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로 잡혀들어갈 판
긍정확언 허언증: 헛소리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나열하고 틈이 날 때마다 중얼거리는 현상.
'나는 돈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다!'
'내게는 무한한 풍요가 있다!'
'나의 성공은 무한하다!'
어딘지 익숙한 멘트인가요? 혹시 당신의 메모를 훔쳐본 것은 아닌가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천만에요. 제 노트에 적혀있는 글귀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사기 수준입니다. 지금 제 모습에 비춰보자면요. 자기계발병의 또 다른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이 허언증입니다.
사전에 제시된 긍정확언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확언(Affirmation) : 긍정적 주장, 인정, 확인
노트 가득 원하는 바를 써두고 아침에 반도 채 못 뜬 눈으로 게슴츠레 노트에 적힌 확언들을 훑어봅니다. 출근길에는 아침에 보았던 것들을 중얼중얼. 잠들기 전에도 꼭 봐야 한다고 하니 노트를 펼치고 각 잡고 읽어보다 그 위에 엎어져 잠드는 날도 많습니다.
긍정확언이란 모름지기 거울을 보고 크게 외쳐야 더욱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제가 누굽니까? 알았으면 행동에 옮겨야죠. 집에서 가장 만만한 곳, 화장실을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화장실 거울에 긍정확언이 잔뜩 적힌 메모지를 붙입니다. 그 앞에 자리잡고서 고개를 한 번 크게 끄덕여보고는 입을 엽니다. 외치기만 하면 다 이루어진다는데 그거 하나 못할까 싶어요.
네. 못하더군요. '크게' 외치라는데 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입은 분명 벌렸는데 소리는 왜 안나오는걸까요? 내 집에서 내가 쓴 긍정확언을 읽는 것이 이렇게나 눈치가 보일 일인가요? 조금 소리내어 읽다가도 민망해서 이내 눈으로만 훑고 '이렇게라도 했으면 된거지, 뭐. 안하는 것보다 낫잖아?' 합니다.
왜 그랬을까...곰곰히 생각해보니 긍정확언을 적는 순간에도, 중얼거릴 때에도, 그리고 거울 앞에 섰을 때도. 마음 한 구석 어딘가 들려오던 소리를 끝내 지울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진짜......될까?' 하는 의심의 소리. 말 그대로 허언증 수준인데 이게 정말 될까? 하는 그 마음.
그 한 가닥의 의심이 있는 한 긍정확언은 어디까지나 나한테 치는 사기입니다. '책에서 시키는대로 했으니 나는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될거야'라는 알량한 기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나 자신을 설득하지 못했으니 그대로 나를 투영하는 거울 앞에서 속마음을 들킨 것 마냥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밖에요.
허언증을 일삼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내가 뱉은 긍정확언을 진실로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지금 여러분이 되뇌이고 있는 긍정확언의 맨 위에 이 한 줄을 추가하세요.
'나는 진실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