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장은 새로운 남자친구 같은 것인가
교사를 꿈꾸며 지방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당연히, 4학년 때 중등교원 임용고사를 보고, 합격하여 교사가 될줄 알았다. 2018년 첫 임용고사 처참히 실패. 이대로 그만둘 수 없다는 생각에 본 2019년, 2020년 임용고사에서도 여전히 1차 불합격이었다.
3년의 수험생활 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마음이 어중간하다는 것을.
2020년 12월 20일쯤, 불합격인 걸 알게 되자마자 쫓기듯 "사람인", "잡코리아"에 들어갔다. 돌아보니, 스펙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없었다.
25살, 지방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TESOL 자격증, 경력이라 말할 수 없는 학원·과외 알바 경험 2번. 끝.
인턴 경험 X, 공인영어인증시험 점수 X, 그 흔한 토익점수도 운전면허자격증도 전무... 그냥 없어요...
교사 말고 다른 일을 한다면, 그것 또한 교육과 관련된 일이었으면 좋겠다. 대안학교, 마을학교, 동네학원, 지원할 수 있는 곳에는 모두 지원했다. 약 10곳에 지원했고, 그 중 세 곳에서 면접제의가 왔다. 그 중 동네학원 면접을 가장 먼저 보고 뭣도 모른채로 이 곳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운 좋게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3년 반 동안 일했다.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일이 생겨 퇴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원장님, 동료 선생님들, 학생들을 떠난다는 게 아쉬워 몇 번이고 울었다. 하지만 아주 오만하게도 내심, 노력한다면 또 이런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큰 오산이었지만.
퇴사하고 한 달 반은 여유있게 쉬고 슬슬 일자리를 찾아볼까 싶었다. 4년 전에 했던 것처럼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고, 마음에 드는 곳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고. 두 달 동안 약 20곳에 지원하고, 총 10번의 학원 면접을 봤다. 갑자기 마음 속에 깨달음이 왔다.
"아, 이직이라는 거 새 남자친구를 찾는 거구나."
내 마음 속 아주 깊은 곳에 전 학원이 있다. 어떤 새로운 학원을 만나도 계속 퇴사한 학원과 비교한다. 면접을 보러 가서 낯설어 하다, 실망하다, 두렵기까지 한다. 전 학원과의 추억을 곱씹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곳을 찾는다는 것은, 새로운 짝꿍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걸 퇴사하고 나서 깨달았다. 더 나은 짝꿍을 찾을 수 있는지, 아니 비슷한 짝꿍이라도 찾을 수 있는 건지, 마음 속에 의심이 쌓이고 또 쌓였다.
그리고 왜 이렇게 다양한 학원이 있는 건지. 학원은 다 비슷한 건 줄 알았는데 원장님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이다. 세상의 반은 여자고, 반은 남자라는 말처럼, 세상에는 지역마다, 동네마다, 건물마다, 아주 다양한 학원이 있는 거였다.
근데 웃긴 것은, 사람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처럼, 학원도 거기서 거기다. 학원강사에게 식사시간, 연차, 야근수당은 사치다. 어떤 곳은 4대 보험이나 퇴직금도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 놈이 그 놈이다.
3년 반 학원강사로 일하고 난 다음에도, 학원강사의 삶이 참 신기해보인다. 3년 반 동안 알지 못했던 것을 10군데의 학원에서 면접을 보며 두 달 동안 배웠다. 아직 배울 것이 산더미지만 나름 신기한 경험을 기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