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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메시징 (2) - USP

스타트업을 위한 마케팅119 (05)

Pain Point가 고객이 ‘가려운 곳’이며, 심리타점이 그 가려운 곳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것이라면 이제는 우리 제품의 측면에서 메시징을 고민해볼 때이다. 이번 화는 바로 그런 측면에서의 메시징 개념들을 소개한다.

사실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이 나온다면야 문제가 될만한 건 전혀 없다. 물론 많은 공급사가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소비자의 Pain Point에 맞춰 제품 개발을 한다고 ‘주장’은 한다. 하지만, 실제 나온 제품을 살펴보면 소비자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필요한 기능은 빠지고 필요 없는 기능이 붙어있거나, 가격이나 유통에서 전혀 무관한 내용들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이 모두 시장과 소비자를 잘못 읽은 것인데,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시장을 파악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USP(Unique Selling Point)란 기본적으로 ‘다른 제품들과는 명확히 차별화되는 나만의 고유한 판매 포인트’를 의미한다. 이 말은 경쟁사나 또 시장 전체를 살펴봐도 ‘내 제품 외에 다른 제품은 전혀 갖지 못한 내 제품만의 무엇’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그럴싸한 이상적인 개념이다. 이를 실제로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USP, 다른 이와 차별되는 ‘나만의 세일즈 포인트’


개념 설명을 위해, TV를 예로 들어 살펴보겠다. LG전자든 삼성전자든 중소기업 제품이든 메이커를 가리지 않고 새 제품이 나오면 그들의 문구는 대략 아래와 같이 대동소이할 것이다.


사례 1. TV 제품의 카피로 쓰일만한 내용들

밝은 햇빛 밑에서도 화면이 잘 보이는 TV
현장에 있는 듯한 실감과 색채감
얇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거실 인테리어 요소로도 활용할 만한 디자인 감각


어떤가? 브랜드만 가려놓고 보면 잘 구별이 안되지 않은가? 놀라운 건 이 각각의 메시지들이 전부 소비자의 Pain Point와 Sweet Spot에 기반한 것 같다는 것.

첫 메시지는 환한 대낮에도 뚜렷이 구분되는 TV 화면을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며, 둘째는 화면의 선명함과 채도, 또한 밝기를 나타내는 니트(nits) 등에 관련이 있다. 마지막 디자인은 대부분의 집에서 TV가 거실에 놓이는 것을 감안해 거실 인테리어에도 적합한 감각이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그 또한 제조사를 막론하고 비슷비슷한 메시지를 내기 쉽다.

어라? 분명 Pain Point와 Sweet Spot을 때렸는데 왜 이렇게 같은 메시지가 나올까? 그건 마케터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제품 개발단계에서 비슷한 소비자의 니즈를 동시에 포착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건 다른 제품과 대비되는 나만의 ‘판매 포인트’(selling point)를 못 찾은 것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 소비자들이 경쟁사 대비 내 제품을 선택할 만한 이유를 못 주고 있다는 것.

USP는 바로 이럴 때 작동하는 다른 제품 대비 나만의 차이점이다. 이는 새로운 요소를 강조하는 것도 말이 되지만, 때로는 기존 문구에 한두 가지 추가만 해도 보다 ‘섹시하게’ - 오해는 말길. 광고쟁이에게 ‘섹시하다’는 건 눈에 확 뜨이게 ‘도드라진다’는 의미다 - 가다듬을 수 있다.

위의 TV 사례를 예로 들어 더 살펴보자.


사례 2. 사례 1을 수정한 USP로 쓸 만한 내용들

(밝기) 1,000개의 촛불보다 밝은 TV
(실감과 색채감 ->) 집안으로 공룡이 숨어들었다! 거실 사파리 OO TV!!
(얇고 현대적인 디자인 ->) 세계적인 파리 미술관과 콜라보한 최고의 거실 미술관


