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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럽작가 Oct 08. 2020

미라클모닝 발작

자기계발병의 가장 흔한 증상 

미라클모닝 발작: 새벽에 일어나 이부자리에 잠시 앉아있다 도로 기절하는 현상. 



새벽 4시.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 용수철이 튀어오르듯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미처 눈도 뜨지 못한 채 잠시 앉아있다가 얼마 뒤 앞으로 푹 고꾸라진다. 


새벽 5시. 다시한 번 알람이 울린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집어들고 '알람 해제'를 한다. 그런 다음 한 시간 전보다는 좀 더 오래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는다. 잠시 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다시금 어딘가로 엎어진다.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푹 고꾸라지고 연이은 알람에 다시 튕기듯 일어나 어렵사리 눈을 떠 보지만 결국 엉덩이도 떼지 못하고 다시 이불 위로 엎어지는, 동작만 보면 흡사 발작과도 같은 증상을 겪고 계신가요? 저는 이러한 현상을 '미라클모닝 발작'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자신을 위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새벽 기상을 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새벽 기상을 했다는 내용을 덧붙여 새벽 기상의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마치 '이걸 읽고도 새벽기상을 안한다면 그건 네 손해' 라고 말하는 듯한?


새벽녘, 겉보기에는 눈을 감고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마음 속은 전쟁입니다. 그저 좀 더 자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 몸과 새벽 기상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일어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몸과 정신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것이죠. 물론 이 싸움의 승자는 99%, 몸입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면 내일 아침은 꼭 새벽 기상에 성공해서 아침 루틴을 실행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결국 알람을 해제한 채 새벽에 일어나지 못했다는 불편한 마음만 가득인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보통 6시. 때로 6시 30분. 결코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미리 정해둔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다는 좌절감은 상당합니다. 


전날 일찍 잠들면 다음 날 새벽 자연스레 일어나지지 않느냐고요? 글쎄요. 퇴근 후 두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정말 최소한의 공부를 봐준 뒤 다음 날 두 아이가 학교와 유치원에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책을 읽어준 후 아이들을 재우다 보면 일찍 잠든 다는 것은 어쩌면 욕심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워킹맘의 일과는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도 끝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면 잠드는 시간과는 상관없이 새벽 5시 기상에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6시 언저리. 숫자 6이 미워보일 정도입니다. 아니, 숫자가 무슨 죄인가 싶어요. 애꿎은 숫자만 탓하며 그야말로 발작 후 온 몸이 축 늘어지는 것처럼 아침부터 기운이 쭉 빠집니다. 이런 마음이면 늘 아침을 자책으로 시작해야 하니 이건 정말 제 손해입니다. 


애초에 새벽기상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라는 것인데 미라클모닝 하려다 매번 '시도'에 그치는 나를 탓하게 되니 이것 참 곤란합니다. 


발작이라도 해 보는 게 어딘가. 일어나보려고 애쓰는 게 어딘가. 자기합리화 같지만(아니, 그냥 자기합리화 입니다.) 그런 나를 인정하고 이뻐해 줍시다. 당신도 나도 알고 있잖아요? 우리가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게을러서가 아니라 오히려 정말 열심히 사느라 잠이 모자라다는 걸. 


비록 미라클모닝 계획이 시도에 그치더라도 자꾸만 시도해 봐요, 우리. 그런 나를 열심히 칭찬해 주어서 어느 날엔가는 발작 증세가 싹 사라지고 온전한 '미라클모닝'만 남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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