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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소비자, 고객 페르소나와 시나리오

스타트업을 위한 마케팅119 (03)

마케팅의 정의 다음에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바로 ‘소비자’다. 소비자는 B2B나 B2C 모두 내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말하는데, B2B에선 ‘리드’(lead, 잠재 고객), B2C에선 ‘소비자’(consumer)로 각기 다르게 표현한다.

두 가지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긴 하나, 그 내면을 관통하는 개념은 같다. 바로 ‘살아있는’ 소비자를 만나라는 것이다.


아니 매일매일 니즈와 원하는 게 달라지는 B2C 분야야 그렇다 쳐도
B2B 쪽은 그냥 고정된 거 아냐?
B2B는 기업이 구매 고객이니,
쓸 수 있는 마케팅 방법도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요?



이런 B2B 마케터의 소리도 제법 듣는다. 어차피 기업이 ‘고객’이니 마케팅 대상인 고객도 그렇고 그에 따른 방법론도 정해진 거 아니냐는 것.

답을 하자면, 우선 B2B가 기업 간 거래를 규정하는 것으로 ‘기업’이 고객인 것은 맞다. 단, 그 구체적인 담당자로 규정되는 LOB(Line of Business, B2B 마케팅의 대상고객으로 보통 임원급 실무자)는 명백히 ‘살아있는’ 소비자다. 즉, 그도 B2C의 소비자처럼, 변동의 폭과 접근법은 다소 제한적일지라도 미디어를 접하고, SNS를 소비하며, 광고 이미지에 노출되고, 이벤트나 전시에는 똑같이 반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고객을 ‘살아있는’ 소비자로 규정해 그 특성을 정의하는 것을 ‘페르소나’(Persona)라고 한다. 페르소나의 원뜻은 연극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각 개성 어린 인물들을 의미하나, 마케팅에선 일정하게 설정된 내 브랜드의 살아 숨 쉬는 고객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살아있는 소비자’, 페르소나

마케터에게 소비자란 뒷모습만 보이고 있는 '실루엣'과도 같다. 그 뒷모습에서 앞으로 다가가 세밀하게 소비자의 특성과 니즈, 접근법 등을 규정해 내는 게 마케터의 역할이다.


우선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소비자는 마케터의 공략 대상이기 전에 한명의 사람으로서 ‘살아있다’. 이 말은 고유한 니즈와 패턴이 있으며, 직업을 갖고 일정한 행동반경 안에서 미디어와 SNS 등을 소비하며 콘텐츠에 반응하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마케터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흔히, 소비자를 설정할 때 정량적 및 정성적 분류 방법을 쓴다. 정량적 분류는 성별, 나이, 거주 지역, 소득 등 명확히 그 데이터가 객관적 수치로 드러나는 인구통계학적 접근을 말한다.

반면, 정성적 분류는 특정인들의 기호, 선호/불호, 반응하는 특정 키워드나 팬덤 등 정서적 측면에서의 접근을 말한다. 예를 들어, BTS 팬클럽인 ‘ARMY’는 나이와 지역, 소득수준을 떠나 다양한 사람들이 망라돼 있을 것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 하나, ‘BTS’이다. 이럴 때 BTS는 하나의 보이그룹이 아니라, 특정 소비자층에 접근하는 정성적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예전에는 마케팅에서 정량적 접근을 많이 하곤 했다. 비교적 객관적인 수치가 분명히 드러나고, 비슷한 인구통계학적 그룹이면 취향 또한 비슷하리라 가정했기 때문.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30대 중반 직장인으로 연봉은 5,000만원이고, 아내와 아이가 있는 남자 가장’이면 000만 원 대인 우리 차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 말이 어느 정도 맞았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서 4대 대중매체(잡지, TV, 신문, 라디오 등)의 영향력이 워낙 셌기 때문에, 비슷한 소득수준의 소비자라면 비슷한 반응을 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최근엔 확 달라졌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패턴’이 있다. 5,000만 명이 있다면 5,000만 개의 취향이 있다고 할 정도로 제각각이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확보한 정보가 대중매체보다도 더 많을 수도 있고, 대중매체 외에도 SNS, 인터넷 등 수많은 정보원이 있기 때문이다. 입력(input)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출력(output) 또한 다양해진 것이다.

