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학원강사의 첫 번째 이직 면접
이직 준비의 첫 단계는 구인구직 사이트 방문이었다. 학원에게 바쁜 시기인, 3~7월, 9~12월에는 주로 공고가 별로 없다. 주로 퇴사도, 취업도, 이직도, 학교 방학인, 1~2월, 7~8월 사이에 하는 것 같다.
4년만에 학원강사 구인공고를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OO학원 영어선생님을 모십니다>
자격요건: 대졸 (2,3년) 이상
지원자격: 경력 무관 (신입도 지원 가능)
근무형태: 정규직 / 계약직 / 프리랜서
근무일시: 면접시 결정
근무지역: OO시 OO동 OO학원
접수기간: 2025.OO.OO ~ 2025.OO.OO
접수방법: 사O인 입사지원
이력서양식: 자유양식
복리후생: 퇴직금
학원 이름만 바꾸면 금세 새로운 공고가 탄생할 듯 싶다. 물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는 학원들도 분명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구인공고의 탈을 쓴 빈칸이다. 아무 내용도 전달되지 않는다. "직접 와서 한 번 경험해보세요."라는 느낌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네이버에 학원 SNS를 검색해 찾아본다. 그런데 이마저도 없으면 그냥 도전하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제출한다.
이전에는, 문법 위주에 입시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이번에는 영어로 수업하는 학원에서 영어로 수업하고 싶었다. 그래서 공고를 살펴보다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100% 수업을 한다는 학원에 지원해보았다.
OO영어유치원. 일단, 11시 면접이었는데 원장님이 안 오셨다. 시간을 착각하셨다고 30분 뒤에 오셨다.
(이건... 앞으로의 면접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일이었다. 하핫...)
30분 정도, 학원의 커리큘럼 교재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지금은 초등 위주인데, 앞으로는 중등도 키워나갈 예정이에요. 선생님이 저와 함께 중등 커리큘럼을 만들어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영어 수업은 원어민 혹은 교포분들만 하고 있어요. 아마 선생님은, 하루에 수업은 한 타임 정도? 주로 R&D 업무를 맡게 될 것 같아요."
엥? 역시 공고에 설명이 없으면 어떤 업무를 맡는지도 모르는 채 면접을 보게 되는 거구나. 나에게 영어100% 수업 진행은 어려운 건가? 당황한 내 얼굴을 보셨는지, 연구/개발은 학원강사로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업무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그리고 드디어 연봉 이야기...
"혹시 이전 학원에서는 얼마 받으셨어요?"
"저 한 달에 300만원 받았습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황하신 표정으로,
"아이고, 우리는 그렇게는 못 드려요. 영어강사로서 경력은 3년 반 있지만 영어유치원에서는 처음이니까 신입으로서 월급을 줄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220만원으로 시작해요. 아니 나중에는 230? 240?"
서로 멋쩍은 표정으로 학원 구경까지 하며, 1시간의 면접을 마무리했다.
첫 번째 이직 면접 후, 나의 마음의 우울함은 극에 달했다.
내가 바라던 영어100% 수업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원래 받던 월급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너무 대책없이 퇴사를 한 것인가. 이전 학원만큼의 학원을 찾을 수 있기는 한 걸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새로운 지역에서 더욱 외로움을 느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