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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메시징(4) - 인식의 사다리 2.

스타트업을 위한 마케팅119 (07)

경쟁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에 대해 잠시 머리를 돌려 생각해보자. 흔히, 마케팅에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말이 있다. 내 브랜드나 제품이 시장에서 인식되는 위치를 말하는 것인데, 포지셔닝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가 나를 인식하는 순서나 방법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독점시장이 아니고서야 완전히 개방된 시장에서 ‘경쟁’이야 일상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 해도 만약 그 제품이 인기를 끌게 되면 순식간에 비슷한 ‘미투(me too, 유사)’ 브랜드들이 시장에 출시될 것이다.

이럴 때 후발주자는 보통 선두주자와 ‘차별화’를 얘기하고, 선두주자는 후발주자에 대해 ‘동일화’나 ‘무시’의 방법을 쓴다. 무슨 말이냐면, 후발주자 입장에선 먼저 나온 제품들이 주지 못한 장점이나 기능 등을 강조해 ‘그전의 단점들을 보완하거나 새로 장점을 추가해 그간 없었던 혁신적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했다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같아보이지만 안의 색은 다르다. 하다못해 패키징이나 색이라도 달라야 한다. 이처럼, 내 제품 또한 비록 다른 것과 대동소이할 지라도 뭐라도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반면, 선두주자는 후발주자의 그런 주장에 대해 ‘해당 기능은 이미 우리도 갖고 있다’고 ‘범용 동일화’를 해버림으로써 이슈를 가라앉힌다. 아니면 보다 적극적으로는 ‘그 기능이 아니라, 사실 또 다른 C라는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그 점에 있어서는 오히려 선두’라면서 해당 기능을 보완한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이슈를 바꾼다. 즉, 상대가 제기한 이슈에 대해 말을 돌리거나 새로운 기능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관점이자 전략이 도출된다. 관건은 바로 ‘자신만의 새로운 시장’을 끊임없이 정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선두주자든 후발주자든, ‘과거와는 다른’, ‘후발주자가 주장하는 시장과는 다른 나만의 새로운’ 시장을 정의한다는 건, 인식의 사다리에서 완전히 다른 나만의 시장을 주장해 낸다는 것이다. 즉, A라는 업체가 선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B란 경쟁자가 뛰어들었다면, B를 피해 또 다른 ‘A+’나 아예 ‘C’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정의함으로써, B가 뛰어든 경쟁을 아예 차별화하거나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더 살펴보자.



경쟁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 차별화 혹은 동일화


다시 한 번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자동차’ 분야에는 이미 수많은 브랜드가 출시돼 있다.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자동차는 기간산업으로도 여러 국가에서 육성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여기 내가 신차를 출시하려 한다. 다들 잘 알다시피, 자동차 분야는 완전한 경쟁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내가 출시한 신차가 앞서 시장에 나와 있던 자동차와 비슷비슷하다면, 내 차는 ‘아.... 새로 나온 ’자동차‘가 있었나?’ 정도로 이슈 하나 못 만들고 묻히고 만다. 이렇게 기억이라도 해주면 오히려 다행. 그냥 ‘나왔나보다’, 아니면 ‘차는 역시 OO차’ 하면서 기존 차에 대한 선호도를 강화하게 되는 소비자가 대다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차가 아니다. 다른 자동차가 범접할 수 없는 탁월한 성능과 그에 따른 가격으로 차별화를 이룬 '슈퍼카'다. 이렇게 나만의 시장을 재정의하고 USP로 다뤄야 한다.


이럴 때는 앞서 말한 것처럼,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를 통해 내 사다리를 새로 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자동차들과는 다른 ‘나만의 특징’이 필요하다. 그것이 4P 요소 – Price, Place, Product, Promotion – 안에서의 차별이든, 아니면 SWOT을 통한 차별화이든 상관없다. 아무튼 내 제품이 후발주자라면 앞선 차보다 ‘눈이 탁 트일만한’ 어떤 차이점이 있어야 한다. 획기적으로 가격이 싸거나, 어디서나 쉽게 구하거나 – 집 앞까지 중고차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 차를 샀는데 다른 것까지 더 싸게 패키지로 구매하거나, 하다못해 할부조건과 옵션 하나라도 달라야 한다.

그 목적은 단 하나! 바로 소비자에게 나만의 사다리를 규정해 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소비자는 각 인식의 사다리 별로 단 1~2개만의 제품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그냥 ‘자동차’가 아니라, 후발주자일 때는 ‘현저히 싼 차’, ‘앞선 차들과는 달라도 뭐라도 하나 획기적으로 다른 차’라는 새로운 ‘나만의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이 완전한 경쟁시장에서 나만의 ‘사다리’, 즉 고유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새로운 시장을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정의해 내는 게 바로 ‘USP’다. 인식의 사다리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선호되는 브랜드로 기억되려는 각 회사들의 몸부림이다. 소비자는 잘해야 분야별로 1~2개의 브랜드만을 기억한다. 그런 완전경쟁 시장에서 나보다 훨씬 앞선 기존 브랜드가 있다면 장을 바꿔야 한다. 즉, ‘나만의 차별화된 메시지’를 담은 USP를 개발해서, 소비자의 심리타점(sweet spot)을 공략하고, 이를 통해 나만의 ‘인식의 사다리’를 만들어내야 비로소 시장에서 나만의 차별화된 시장이 정의되는 것이다.



