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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준비 팁

18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기 02 - 준비 팁

산티아고 여행기는 사실 구하기 어렵지 않다. 이미 다녀오신 분들의 블로그도 많고, 세세한 여행기도 도서관이나 서점 검색 등을 해보면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까미노의친구들연합>(http://cafe.naver.com/camino2santiago)이라고 네이버 카페도 있어서, 혼자 가기 두렵거나 여러 루트별로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방문해서 여러 팁을 얻을 수도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다녀온 다음에 경험해 보니 꼭 필요했던 팁들을 정리해서 엮어본다.



그해 나는 저 너른 들녘으로 나를 내던졌다. 모든 걸 잊고 나를 던지고 길 위에 서는 것, 그게 순례의 출발점이다


짐은 아무리 줄여도 괜찮다


순례를 갔던 때는 11월로, 낮이면 여전히 가을날씨 같았지만 저녁이면 제법 쌀쌀했고 산 꼭대기로 올라가려면 어느새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짐이 가득 필요한 것은 아니다. 놀러가는 거 아니니, 또한 대부분의 숙소에 세탁기와 건조대가 설치되어 있으니 꼭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도록 하자. 경험상 바지 2벌, 속옷 3~4벌, 양말 3~4켤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스페인은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가장 흔한 착각 중 하나가 외국사람, 특히 서양사람들은 다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스페인은 정말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물론, 순례객이라고 하면 여기저기서 도와주려고는 하지만 –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안 통하는 스페인어로 다가와 순례객이라며 등을 두들겨 주는 경우도 많다 – 당장 밥먹는데도 불편을 느끼기 쉬울 것이다. 간단한 말은 외우고 가자.



산티아고 순례는 레이싱이 아니다


출발하기 전날, 생장 피트포트의 숙소에서 첫 밤을 보내면서 들었던 말이 바로 저 말이다. 나보다 앞서거나 말거나, 나보다 뒤쳐지거나 말거나 내가 앞장서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이런저런 생각을 하러 온 것이면, 확실하게 ‘경주’에 대한 생각은 끄고 길과 나를 완상하면서 그분을 완상하면서 나아가면 참 적절하다.



마을 전체가 유적지다


돌아오고 나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짧은 일정, 18일안에 최대한 많이 보겠다는 욕심에 사실 경주하는 것처럼 뛰어 나가기도 했고, 무리하게 걷느라 한국에 와서 족저근막염이란 군대 신병들이 걸린다는 병에 걸리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순례길인 이유는 모든 길이 마을의 중심, 그 중심에 있는 성당을 통해 지나가기 때문이다. “산티아고”란 이름 자체가 예수님의 12제자 중 하나였던 “성 야곱”의 스페인어 이름이다. 그가 걸었던 사도로서의 길을 음미하면서 걸으라는 게 골자다.

스페인이 독실한 가톨릭 국가다 보니, 이곳저곳 마을에는 성당 뿐 아니라 눈여겨볼 만한 문화적 요소가 많다. 단순 길을 걷는 “행진”으로서의 순례보다는 이런 가톨릭문화, 특히 중세~근대 스페인 문화를 만끽하면서 걷는다고 생각하면 더욱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팜플로나, 부르고스 등 역사적인 도시에 대한 공부를 사전에 하고 가거나, 현지에서 가이드나 학예사를 끼고 더욱 충실하게 공부하면서 다니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범죄는 드물지만 항상 주의


18일 내내 한번도 도둑맞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삶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대표적인 관광코스(?)로 부상하다보니, 스페인 정부에서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순례길이다 보니 도둑들도 번거롭게 그걸 따라다니면서 도둑질하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다만, 대도시 알베르게 (순례자 전용 기숙사형 숙소) 내에서 간혹 순례자들의 지갑을 노린 좀도둑들이 있었다고 하니 그건 조심하도록 하자. 물론, 도둑놈이 나쁜 놈이겠지만, 굳이 탐심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겨울 까미노의 경우 카페가 보이면 바로 물자 충족


여름에는 그래도 문을 연 곳이 많겠지만, 11월만 해도 상당수의 알베르게가 문을 닫고 더구나 어떤 마을에는 아예 숙소는 커녕, 슈퍼도 없는 매우 작은 마을도 있다.


오렌지나 바나나, 물, 초코렛 등은 생명을 유지하기에 필수품이다. 순례 중간부터는 요령이 생겨 카페만 보이면 들어가서 오렌지나 물 등은 꼭 사놓고 했는데 중간에 집도 절도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마을에서 자기로 하고 열심히 갔는데 문 닫았으면 할 수 없다. 다음 마을까지 걸어가야 할 수 밖에. 그러니, 비상식량이다 생각하고 카페가 눈에 보이는 대로 바로 물자 수급하자.



겨울 까미노 - 알베르게에 사전 이메일 체크


한참 걸어간 알베르게가 문 닫았을 때의 황당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겨울 순례길엔 문 닫는 곳이 매우 많고, 아무리 앱상에선 영업한다고 해도 현지에 가면 주인장 마음대로 문 닫는 곳도 있다.

방법은 있다. 그래도 숙소의 이메일 주소는 있을 테니, “너네 오늘 문열었니?” 하고 메일 하나 띄우고 답장을 받고 나서 그날 코스를 결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닫힌 알베르게 문을 열고 들어간 적도 있고, 답이 없는 경우 문 닫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곳은 스킵해서 루트를 짰을 때 대략 70~80%는 맞았던 경험이 있다.


마지막 팁 : 한국 즉석 수프는 훌륭한 비상식량


순례길에 비가 오면 아무래도 체력도 떨어지고, 괜히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일까 우울하게도 된다.

현지 카페에서 식사를 해도 아침에는 따뜻한 음식을 주는 경우가 별로 없다. 계란 후라이 정도가 좋은 음식인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또한 막상 길에서는 적당한 음식을 먹기 힘들 것이다.


그럴 때 추천할 만한 것이 한국에서 파는 즉석 블록 수프이다. 전투식량이나 아니면 기타 업체에서 파는 블록 형태로 된 수프 – 된장국, 북어국 등 국 종류나 말 그대로 수프 – 제품이 있으니 이건 그다지 무게도 안 나가니 챙겨두도록 하자.

아침에 숙소를 나서면서 보온 물통에 수프 하나 넣고 따뜻한 물을 넣어 놓으면 길을 가는 사이 자연적으로 섞여서 길에서 훌륭한 원기회복 음료가 된다. 말 믿어보자. 비 오는 산꼭대기 올라갈 때 그 유용성을 절감하게 된다. 여름 까미노에서도 산을 올라갈 때는 조심스레 추천하고 싶다.



순례길 곳곳에서 만나는 조개 이정표. 삶에도 이런 방향 표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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