 경험도 결국은 해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항상 상상만 하던 일들을 직접 경험할 때 느끼는 그 행복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항상 웃으며 밝은 내 모습을 보고 직장동료 중 한 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루 씨는 고생 전혀 안 해보고 사랑받고 자란 사람 같아 '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냥 웃기만 했다 '이 사람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바로 앞에 해맑게 웃고 있는 사람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이란 걸 ' 내가 웃기 시작한 것은 행복해서가 아니다 내가 죽을까 봐 , 내가 삶을 포기할까 봐 무서워서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절망스러운 현실에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했는데 요즘은 진짜 행복해서 웃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게 어렵고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내 인생이 더 지옥 같고 힘들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게 불행한 인생의 유일한 장점 같다 미치도록 불행하고 괴로워했기 때문에 웬만한 고통은 아무렇지도 않다 전에 쓴 글에서도 말했지만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워했기에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일상이 더욱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고 싶다 전처럼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피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 같았으면 참석하지 않았을 모임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전과 다른 삶을 살려면 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새로운 상황을 피하지 않고 즐기며 마주할 것이다


그러면 더 새로운세상과 만날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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