나만의 차별화된 시장, USP로 그를 공략하라


여기서 잠깐! 앞서 우리는 ‘시장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 그 제품 자체에 대한 교육을 하느라 소비자를 오히려 놓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한데 여기서는 다시 ‘나만의 차별화된 시장’을 만들라고 하니, 뭔가 앞서 내용과 모순이 되는 건 아닐까 싶을 것이다.

그 차이는 ‘새로움의 정도’, 즉 ‘혁신’의 레벨에 있다. 시장에 완전히 없던 제품, 그 기능과 용도 등이 전혀 없는 제품을 만들어내기란 매우 어렵다. 보통은 기존의 제품을 바꾸거나, 개선한 신제품들이 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전혀 없었던’ 제품들의 예로는 ‘온라인 게임’, ‘MP3 플레이어’ 등을 들 수 있다. 둘 다 우리나라가 기술 종주국이나 전 세계 시장에서, 특히 MP3 플레이어는 애플의 아이팟에 그 선두를 뺏기고 말았다.

단! 애플은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휴대용 MP3 플레이어’를 팔지 않았다. MP3 플레이어에 음악 파일을 옮기려면 PC와 동기화라는 걸 해야 한다. 쉽게 말해, PC에 있는 파일을 전용 소프트웨어로 플레이어로 옮겨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그 단순한 동기화 프로그램을 혁신해 ‘온라인 음악 서비스’란 새로운 ‘음악서비스’를 재정의해 팔았다. 그 음악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터미널이 아이팟이었던 셈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레코드숍에서 실물 LP나 CD를 사서 듣던 시대에서 비하면 가히 혁명적인 사용자 경험과 유통의 변화를 가져온 것.

그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쉬웠을까? 물론 한국은 쉬웠을 수도 있다. 그전에 이미 ‘소리바다’ 등을 통해 음악파일 공유 앱에 대한 사용자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IT 인프라가 그만큼 발달했기 때문인데, 그에 비해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은 그렇지 않았다.

애플은 이들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팟캐스트와 지속적인 ‘다운로드’ 경험을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서 보유하는 음악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다운로드해서 들고 다니는 음악으로 완전히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그와 함께, 팟캐스트를 통해서는 ‘나도 방송인’이 될 수 있다는 인프라를 깔았다.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통해, ‘C’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좋은 사례다.

다만,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정의하는 작업이 절대 쉬울 리 없다. 글로벌 기업들 또한 전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갖춘 혁신적인 제품을 내는 데에 주저하는 이유다.

다들 잘 알다시피, 삼성은 폴더블 폰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이다. 그럼에도 2026년 11월 현재, 애플을 비롯해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 중에서는 ‘폴더블’ 폰에 뛰어들지 않는 이들도 많다. 그 배경으로는 삼성이 ‘초기 시장을 다 형성한 다음에’ 이와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진입하거나, 아직은 소비자가 그 카테고리에 만족할 만한 ‘사다리’, 즉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리하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만들어내기도 어렵지만, 시장에 내다 팔기도 어렵다. 새로운 사다리가 생긴 건 분명하지만, 소비자는 인내심을 갖고 새 제품의 기능과 사용자경험을 공부하느라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만큼 자리롭지 않다. 애플의 아이팟처럼 눈에 확 띄거나, 정말 혁신적인 안 사고는 못 배길만한 제품이어야 비로소 경쟁에 유리하다. 그게 아니라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소한’ 차별화에 신경쓰게 해야 한다.

이런 소비자의 초기 망설임을 극복하고 제품을 쓰게 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당신만의 새로운 장르’를 열어서 그 분야의 리더가 됐다. 이제 앞으로 당신의 제품이 독자적인 시장을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서 후발주자들이 물밀 듯이 시장에 나타날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이란 언제든 새로운 플레이어가 뭔가 더 강화된 무기를 갖고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내 브랜드와 제품을 새로운 '인식의 사다리' 카테고리의 최상위 모델로 만들어라. 경쟁시장에서 나만의 시장이 재정의되고, 그에 따라 '리더'로서의 포지션을 얻을 것이다.


만약 당신의 제품이 기존에 있는 제품의 개선이나 몇 가지 포인트를 차별화한 것이라면, 기존 제품의 사다리를 차별화해 재정의한 ‘당신만의 사다리’를 만들어라. 이 사다리는 기존 ‘자동차’ 범주에서 ‘프리미엄 자동차’, 혹은 ‘전기차’ 범주가 생긴 것처럼, ‘차’라는 기능에 대해 소비자들이 이미 학습이 완료됐고 보다 세부적인 차별화 시장으로 진행되는 패턴으로 가야 한다.

USP는 바로 여기 작용한다. 만약 내가 애써 만든 USP가 다른 제품과 비슷하다면, 당장이라도 더 가다듬어 아주 날카로운 차별화 포인트를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뭔가 기능이 다르다든지, 기능까지 똑같다면 가격이나 디자인이나, 유통의 편리함이나, 그도 안된다면 외적인 요소인 콜라보를 통한 차별화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즉, ‘앞선 선두주자’와는 뭐가 달라도 다른 나만의 ‘차별화 포인트’, 그에 기반한 세밀한 마케팅 메시지인 USP가 설정돼야 비로소 마케팅의 준비 작업 한 장이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자! 그럼, 이렇게 ‘인식의 사다리’까지 고민해 나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마케팅 메시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 작업방식 중 하나인 ‘메시지 텐트’(message tent)를 이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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