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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Mar 10. 2024

티티카카 호수 그리고 중년부부

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마추픽추를 다녀온 후 이제 페루의 여행은 끝이 다가왔다. 페루에서만 거진 한 달을 보냈기에 이제는 떠나도 되겠다 싶었다. 다음 나라는 내가 남미 여행을 오게 된 이유인 우유니 소금사막이 있는 볼리비아이다. 그런데 볼리비아를 가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했다. 비자를 받기 위해 쿠스코에 며칠 더 머무르기로 했다. 그 사이 일주일간 함께 동행했던 병훈이와 영웅이는 먼저 떠나갔다. 그리고 성진이는 쿠스코에서 스페인어를 배운다며 더 머물기로 하여 나와 함께 있게 됐다.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1) 여권 사본 2) 황열병접종 증명서 3) 여권 사진 4) 아웃 티켓 5) 호스텔 숙박 예약증 이렇게 필요했다. 활열병접종은 미리 한국에서 받았기에 준비되어 있었다. 여권 사진도 있었고, 해야 될 것은 호스텔 숙박 예약과 남미를 떠나는 비행기 티켓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아웃 티켓 없이 여행했다. 그랬기에 언제까지 남미에 있을지 몰랐는데 여기서 결정을 해야 했다.


쿠스코 야경 엄청 예쁜데 폰이 너무 구려 빛 번짐이 심하다... 물론 내가 사진을 못 찍기도 하지만...


당시 2월 초 중순이었고, 내가 남미를 온 게 11월 중순이었으니 벌써 3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 새해도 맞이했고 한 살 더 먹어서 그런지 남미 온 지 더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 볼리비아와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가야 할 나라들이 많아 언제 떠날지를 정하는 게 어려웠다.


대략 예상을 했을 때 3월 말이나 4월 초쯤으로 생각되어 비행기 티켓을 사기로 했다. 마지막 행선지를 정했고 그곳은 브라질 상파울루였다. 그런데 비행기 표가 어마어마하게 비싸 망설였다. 보통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미국을 경유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가격이 100만 원이 훌쩍 넘어 사는 게 망설여졌다. 물론 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항상 그랬듯 돈보다는 시간이 많았기에 시간을 더 쓰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나라는 어디일까? 한국에서 지구를 관통하면 나오는 곳은 브라질 연안 바다쯤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완전히 정반대에 있는 나라이기에 가장 멀지 않을까? 그래서 어느 나라를 가던 브라질보다는 한국에 더 가까울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비행기 검색을 모든 나라로 켜 두고 가장 싼 곳을 찾았다. 바로 덴마크 코펜하겐이었다. 단돈 40만 원에 브라질에서 덴마크를 갈 수 있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한 다음 날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35만 원에 구입했다. 75만 원이면 굉장히 세이브 한 셈이다. 다만, 한국까지 가는 것만 2박 3일이 걸리는 게 단점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아웃 티켓을 구입하고 볼리비아에서 머물 숙소까지 예약한 후 비자를 받으러 대사관으로 향했다. 준비해야 될 것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비자 발급은 간단했다. 그렇게 난 페루를 떠나 볼리비아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이 모든 작업을 피시방에서 했다는 것이다. 페루 쿠스코에도 피시방은 있더라.




일주일을 넘게 머문 숙소를 떠나야 했고, 그간 정들었던 여행 메이트들과도 이제 작별해야 했다. 항상 늘 그렇듯 떠남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헤어짐은 항상 아쉽고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그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북적이다 이제 다시 혼자가 되니 뭔가 설레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긴장 상태가 되어야 했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들뜬 표정 ㅋㅋ


페루 쿠스코를 떠나 다음 행선지는 푸노를 거쳐 태양의 섬이 있는 볼리비아 코파카바나로 향하게 되었다. 일단 쿠스코에서 푸노까지는 약 7~8시간 정도 걸렸다. 나는 밤 버스를 타고 쿠스코를 떠나 페루 마지막 도시 푸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노에 도착하니 새벽 5시쯤이었다. 졸린 눈으로 대합실에 멍하니 앉아있으니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푸노에는 우로스 섬이라는 게 있는데 무슨 짚으로 만들어진 섬이라고 했다. 난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아 스킵하고 바로 코파카바나행 버스표를 예매하였다.


아침 7시 차라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앉아서 기다렸다. 그런데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되어도 탑승하라는 말이 없었다. 연착인가? 연착이었다. 버스 앞에는 탑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서 있었다. 그런데 연착 시간이 30분을 넘어 1시간이 다 되어갔다. 이미 해가 완연히 뜬 아침이었다.


