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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메시징(1) - Pain Point

스타트업을 위한 마케팅119 (04)

소비자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면, 이제 그들을 대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메시지’를 만들 차례다.

굳이 대규모 선전이나 선거에 나선 후보도 아닌데 거창하게 ‘메시징’까지 필요하냐고? 당연하다! 이 세상에는 당신이 출시한 제품만큼이나 뛰어난 것들이 넘쳐난다. 어쩌면 그들 중 일부는 미처 당신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당신의 제품과 ‘똑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았다가 조용히 고개를 내밀었다가 조용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더 흔하게는 당신 제품이 그다지 획기적인 것은 아니어서, 이미 관련 시장에 ‘똑같거나’, ‘거의 대부분은 같은데 세부적으로 조금만 다른’ 경쟁 혹은 선두주자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메시징은 나와 이들을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자, 우리 제품을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첫 단추다. 아무리 소비자 페르소나나 고객 시나리오를 기차게 만들면 뭐하나. 이들을 내게 넘어오게 할 메시지가 없는데.

자! 애써 만든 내 제품! 소중하게 소비자에게 접근시킬만한 메시징 전략의 기초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는 메시징, 소비자의 ‘아픈 곳’ Paint Point에서 시작


내 제품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아마 제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연구했을 듯한데, 이렇게 소비자가 ‘골머리’를 앓아서 내 제품이 그걸 말끔히 해결하도록 개발한 시작점을 가리켜 ‘Pain Point’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보자. 한여름, 물을 마셔도 금세 다시 갈증이 나고, 그렇다고 미지근한 물만을 마시기엔 대책도 없고 맛도 없고 지치기만 한다. 이런 소비자에게 절실한 건 바로 갈증해소, 그것도 순식간에 갈증이 멈추는 것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그 효과가 지속되는 ‘뭔가’일 것이다. 이럴 경우 그의 Pain Point는 ‘지속가능한 갈증해소’가 된다.

목이 마른 소비자와 하루종일 밖에서 뛰어다녀 탈수가 심한 소비자가 있다고 하자. 이들이 떠올리는 '지금 당장' 필요한 솔루션은 무엇일까? 소비자의 니즈에서 제품의 개발은 시작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거꾸로 나는 겨울에 외부에서 일하는 현장 근로자이다. 손이 시릴까 장갑을 착용하긴 하는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작업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자주 꼈다 벗었다 하느라 지속적인 장갑 착용이 어렵다. 벗자니 시렵고, 입자니 일이 안된다. 물론, 장갑을 낀 채로 버튼 터치가 가능한 스마트폰용 장갑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몇 번 쓰다보면 – 특히나 빨래를 한 경우에는 – 그 인식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추위와 스마트폰 사용을 둘 다 해결한 방한용품은 없을까. 이럴 때 그의 Pain Point는 당연히 ‘외부 혹한기 상황에서도 추위와 스마트폰 터치를 모두 잡는 방한용품’이 될 것이다.

자! 이렇게 외부 기후 하나만으로도 서로 다른 소비자의 아픈 부위를 점검해냈다. 이렇게 규명하고 나면 소비자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접근해야 이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메시징이 가능할지 그 답이 나올 수 있다.



목이 마른 소비자와 야외에서 탈수가 심한 소비자가 있다고 하자.
그들의 필요(니즈)는 무엇일까?
소비자의 상황이 니즈를 만들고,
그 니즈에서 제품에 대한 구매동기가 나온다.



우선 첫째 소비자처럼 갈증이 자주 나는 이에게는 ‘우리 제품은 먹자마자 배가 불러요’ 혹은 ‘우린 더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에게 멋과 실용성 모두를 제공’한다고 아무리 떠들어봤자 그 메시지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갈증해소다. 그것도 번번이 미지근한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될 만큼 획기적인 ‘갈증해소 솔루션’. 이럴 경우, 메시지는 ‘여름철 더위를 한방에 하루 종일 날려버리는 시원한 음료’ 혹은 ‘어떤 무더위도 한 모금에 다시는 떠오르지 않는 제품’과 같이, 소비자의 Pain Point에 기반한 메시징이 필요하다.

