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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Jan 07. 2024

트레킹의 천국 페루 와라즈

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투르히요에서 와라즈까지는 버스로 약 7시간 걸렸다. 남미에서 7시간이면 얼마 안 걸린 것이기 때문에 이번 버스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오전에 출발하여 와라즈에 도착하니 대략 저녁쯤이 되었다. 이번에 우리가 찾아갈 숙소는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아킬포'라는 곳이었다.


와라즈는 워낙 작은 마을 같은 도시라서 숙소까지 찾아가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꽤 많은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콜롬비아, 에콰도르에서는 한국인을 만날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비교적 남미여행에서 유명한 곳은 마추픽추가 있는 페루와 우유니 소금사막이 있는 볼리비아 정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페루는 수도 리마로 입국하는 사람 및 출국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한국인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그때 시기가 2월쯤이라 한국은 방학시즌이었다. 그러다 보니 학교 선생님들도 꽤 많이 남미로 여행 오신 듯했다.


우리가 와라즈를 찾은 이유는 바로 69 호수 때문이다. 69 호수는 빙하물이 녹아 만들어진 것으로 그 색이 애매랄드 빛깔을 띄고 있어서 정말 아름답고 예뻤다. 그래서 그것을 꼭 한 번 보기 위해 와라즈를 들린 것이다. 아마도 다른 한국인 및 여행자들도 그것을 보기 위해 들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69 호수 이외에도 와라즈는 트레킹 할 수 있는 곳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총 3번의 트레킹을 하게 되었다. 사실 등산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와라즈에서는 많이 하게 되었다. 너무 힘들어서 앞으론 트레킹 다시는 하지 않겠다 호언장담을 했지만 역시나 지켜지지 않았다.




숙소를 무사히 체크인한 다음 저녁으로 근처 중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트레킹을 하기 위해 호스텔에서 예약을 하였다.


와라즈에서의 첫 트레킹은 바로 파스토루리 빙하 트레킹이었다. 높이는 해발 5,200m나 되는 굉장히 높은 곳이었다. 하지만 4,200~4,500m까지 차로 이동하여 거기서부터 올라갔기 때문에 실제로 트레킹은 1시간 남짓? 했다. 그럼에도 고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꽤 힘들었다.



출발하기 전 고산병 약인 소로체를 먹었다. 다른 숙소에서 우리와 같은 차량으로 이동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거기엔 한국인들도 꽤 많이 있었다. 차를 타고 한참을 이동한 끝에 도착한 그곳은 생각보다 트레킹 하기 잘 되어 있었다. 바닥이 잘 닦여 있어서 걷기가 편했다.


길이 잘 나있어서 길 따라 쭉 올라가면 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고도가 높다 보니 숨을 쉬는 게 영 불편했다. 심지어는 분명 숨을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충분한 양의 공기가 폐까지 전달되지 않아 턱! 하고 숨이 막히는 경험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들여 마셔야 폐까지 산소가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숨을 쉴 때 의식하지 않아도 쉬어지는 것은 그만큼 공기 중 산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해발 4,500m~5,000m나 되는 곳이기에 공기 중 산소가 많지 않아 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어야만 했다.



한 걸음 옮기는 게 힘들어 3발짝 가고 쉬고 또 3발짝 가고 쉬고 하는 것을 1시간 동안 하다 보니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평지를 걸을 때는 나름 불편하지 않았다. 내 생애 처음 빙하를 봤던 순간이라 신기해서 연신 사진을 찍어 댔다.


함께 동행했던 분들과도 사진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며 그 시간을 즐겼다. 지금까지 남자들하고만 동행해서 오래간만에 만난 여성분들이라 꽤 신이 났던 것 같다 ㅋㅋㅋㅋ


대박인 것은 하산하던 중 갑자기 하늘에서 우박이 엄청 떨어지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비 오는 줄 알았는데 점점 비가 작은 구슬같이 바뀌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박을 피하기 위해 얼른 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차에 탑승을 하니 우박은 더 심하게 떨어졌다. 신기했음..





다음 날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한국인들끼리 저녁을 해 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수호를 만나게 되었다. 수호는 나와 함께 앞으로 페루 여행을 동행할 동생이었다. 남미 카톡방이 있는데 호주에 있을 때부터 남미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미 남미를 다녀온 사람도 있었고 앞으로 갈 사람도 있었으며 현재 가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와 같은 톡방에 있었던 수호는 공교롭게 그중에서 여행 기간이 겹치게 되어 꼭 한 번 보자고 했는데 그곳이 페루 와라즈가 되었다.


수호와는 앞으로 있을 약 한 달간의 페루 여행 내내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콜롬비아부터 시작해 에콰도르 그리고 페루까지 한 달 넘게 동행한 민혁이와 정갑이 형은 와라즈를 끝으로 헤어지게 된다.



장기여행을 하기 때문에 그리고 혼자 여행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자주자주 동행이 바뀌게 된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지 않냐고 말이다. 하지만 어떤 여행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난 미국에서부터 멕시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까지 거의 3개월 동안 5개국을 여행했다. 그때마다 혼자였던 적은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 늘 사람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외롭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물론 유럽이나 아니면 동남아 같이 비교적 여행 난도가 낮은 국가 혹은 짧은 여행을 한다면 동행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난 제주도를 가도 사람과 잘 어울리고 늘 함께 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비교적 외롭진 않았던 것 같다. 다만, 붙임성이 좋아야 하고 타인과 함께 하는 것에 거리낌 없어야 하는 것 같다. 너무 예민하고 자기 기준이 너무 강하면 타인과 섞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난 무던하고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성격이라 더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와라즈에서는 앞으로 일주일은 더 머물게 된다. 그리고 두 번의 트레킹을 더하게 된다. 하나는 유명한 69 호수이고, 나머지 하나는 파라마운트 트레킹이다.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리고 페루에서부터는 동행도 바뀌게 되니 또 다른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는 조금 비슷한 느낌이 강했는데 페루는 주로 해안가를 끼고 도시들이 이루어져 있어서 그 느낌이 사뭇 달랐던 것 같다. 음식도 조금씩 달랐고, 더욱이 관광객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 나라였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페루부터는 여행이 더 다채로워질 예정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생길 예정이니 끝까지 봐주길 바란다. 벌써 페루까지 왔다. 이제 남은 나라가 몇 개 남지 않았다. 그만큼 여행기도 중반부를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난 이때부터 슬슬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웃 티켓을 사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150일 중 약 75일쯤 됐던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무사히 여행이 흘러가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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