슬~ 짜증이 나려는 순간 어디선가 한국어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한국인 부부처럼 보이는 분들이 계셨다. 나이대는 거의 엄마 아빠정도 되어 보였다. 말을 걸어 보니 두 분이서 남미 여행을 오셨다며 살갑게 이야기를 건네셨다. 안 그래도 기다리는 게 심심했는데 잘 됐다 싶었다.


두 분은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10년 넘게 하셨다 했다. 두 아들은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두 분만 한국으로 귀국하신다 하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가 미국에서 생활했던 필라델피아에서 지냈다고 말했다. 공통점이 생긴 우린 신나게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어머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연세가 50이 넘으셨는데 두 분이 남미로 여행을 오셨다는 것이다. 웬만한 중년부부는 함께 해외여행을 잘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애초에 우리 엄마 아빠는 두 분이서 해외여행을 아마 한 번도 안 가셨던 걸로 안다.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다른 곳이 아닌 남미를??? 신기했다.


부부 두 분 이외에 함께 다니는 또 다른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헝가리에서 온 젊은 20~30대 부부였다. 그렇게 우린 대화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어느새 시간은 9시를 향하고 있었다. 기다린 지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버스를 탑승할 수 있었다. 푸노에서 코파카바나까지는 약 3~4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다. 중간에 출입국 절차를 거쳐서 시간은 조금 더 걸렸다.


드디어 우유니가 있는 볼리비아에 입성하게 되었다!!




코파카바나는 태양의 섬이라는 곳이 가장 유명했다. 실제로 스페인어로 Isla del Sol라고 하며 영어로 해도 Island of the Sun이라고 한다. 그러니 태양의 섬이다. 이곳은 작은 섬 180여 개 이상의 잉카 유적이 있다. 해발 고도 3,812m에 위치한 볼리비아의 건조한 알티플라노 지역에는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데 태야의 섬은 호수의 서른여섯 개의 섬 중 하나이다.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코파카바나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 함께 온 두 부부와 식사를 했다. 그곳에 유명한 식당이 있었는데 그곳에 가서 해산물 요리를 먹고 각자 숙소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함께 태양의 섬을 투어 하기로 약속했다.


오래간만에 긴 이동이어서 그런지 너무 피곤해 일찍 골아떨어졌다. 무엇보다 숙소에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심심했던 탓도 컸다. 숙소는 1인실로 아마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쓴 1인실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침대도 푹신하고 방도 넓었고,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점만 빼면 완벽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티티카카호수를 보는데 정말 너무 예뻐서 놀랐다. 당시 내가 들고 있던 핸드폰은 다 망가져서 제대로 작동조차 되지 않았는데 그 핸드폰으로 찍어도 예쁘게 나올 정도였으니 실제로는 훨씬 더 예쁜 광경이었다.


날씨도 미쳤고, 티티카카 호수도 폼 미췄다.
저 오리배를 한 번 타 볼껄 그랬다 ㅋㅋ


점심쯤 두 부부와 만나 배를 타고 태양의 섬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동하면서 우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헝가리 부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당시 헝가리도 취업이 잘 안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전문직 종사자임에도 힘든 취업시장 때문에 결국 자국을 떠나 호주로 이민을 갈 예정이라 했다. 그전에 남미 여행을 한 번 해 보자 하여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 세상 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태양의 섬에서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냥 양들이 많았다 정도? 아마 밤에 갔으면 별을 많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려면 섬 안에서 자야 했다. 그런데 숙소 퀄리티도 그렇고 여러모로 낙후되어 그냥 포기했었다. 물론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태양의 호수를 조금 더 즐기기 위해선 섬 안에서 숙박하는 게 좋다.


내가 기억에 남는 건 생각보다 섬이 엄청 크다는 것과 너무 많이 걸어서 힘들다 정도? 그리고 중년 부부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두 사람은 이곳까지 여행을 올 수 있었는지를 그때 이해할 수 있었다.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굉장히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엄청 불평불만을 말하고 심지어 삐지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아주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다. 아~ 두 사람의 쿵짝이 참 잘 맞는구나 하고 말이다. 불평불만을 말해도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면 투덜거리지만 고분고분 다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웃겼다. 우리 집에 있는 두 사람과는 다른 모습이라 조금 신기했다.


덥기도 했고 힘들었지만 풍경만큼은 쩔었던 태양의 섬


태양의 섬에서 바라본 티티카카 호수도 일품이었다! 약 3시간 정도 투어를 하고 우린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 우린 그 길로 작별을 고했다. 서로 이동하는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짧지만 1박 2일 정말 즐거웠다. 부디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길까지 안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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