물론 요새 소비자들도 대부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 다른 말로 구매능력 – 내에서 소비한다. 단, 그에 비해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형태도 많이 보인다. 이런 소비행태가 사회적 반응을 얻어 하나의 시대 트렌드나 유행으로도 자리 잡기까지 한다. 얼마 전까지 붐을 이뤘던 ‘YOLO’ 붐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개별적인 취향의 소비자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접근할 수 있을까. 전부에게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 모델’ 하나를 만들어 그에 대한 접근법을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일방적으로 정보를 밀어내는(push) 형태보다는 정서적 접근으로 소비자를 잡아당기는(pull) 접근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소비자를 한명 선정해 ‘모델링’을 하는 것이 바로 고객 페르소나 설정이다. 각기 다른 취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중적인 소비재 입장에선 모두의 입맛을 다 맞춰줄 수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 제품이나 브랜드를 소비할 가장 ‘무난하고 표준적’인 모델을 설정해서 이를 공략하는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이런 표준모델이 바로 ‘페르소나’다.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고객 시나리오(Customer Scenario)다.

이는 소비자의 일상을 시놉시스 형태로 재구성해 보는 것으로, 목표로 하는 소비자의 일상과 그에 따른 브랜드 접점을 규정하고 파악해 보는 것이다. 일단, 내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의 삶이 규정되면, 공략 포인트와 제한된 예산 내에서 효과적인 미디어 집행이 가능해지기 때문. 또한, 고객의 삶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접근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고객 시나리오에 대해 알아보자.



소비자 하루의 재구성, 고객 시나리오


고객은 하루에 무수히 많은 브랜드를 만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또 퇴근해 집에서 쉬는 일과까지, 일터에서 집까지 그 통근과정에서도 수많은 브랜드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자, 여기 한 일반적인 30대 남자 사무직 직장인이 있다. 그의 샘플 고객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김 OO 씨는 30대 중반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사무직 직장인이다. 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차가 막힐 걸 우려해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일찍 출근한다. 광역버스를 타서 출근하며, 버스 안에서는 주로 휴대폰을 통해 뉴스나 유투브를 시청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PC를 켜서 회사 이메일과 함께 포털사이트 등에 걸린 뉴스를 본다. 짬짬이 팀 미팅과 각종 업무를 진행하다, 점심시간에는 포털사이트 앱 등을 통해 맛집을 검색하고, 직원들과 같이 가기도 한다.
저녁 퇴근시간에는 친구나 직장동료와 간단히 한잔할 때도 있다. 마찬가지 차가 막힐 걸 대비해 아예 일찍 퇴근하거나 아니면 러시아워 이후에 퇴근해서 교통시간을 최대한 줄인다. 그 사이, 버스정류장에서 광고판을 보거나 버스 내에서는 아침과 마찬가지로 주로 휴대폰을 이용한다.
집에 도착해서는 씻고 아내와 하루의 일을 얘기하거나 아이들과 간단히 놀아준다. 이후 넷플릭스나 OTT 등을 시청하고 내일 하루를 준비하며 잠든다.


아마 남녀와 거주 지역을 떠나 대부분의 사무직 직장인들은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이다. 물론, 저녁에 취미생활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결혼을 안 했거나 직업군이 현장직인 경우엔 패턴이 다소 다를 것이다. 여기서는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든 것이니, 그 점을 감안해 살펴보기로 하자.

자, 여기 드러난 김 씨의 하루 중에 김 씨가 접촉한 브랜드는 얼마나 될까. 우선 그는 버스를 타기 위해 1) 버스정류장에 가서 옥외광고를 보았을 것이다. 이어 버스에 탑승해 2) 버스 안에 있는 광고를 보았을 것이고, 3) 휴대폰을 열어 유투브나 포털에서 나오는 광고도 보았을 것이다.