잠깐 말을 돌려, ‘사례 1’의 내용을 ‘사례 2’로 바꿔보았다. 어떤 차이점이 보이는가? 아마도 사례 1보다는 사례 2가 보다 구체적이고, 다른 경쟁사 대비 ‘나만의 차이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첫째 카피 '밝기'에 대해서는 그냥 막연히 밝기만을 강조하는 데에서 ‘1,000개의 촛불’이라는 구체적인 밝기의 비교 개념을 가져왔다. 갑자기 웬 촛불이냐고? TV를 파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흔히 TV의 밝기는 ‘니트(nits)라는 단위로 설명하는데, 이것은 ’1니트 = 1제곱미터 내 촛불 1개 = 대략 촛불 1개 정도의 밝기‘라고 설명하면 된다. 따라서, 니트 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TV가 밝다는 것이니, ’그냥 햇빛 아래서도 밝다‘는 것보다 우리 TV는 1,000개의 촛불을 밝혀둔 것처럼 밝다고 경쟁사 대비 우위를 ’구체적‘으로 자랑한 것이다. 경쟁사 대비 우리 TV’만‘의 장점을 강조한 USP 표현.



분명 Pain Point와 Sweet Spot을 때렸는데 왜 같은 메시지가 나올까?
제품 개발단계에서 비슷한 소비자의 니즈를 동시에 포착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제품과 대비되는 나만의 ‘판매 포인트’(selling point)를 못 찾은 것이다.


둘째, 실감과 색채감은 예전에 비슷한 사례를 본 적도 있는 것 같은데, ’TV 화면이 너무나 현실감이 있다 보니 현실과 TV의 구분이 안된다‘는 표현으로 많이 소구된다. 그 예 중에 하나로 ‘공룡이 거실 안에 있다’고 표현한 것.

잠깐! 한 가지 더! 왜 하필 ’공룡‘일까? 개인화가 되면서 많이 달라졌지만, 대부분 아이 있는 집에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바라본다. 시대를 막론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건? 공룡 아니면 펭귄. 둘리와 펭수, 뽀로로가 인기 있는 이유다.

셋째, 디자인에 대해서는 나름 권위 있다고 여겨지는 ’파리 미술관‘을 가져왔다. 제품에 들어간 미적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예술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과 협업했다고 뒷받침한 것이다.

사실 미술관이 가담한다고 해서 제품의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바뀔까 하는 건 솔직히 회의적이다. 얼마나 협업할까의 정도의 문제와 설령 아주 적극적으로 했다고 해도 그것이 산업 디자인적 경계를 지나, 대중의 호기심과 입맛을 충족시킬 지는 미지수이기 때문.

실제 TV와 미술관은 많은 면에서 콜라보나 의미를 차용하기도 한다. 각각 2025 CES에서 선보인 삼성의 아트 TV(위)와 LG의 구겐하임 미술관(아래) 협업 사례 사진.


그럼에도 마케팅은 전문가가 ’대중‘을 겨냥해 만들어낸 언어다. 따라서, 이는 충분히 뛰어난 ‘’마케팅 언어‘이며, ’차별화 요소‘다. 대중은 같은 가격이면 보다 더 뛰어난 인재들이 개발하고, 더 우수한 감각이 들어갔으며, 그럼에도 가격은 합리적이고, 유통은 손쉬우며, A/S도 잘 이뤄지길 희망한다. 경쟁사 대비 내세울 것이 없다면 디자인적 요소에서라도 구체적으로 차별화된 협업 – ’콜라보‘라고 하면 왠지 더 어감이 '나아 보인다!!' - 과정으로 개발된 것이라면 더 호감을 가지게 된다.



USP, ‘나만의 영역’을 만드는 차별화된 접근으로 검증 필요


USP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미 시장에선 나와 비슷하거나 아예 브랜드만 빼면 똑같은 제품이 널리고 널렸다. 기술적으로 획기적인 한 단계 진보를 의미하는 ’퀀텀 점프‘나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제품이 출시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또한, 그런 제품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전혀 그 제품에 대한 인식이 없는 곳에서 대중을 설득하고 그 용법을 알려주며 초기 시장을 개척하는 건 더더군다나 어렵다.