내가 출시한 제품이 갈증해소와는 거리가 멀다고? 그렇다면, 메시징의 잘못보다는 아예 상품기획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는 제품 개발이 소비자의 필요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놓고 소비자가 이걸 필요로 할 거라 우기는 본말전도의 경우다. 그도 아니면, 올바른 제품을 만들어두긴 했으나, 기후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분야에서 사용하는 제품일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엔 내 제품에 맞는 소비자 카테고리를 빨리 찾아야 한다. 즉, 이 또한 소비자에게서 제품기획이 출발하지 않은 비운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소비자의 Pain Point는 사실 소비자 페르소나와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다. 그냥 가상 소비자를 설정해 그의 ‘하루’를 알아보는 수필을 쓰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마케팅에서 사용할 소비자 시나리오에는 반드시 그가 우리 제품과 관련해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지에 대한 규명이 들어갔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라면 현재 그/그녀는 무슨 화장품을 어떤 용도에 쓰고 있는지, 그 빈도와 용량, 용처와 시간, 효과 등에 대해서도 시나리오를 기술할 때 상세히 작성한다. TV 등 가전제품이라면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언제 TV를 보는지, 하루 몇 시간을 보고 주로 보는 프로그램, 누워서 보는지 소파위에 앉아서 보는지, 아니면 주변사람들과 둘레둘레 앉아서 보는지 등에 대한 습관 묘사가 필요하다. 앉거나 눕는 습관에 따라 TV를 설치할 규격과 방식은 달라질 것이고, 혼자 보는가 아니면 여럿이서 이야기하면서 보느냐에 따라 스피커와 반사각에 대한 고려도 당연히 달라질 것이다.



Pain Point, 소비자의 이 부분만 공략하면 바로 넘어오는 Sweet Spot으로


Pain Point와 비슷한 개념으로 마케팅 중에서도 PR에서 흔히 쓰는 ‘Sweet Spot’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이는 원래 골프에서 나온 용어인데, 골프공의 특정 부분을 때리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는 지점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를 ‘Sweet Spot’이라 하며, 우리말로는 ‘심리타점’이라 한다.

골프공의 어느 쪽을 때려야 공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을까? 여기에서 출발한 'Sweet Spot'(심리타점)은 소비자의 마음을 바로 뒤흔들 수 있는 메시징의 기초다.


심리타점은 Pain Point와 매우 흡사하다. 기본적인 개념은 같지만, Pain Point가 고객 입장에서 발생하는 특정 니즈나 어려움인데 반해, 심리타점은 마케팅을 하는 회사 입장에서 고객에게 전달하면 즉시 반응을 보일만한 소구지점을 가리키는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앞서 갈증해소 음료의 경우에는 ‘빠른 흡수와 오랜 갈증 제거 효과가 있다’는 말이, 방한용품의 경우에는 ‘야외 작업에도 따뜻하고 자유로운 손’으로 각각 심리타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같은 제품에 대해서도 어떤 입장에서 메시지를 개발하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각각 그 용어가 나뉜다고 할 수 있다.

Sweet Spot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케터들은 누구나 자신의 제품이 세계 최고이며, 개발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검증했다고 믿는 ‘착각’의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전에는 직접 소비자를 만나 인터뷰하거나, 타깃 그룹대의 소비자 여럿을 초대해 그룹 면접하는 ‘그룹 심층면접’(FGI, Focused Group Interview)를 통해 소비자의 ‘가려운 곳’과 우리 제품이 통할지를 사전에 알아보는 기회로 삼았다.

최근에는 이런 FGI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보다는 평소에 각종 트렌드 보고서를 참고하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위주로 전개되는 퍼포먼스 마케팅에선 바로 대상집단을 선정해 여러 메시지를 실험해보곤 한다. 이는 비슷하지만 내용이 조금씩 다른 소재들도 시험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간편하게 소비자의 니즈와 반응을 점검할 수 있어 마케터 입장에선 편리하다. 다만, 보다 정성화된 분석에선 아무래도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한 편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메시징 첫 단계로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또 이를 마케터 입장에선 어떻게 ‘심리타점’으로 이어서 해석하는 지까지 알았다. 다음 순서는 적절한 메시지를 개발해, 소비자의 그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줄 순서다.

다음 화에선 메시징 2회차,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오직 나만의 메시징 도출 출발점인 USP(Unique Selling Point)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병에는 각기 다른 술이 각기 다른 '필요'가 있는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소비자의 Pain Point도 각기 다를 수 있다. 그 처방의 마개를 여는 건 당신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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