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리마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며칠 보내다 이제 슬슬 이동해야 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여행자란 본디 떠돌아다니는 것인데 나에게도 여행자 DNA가 그새 생긴 모양이다. 한 이틀 사흘을 가만히 있으면 이제 좀이 쑤시게 되는 걸 보니 말이다.
다음 행선지는 리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카라는 작은 도시였다. 아마 페루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리마를 1순위로 들리고 2순위가 마추픽추 3순위가 이카 혹은 와라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바로 사막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처럼 만들어진 이카는 인공도시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든다. 그곳에서 1박 2일 정도만 머물게 되었다.
나와 수호는 약 4시간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카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4시간이라니... 지금까지 탄 남미 버스 중 가장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건 지역 이동이 아닌 그냥 동네 마실 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점심때가 되었다. 터미널에서 숙소가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 우린 툭툭이를 타게 되었다. 나름 흥정 아닌 흥정도 하면서 비교적 적절한 가격대로 이동해 올 수 있었다.
숙소는 굉장히 깔끔했다. 그리고 도착하니 숙형이가 숙소에 있었다. 언제 리마를 지나 이카까지 왔는지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참, 숙형이는 와라즈에서 함께 69호수를 등반한 동지이다. 여자 애 혼자서 참 남미를 잘도 다닌다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 셋은 바로 사막투어를 신청하게 되었다! 이는 이카를 온 가장 큰 이유였다.
사막 투어는 기본적으로 버기투어를 겸하고 있다. 울퉁불퉁한 사막길을 버기로 이리저리 해치며 다니다가 스폿에 도착하게 되면 샌드보딩을 하게 된다. 이게 레알 꿀꿀꿀잼이다. 태어나서 처음 사막을 와보기도 했고, 그곳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도 할 수 있으니 이카는 1박 2일로 오기에 딱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더 머물러도 좋지만 진심 투어를 빼면 할 게 정말 없는 도시이다.
숙소에서 예약해 준 투어를 떠나기 위해 준비를 했다. 선셋 투어였기 때문에 해가 지고 나서 복귀하는 일정이라 약간 쌀쌀하다 하여 겉옷도 챙겨갔다. 버기카에는 약 10명 정도 탑승할 수 있었다. 나와 수호 그리고 숙형이 셋과 외국인 몇 명 그리고 다른 한국인들도 있었다. 투어는 약 2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버기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더 스릴 만점이었다. 사실 난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를 잘 못 탄다. 그 막 장기가 분리(?)되는 느낌이 너무나도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기카는 그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놀이기구 타는 느낌이 나서 조금 무서웠지만 이 정도는 괜찮았다.
기사 아저씨는 우리가 소리를 지르고 반응이 좋으면 조금 더 격하게 운전을 해 주셨다. 그렇게 30분 정도 버기를 타고 이동하여 샌드보딩을 할 수 있는 스폿으로 이동하였다. 이거 생각보다 경사가 굉장히 가파르고 또 높아서 조금 무서웠다. 한 명씩 줄을 서서 보드에 엎드린 후 쭉 미끄러지듯 타는 것이었다.
누가 먼저 하냐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왜 인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가장 먼저 타게 되었다. 아마도 가위바위보에 진 것 같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어떻게 내려가나 걱정했는데 막상 내려가니 진짜 재미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탔는데 그때 착지를 제대로 못해서 몇 바퀴를 굴러버렸다. 그래서 온몸에 모래가... 이후에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는데 온몸 구석구석에 모래가 잔뜩 끼어있어서 빼낸다고 식겁했다.
버기투어에 샌드보딩에 정말 재미있는 투어였다! 가격대비 완전 만족하여 이카 여행 또한 성공적이었다. 이후 약간의 휴식을 취하며 석양이 지는 것을 구경했다. 사막에 태양이 지는 걸 보다니 뭔가 낭만적이었고, 멋진 광경이었다. 같이 투어를 한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놀다가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왔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주변 동네를 산책했다. 이카 와카치나에는 작은 인공 호수가 있다. 마치 사막한 가운데 만들어진 오아시스 같은데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거라 그냥 관광지 느낌이었다. 그곳을 혼자 산책하는데 한 페루 청년이 묘기를 부리고 있었다. 저글링 연습을 하는데 옆에서 구경을 했다. 혼자 있을 때는 곧 잘하더니 내가 구경하니 긴장했는지 실수를 연발했다. 그래서 연습하는데 방해될까 봐 인사만 하고 자리를 떴다.
페루를 오면 이카는 완전 강추이다. 리마에서 마추픽추를 가기 전에 한 번 들리면 좋을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이카에서 1박을 하고 난 후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다시 리마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지 고민하며 아침 조식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아는 동생 성진이를 거기서 만나게 되었다. 성진이는 내가 호주 워홀 가기 전에 공항까지 바래다준 친구였다. 성진이도 세계여행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뜻이 잘 통해서 친하게 지냈었다. 그런데 페루 이카에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갑고 신기했다. 따로 연락을 하지도 않았는데 딱 마주쳐서 너무 신기했다. 성진이 말로는 앞을 지나가는데 한국말소리가 너무 익숙한 목소리라 숙소를 잠시 들어왔다가 나를 봤다고 했다.
성진이는 두 명의 한국 남자애들과 같이 동행 중이었다. 영웅이와 병준이었다. 둘은 친구사이로 한국에서부터 남미까지 같이 여행을 왔다고 했다.
성진이와 이야기를 하며 다음 행선지를 이야기했는데 그날 저녁에 마추픽추가 있는 쿠스코로 떠난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된 거 바로 쿠스코로 가야겠다고 결정 내렸다. 수호는 나스카까지 보고 쿠스코로 간다고 하여 나랑은 잠시 헤어졌다. 그렇게 다시금 동행이 바뀌게 되었다.
드디어 잉카문명의 중심 마추픽추가 있는 공중 도시 쿠스코로 이동하게 되었다. 남자 넷이서 또 장시간 버스여행을 할 생각을 하니 설렘반 기대반이었다. 늘 새로운 곳과 새로운 사람은 여행을 다시금 환기시켜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