또한 그는 회사에 도착해 4) PC를 통해 포털사이트나 유투브 광고를 보았고, 4) 포털사이트나 앱 등을 통해 맛집을 검색하면서 다시 광고에 노출됐다. 저녁 퇴근시간 이후에는 친구와 이동하면서, 5) 다시 휴대폰 광고 등을 보았을 것이고, 6) 귀가하면서 다시 버스정류장과 버스 내 광고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집에서는 7) OTT나 미디어를 통해 광고에 노출될 것이며, 8) 만약 TV를 본다면 여기서 나오는 프로그램 광고를 보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9) 만약 신문이나 잡지를 본다면 여기 광고까지 보게 될 것이다.

대략 적어만 봐도 9가지 정도 브랜드 접점(Brand Contact Point, 소비자가 브랜드를 접촉하는 포인트)이 도출된다. 여러분이 마케터라면 이중 어느 접점에 광고를 하겠는가. 아마 마케터에 따라 각기 다른 미디어 믹스(서로 다른 광고매체를 주어진 예산 내에서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작업)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부분이 바로 마케팅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다만, 이 9개 접점 모두에 광고를 할 수 있다고 할 때, - 실제로는 매우 어렵겠지만 – 이 각각의 접점에 실린 브랜드 광고가 각기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아마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예를 들어 포털사이트에서 본 것과 버스 정류장 OOH에서 소구하는 내용이 각기 다르다면 심한 경우 소비자는 각기 다른 2개의 광고를 본 것으로도 오인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자는 게 바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이다. 다양한 브랜드 접점에 통일된 마케팅 메시지를 내 광고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



IMC, 다양한 브랜드 접점에 통일된 메시지를 내는 방법

고객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일터로 출근하고 하루를 보내며 퇴근해 가족들과 일상을 마감한다. 그런 살아있는 소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브랜드 접점에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이를 좀 더 설명하자면, 우리말에 ‘자꾸 보다보니 정 든다’는 표현이 있다. 광고도 그와 같다. 물론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나다면 집중도가 높겠지만, 그다지 준수하지 않은 콘텐츠라도 계속 보다보면 호기심이 생기며 친밀해지는 것이다. 광고는 사실 ‘반복의 미학’이다. 소재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를 틀어줄 매체 선정과 운영도 효과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고객 시나리오를 파악하면 이와 같이 매체 전략도 조금 더 단단해진다. 물론 위에 든 예시는 말 그대로 사례일 뿐이고, 실제 소비자 시나리오는 저기서 더 나아가 우리 제품에 맞는 타깃 소비자그룹별로 일정이나 미디어 접근 등을 더욱 세부화해 설계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B2B 소비자인 리드는 어떨까. 그는 아무래도 B2B이다 보니 다르게 설계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앞서 말한 바와 같다. 비록 회사 간 거래지만, 담당자는 ‘사람’이다. LOB의 일상을 회사 업무 중심으로 개편해서 정의한 다음, 그가 접근하는 미디어와 그 종류별로 매체 전략을 강구하면 되는 것이다.

소비자의 일상을 알아낸다는 것은 내 제품을 사게 될 소비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특성인 ‘페르소나’ 규정과 함께 소비자 정의의 핵심 단계를 이룬다.

자! 이제, 고객 시나리오를 통해 페르소나 정의가 끝났으면, 그를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때이다. 우리 회사의 기업 메시지는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그에 대해 다음 에피소드에서 소개한다.




** 페르소나의 정의와 그 설정 방법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께서는 이 브런치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9화, 10화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9화. 내 고객을 그려본다, 페르소나

https://brunch.co.kr/@kdaniel9134/34


10화. 페르소나, 내 고객을 사람으로 보는 방법

https://brunch.co.kr/@kdaniel91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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