USP는 이 ‘전쟁터’ 같은 시장에서 나만의 영역을 만드는 작업이다. 단! 주의할 일이 하나 있다. USP를 만드는 데에만 골몰하다 자칫 ‘거짓말’이나 ‘부풀리기’까지 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내 제품과 함께 꽤 긴 호흡의 여정을 같이 한다. ‘고객여정’(Customer Journey)라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내 제품을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며, 열망하고, 기억하며, 마침내 행동하는’ 5단계를 거친다(클렌드 홀, <AIDMA 이론>). 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행위는 이중 한순간일 뿐이다. 세상에 없던 ‘매혹적인’ 문구로 첫 판매물량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마케터가 한 말이 거짓인 걸 알게 되면 그에 대한 반발은 기업 전체에 대한 보이콧으로도 번질 수 있다. 혹은 과거 많은 사례에서 그랬듯이, 경쟁사나 다른 대체재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전은 경쟁사를 망가뜨리는 것은 물론, 나 자신과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

고객은 제조사와 함께 '인지-관심-열망-기억-행동' 등 5단계로 이뤄진 AIDMA를 비롯해 꽤 오랜 여정을 함께 한다. 이를 '고객여정'이라 부르며, 제품 구매는 그중 일부다.


따라서, 모든 마케팅의 메시지는 ‘검증 포인트’(proof point)가 있어야 한다. 내가 내세우는 주장이 실제로 그렇다는 합리적이고도 과학적인 뒷받침이 마땅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000개의 촛불’이라고 말하려면 실제 밝기 측정 데이터값이 있어야 하고, ‘거실의 공룡’에는 진짜 그 색감과 사운드가 그에 필적할 만하는 값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퍼즐처럼 TV를 사파리 한가운데 넣어두고 TV화면과 실제 현실을 대비해 보이는 ‘비교 검증’이 있으면 더욱 재미있게 광고 소재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파리 미술관 협업’도 마찬가지. 실제 협업한 자료, 구체적으로 주고받은 스케치라도 있어야 대중에게 설득할 만한 메시지가 된다.

이 모든 것을 확인하고, 탄탄한 검증요소와 함께 만들어진 메시지를 대중에게 선보이게 됐을 때 비로소 마케팅 메시지는 완성된다. 왜 이 모든 걸 마케터가 해야 하냐고? 대중이 그냥 알아서 물건을 사고, 그 과정에서 제품을 검증하지 않겠냐고?

그 또한 일부분은 맞다. 간단한 프로세스 같지만, 소비자는 물건을 살 때 나름 합리적인 내부 판단과정을 거친다. 인간이 그다지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는 최근 논문이나 책들도 여러 권 나왔지만, 일단 그 모든 변수를 고려하기에는 지나치게 내용이 방대해지므로 배제한다.

그보다 소비자는 시장에서 양말 하나를 사더라도, 디자인, 가격, 시장 or 마트 or 온라인 어디에서 살지, 길이, 포장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한 뒤에 비로소 판단을 내린다. 이처럼 소비자가 뭔가를 살 때 고민하는 요소들, 결정적으로 사게 만드는 요소를 가리켜 ‘reason to buy’라고 한다.

이는 마케터가 고객에게 줄 수밖에 없는 요소다. 세상에 나랑 비슷한 제품 많고 많은데, 구태여 소비자에게 할 말 안하고, 안할 말을 마음대로 상상하게 만들어서 제품 팔 기회를 놓치고 말겠는가? 그보다는 소비자가 갈만한 곳(place)에 내 제품을 적절히 배치하고, 마음을 흔들만한 가격(price)을 제시하며, 결정적으로 그가 필요(pain point)한 것을 딱 알아서, 나만의 차별화된 포인트(USP, sweet spot)로 공략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이 앞 문장의 괄호 안에 들어가 있는 것들이 바로 우리가 2회에 걸쳐 학습한 마케팅 메시징의 기본 요소들이다.

자! 이제, 소비자 관점의 pain point와 그를 공략할 sweet spot, 공급자 입장의 USP도 적절히 준비했다. 어라? 그런데 시장에 나와 똑같은 제품이 너무나 많다! 아무리 봐도, 경쟁자들 천지에 심지어 소구하는 마케팅 메시지도 나와 똑같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당황할 필요 없다. 시장에 경쟁자가 많다는 건 사양산업이나 해선 안되는 사업이 아니고서야 그만큼 시장이 넓다는 것. 시장에서 남들과 나를 차별화할 수 없다면, 내가 직접 차별화된 나만의 시장을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다음 화에선 마케팅 메시지 제3화, ‘인식의 사다리’에 대해 알아보겠다.



파란 사과 2개와 빨간 사과 1개가 있다. 어느 사과가 잘 팔릴까? 가장 잘 팔릴만한 당신만의 '고유한 셀링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바로 마케터로서 당신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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