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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Jan 11. 2024

고산병, 죽음의 69호수

150일간 좌충우돌 중남기 여행기



와라즈에 도착한 지도 벌써 4일째 되는 날이었다. 드디어 와라즈를 온 목적인 69호수를 가는 날이 되었다. 전날 하루 푹 쉬었던 탓에 컨디션은 좋았다! 쉬면서 미리 투어를 예약했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69호수는 나와 수호 그리고 숙소에서 만난 은석이와 숙형이 이렇게 넷이서 가게 되었다. 아마 이때부터 민혁이와 정갑이 형 하고는 따로 움직이게 되었던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이동하여 버스를 타고 가게 되었다. 가는 중간에 내려 간단한 아침도 먹고 고산병에 좋다는 소로체와 차도 마셨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고산병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서 그 무서움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69호수에서 정말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69호수 가던 중간에 내렸는데도 이런 애매랄드 빛의 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숙소에는 69호수를 다녀온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어떠냐고 물었는데 대부분이 진짜 힘들다. 거의 죽을 뻔했다. 빡세다. 등등 부정적인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상에서는 진짜 멋지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힘들다고 안 가는 거는 너무 가오 상하니까 한 번 가보자고 했다. 뭐 죽기야 하겠나?(레알 죽지만 않았다..)




산 밑에 도착하여 모두 산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워낙 가파르고 높은 산이며 오랫동안 걸어야 했기에 운동화보다는 등산화를 신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숙소에서 등산화를 하나 빌렸는데 썩 발에 잘 맞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아 일단 신고 걸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69호수라는 의미는 69번째 호수라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얼마나 많은 호수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69번째라고 하니 많긴 엄청 많은 모양이었다. 빙하가 녹아 흐른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라서 그 빛깔은 애매랄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래서 엄청 예뻐서 직접 보고 싶었다.


소가 참 많았다. 안녕 소야 난 일하기가 정말 싫구나 ㅎㅎ


첫 시작은 즐거웠다. 출발할 때 다른 숙소에서 오신 한국인 분들도 많이 만났다. 그중 학교 선생님 세 분이서 함께 오셨는데 연령대가 50대셨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남자 세 분이서 오셨다고 했다. 과학, 역사, 기술가정 선생님이셨다. 2월이라 방학 때에 맞춰 몇 주 정도 남미 여행을 함께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가 헤어지곤 했다. 산을 타 보면 알지만 사람마다 속도가 다 다르다. 빠른 사람도 있고 느린 사람도 있어서 걸음의 속도가 맞는 사람과 함께 걷는 경우가 많다. 난 조금 느린 편에 속해서 나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들이 더 빨리 치고 나가셨다.


초반에는 평지와 약간의 언덕? 정도만 나오더니 한 시간 정도 걷고 나니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는 저 멀리 설산이 보였다. 엄청난 장관과 풍경에 압도되어 걷는 동안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설렘과 흥분을 가지고 출발했던 초반 페이스와 달리 오르막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도부터 탠션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숨이 차오르고 힘든 구간에서는 함께 산행을 하던 은석이와 한국 가요를 크게 틀고 따라 부르면서 오르기도 했다. 몇 시간을 걸었는지 멀게만 보이던 설산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느낌만..


대충 뭐 이런 느낌




대충 3시간 정도 됐으려나 드디어 평지가 나왔다. 중간중간 게울 물이 흘러 뛰어넘고 다녔다. 그런데 그 후에 더 가파른 오르막이 등장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려오는 사람에게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도 제대로 답을 해 주지 않았다. 이제 끝인가? 하면 또 오르막이 나오고, 끝인가 싶으면 또 나왔다. 산행이 계속 이어질수록 점점 숨 쉬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와라즈 도시 자체가 해발 3,000m에 위치해 있어서 69호수는 최소 3,500m 이상에 위치해 있었다. 아마도 4,000m는 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그만큼 높기 때문에 당연히 고산병이 올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산행으로 호흡이 가빠지니 산소는 더욱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참고로 한라산이 해발 1,950m이고 백두산이 해발 2,744m라고 하니 일단 두 산보다 더 높은 곳에서 출발을 했다는 말이다. 얼마나 높은지 가늠이 가는가?


저기 보이는 설산이 엄청 멀었는데 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어느새 난 혼자가 되었다. 함께 걷던 은석이와 수호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앞만 보고 걸었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끝없는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언젠가 끝이 있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만 가지고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오르막을 오르고 약간의 평지가 나오던 순간이었다. 코너를 도는데 저기 멀리서 파아란 빛이 비쳤다.


어?? 저긴가??


드디어 고지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히든 플레이스를 찾은 것처럼 흥분되었다. 저기 멀리 빛만 보이던 게 가까워질수록 형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생고생하여 69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69호수!! 도착!!




도착하고 나니 나 빼고 다 와 있었다. 내가 가장 늦게 도착했다... 심지어 숙형이도 도착해 있었다. 아, 숙형이는 여자아이다.. ㅎㅎ 암튼 정상까지 와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호수가 너무 아름다워서 수영할 뻔했다. 발만 살짝 담가봤는데 거기서 수영했다가는 심장마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무 차가웠다.


사진도 찍고 점심으로 싸 온 샌드위치와 초코바도 먹으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이제 그만 하산하기로 한다. 그렇게 고생해서 왔는데 너무 금방 내려가서 조금 아쉬웠지만 가는 길이 멀기에 얼른 내려가야 했다.


문제는 하산할 때 발생했다. 일단 올라오면서 체력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그리고 산을 타 보면 알지만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 그리고 쓰는 근육도 다르다 보니 더 힘들었다. 무엇보다 신발이 발이 맞지 않아 발가락이 엄청 아팠다. 특히 새끼발가락이 가장 아팠다. 앞으로 체중이 쏠리니 발가락에 힘을 줘야 하는데 그게 신발과 마찰을 계속 일으켜 물집이 크게 잡히게 되었다.


뻘짓


사실 발가락도 발가락인데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머리였다. 하산하기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됐으려나 갑자기 누가 머리를 쥐어짜는 것처럼 엄청 아프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마치 도끼로 머리를 찍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두 발로 걷기조차 힘들 지경이 되었다. 누군가 네발로 기어간다는 말을 했는데 내가 딱 그랬다. 진짜 네발로 기어서 내려가게 되었다.




고산병의 증세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팔이 저리기도 하고, 코피가 나기도 하며 도통 및 구토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나는 두통이 가장 심했다. 내려올 때는 비교적 빠르게 내려왔지만 사실 지금도 어떻게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발도 아파 나중에는 아예 신발을 벗고 맨발로 내려오기까지 했다. 다행히 거의 다 도착했을 때라 발을 다치거나 하진 않았다.


쩜샷... 


그렇게 무사히(?) 버스로 돌아왔을 땐 정말 지쳐 쓰러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제 나에게 트레킹이란 없다! 다시는 안 한다... 고 말이다. 하지만 그 다짐은 며칠 만에 깨졌으니... 와라즈에서 한 번 더 트레킹을 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도 이슈가 있었으니... 레버앤딩 슷토리... ㅠㅠ 와라즈는 그야말로 가장 힘들었던 도시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만큼 추억도 많았던 곳이다.



정상에서 수호와 다른 칭구들과 일하기 싫엉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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