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남미를 여행하려는 사람의 99.9%는 무조건 이 두 가지는 꼭 보고 간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마추픽추이고, 둘째는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아무리 시간이 부족해도 무조건 이 두 가지는 꼭 보고 간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일주일 남미 여행 오신 분이 있었다. 그분은 딱 두 가지만 보고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오가는데만 거의 2박 3일이니 사실상 여행은 3박 4일한 셈이다. 이렇듯 남미여행의 상징과도 같은 마추픽추가 있는 쿠스코로 향하게 되었으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다 우연히 만난 친구와 새로운 동행과 함께 이동하는 야간버스는 더욱 재미를 더 하게 된다.
이카에서 쿠스코까지는 약 17시간 정도 걸리는 대장정이다. 쿠스코는 공중도시라 불리는 만큼 도시 자체가 엄청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해발 3,399m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딱 고산병이 올락 말락 하는 곳에 있다. 물론 적응하면 괜찮아지지만 말이다.
쿠스코는 과거 잉카 제국의 수도였다고 한다.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한 잉카인들은 꾸스꼬라고 도시 이름을 짓는데 이는 배꼽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세상의 중심이라니 역시 인간은 전부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하긴 과거에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계가 돈다고 믿었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아무튼 우린 공중도시 쿠스코로 이동하게 되었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저녁 9시 차로 예약을 해뒀다. 가기 전에 생필품이나 물 간식거리 등을 사서 터미널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9시가 넘어도 버스는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물었는데 다들 모른다는 말만 할 뿐 버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는데 다행히도 그냥 버스가 연착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가 출발한 시각은 거의 10시가 넘어서 가게 되었다.
17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라 가격이 비싸도 최대한 편한 좌석이 있는 버스를 예매했다. 일명 세미 까마라고 까마는 스페인어로 침대인데 세미 까마라면 그냥 반 침대? 같은 느낌이다. 그냥 우리나라로 치면 우등버스 좌석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좌석은 둘둘씩 하여 나란히 앉았다. 나랑 성진이 그리고 영웅이 병준이 순으로 앉았다. 버스가 막 출발하는데 승무원 같은 분이 오시더나 밥을 줬다. 이건 또 처음 받아보는 서비스라 뭔가 신기했다. 비행기도 아니고 버스에서 기내식을 받게 될 줄이야...? 저녁을 먹고 왔지만 주는데 안 먹을 수 없어서 먹었다. 맛은 뭐... 그냥 그렇다.
밤늦게 우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다행히 버스에는 우리 말고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긴 누가 그 먼 거리를 비행기가 아닌 버스를 타고 가겠는가..? 우리 같은 여행자가 아니고는 그런 수고스러움을 하는 사람은 잘 없었다. 새벽까지 떠들다 곤이 잠에 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해가 완전히 뜬 아침이 됐다. 그럼에도 아직 7시간이나 더 가야 했으니 도착시간을 계산해 보니 오후 4~5시쯤이었다.
인터넷도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오게 된 우린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았다. 그래도 뭐 지금까지 어떻게든 잘 됐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17시간...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면 나름 할만했던 것 같다. 아마도 같이 동행했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쿠스코에 도착한 우린 넷은 과감히 택시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도시에서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아르마스 광장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아르마스 광장은 쿠스코의 중심이다. 세계의 중심의 중심이라 뭔가 더 멋진 느낌이다. 해가 질 녘에 도착한 우린 주린 배를 일단 채우기 위해 근처 KFC로 향한다. 햄버거를 먹고 난 후 짐을 챙겨 숙소를 찾는데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단 2곳이 만실이었다. 확실히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그런지 숙소들이 다 만실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넷이서 한 방에 쓸 수 있는 숙소를 잡았다. 그렇게 퀄리티가 좋지 않아 하루만 묵고 다음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묵은 때를 씻어내고 짐을 풀고 나니 이미 해는 떨어지고 난 뒤였다. 처음 와본 쿠스코라 우린 슬리퍼를 끌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광장 중앙에서 뭔가 행사를 하는 듯 보였다. 인파들이 많이 몰려있어서 가서 구경을 하며 저녁을 보냈다. 그렇게 우린 다시 숙소로 돌아와 내일 옮길 다른 숙소도 찾아보고 앞으로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담을 나누었다. 그렇게 쿠스코의 첫날을 보내게 되었다.
다음 날 날씨가 우중충했다. 그러고 보니 쿠스코에 있는 일주일 동안 날씨는 정말 기상천외했다. 자주 비가 왔고, 자주 맑았다가 거센 바람도 많이 불었다. 마치 제주 날씨 같았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다.
새롭게 옮긴 숙소는 엘푸마라는 곳이었다. 일단 조식이 잘 나오는 곳이었고, 시설도 좋았다. 그리고 마추픽추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한국인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호스텔이었다. 방은 2인실 밖에 없어서 나랑 성진이가 같이 쓰고 병준이랑 영웅이가 같이 썼다.
여기서 이제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예약을 하려고 했다. 가는 방법은 총 두 가지인데 한 가지는 잉카트레일 즉,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다. 가장 무난하고 편한 방법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잉카트레킹이었다. 기차를 타지 않고 온갖 액티비티를 하며 2박 3일 동안 이동하게 된다. 하루면 갈 거리를 2박 3일이라니 난 별로였는데 다른 세 놈의 눈이 반짝이는 걸 보아 나도 같이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여행은 늘 변수의 연속, 원래 가려했던 날짜에 출발하지 못하게 됐다. 이유는 갑자기 영웅이가 몸살이 났기 때문이다. 아마 물갈이를 하는 것 같았다. 계속 토하고 열나고 거의 이틀은 죽어있었다. 그 사이 수호가 쿠스코에 왔다! 그리고 남미 톡방에 함께 있는 동은이와 선영이도 쿠스코에 도착했다. 카톡으로만 대화하다가 처음 보니 뭔가 신기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뤄지던 마추픽추 잉카트레킹 출발일이 다가왔다! 무려 3일 뒤에 출발할 수 있었다. 다행히 영웅이 몸이 다 나아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마추픽추라! 살면서 이곳을 와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기대반 설렘반으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