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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Mar 31. 2024

꿈에 그리던 우유니 소금사막

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우유니는 소금사막 투어가 아니면 따로 할 만한 게 정말 없는 그냥 사막도시다.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작은 마을이 있는 곳으로 약간 신기루 같은 도시처럼 느껴졌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밖을 나가보았다.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투어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투어의 종류는 데이투어, 선셋, 선라이즈 그리고 1박 2일, 2박 3일짜리 투어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난 그중에서 선라이즈 투어와 데이투어 두 가지를 예약하였다.


선라이즈 투어는 새벽 3시부터 아침 7~8시까지 진행되는 투어인데 보통 투어사에서 한인들끼리 팀을 만들어 주어 출발하게 된다. 한 팀은 보통 7~8명 정도로 인원이 다 채워져야 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남미 오픈채팅방에서는 함께 투어를 갈 동행을 많이 구했다. 그런데 조금 신기했던 것은 dslr 사진기를 가진 사람이나 별 사진을 찍을 줄 아는 분들을 구한다고 아예 공지를 해 놓기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처음엔 조금 신기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았다.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하지만 직접 가 보니 왜 그들이 그렇게 사진기를 소지한 사람을 찾았는지 알게 되었다.


투어사를 가니 날짜별로 인원이 몇 명 모였는지 보여주었다. 다음 날 새벽 2시에 출발하는 팀에 합류하여 투어를 예약하였다. 그렇게 무사히 예약 후 우유니 시내를 조금 둘러보았다. 진짜 할 게 너~무 없고 밥을 먹을 만한 식당도 없어서 그냥 마트에서 과자랑 음료 따위를 사서 숙소로 일찍 들어갔다. 새벽에 일어나야 해서 잠을 자려했으나 혹시나 못 일어날 것 같은 부담감에 그냥 밤을 새우기로 했다.


새벽 3시에 투어를 떠나야 하기에 2시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조금 일찍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새벽이 될 때까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금 불안해져서 혹시나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히도 새벽 1시쯤 비가 잦아들더니 나갈 때쯤에는 완전히 그쳤다.


그렇게 7명의 사람들이 투어사 앞에 모였고 우린 우유니 소금사막을 향해 출발하였다. 함께 투어를 했던 분들 중 남녀 두 분은 부부였고, 나머지 4명은 다 여자분이었는데 친구 자매 사이라 했다. 그리고 나는 혼자였다. 다들 너무 착하셨고, 좋은 사람들이라 잠깐의 동행이었지만 너무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 투어 차에 탑승하여 이동하는 동안 다들 들뜬 마음으로 서로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이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동하였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났을까...? 차가 멈추었고, 가이드는 이제 내리면 된다고 말했다.


남미로 여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가장 컸던 것이 바로 우유니 소금사막 때문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이곳을 오기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했고, 많은 것을 포기했을 거라 생각한다. 나 또한 평생에 딱 한 번은 가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많은 준비를 했으며 결국엔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이미 기대를 너무 많이 한 상태라 혹시나 실망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 걱정을 비웃듯이 우유니에서의 시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웠고, 내 생에 가장 찬란했으며 가장 빛났던 순간이었음을 이제야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차량에 내리는 순간, 우리는 입을 다 물 수가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정말 믿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진짜인가? 이게 말이 되나? 내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인가? 믿기지 않는 것들이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우와~ 같은 탄성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다들 헉...! 하는 순간과 함께 그제야 우와~ 같은 탄성이 쏟아져 나올 수 있었다. 우리 눈앞에는 마치 우주 속에 있는 것 같이 수많은 별들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을 봐도 정면을 봐도 별이 보였다. 아니 정면을 보는데 어떻게 별이 보일 수 있냐 이 말이다. 그런데 더 대박인 건 우리가 서 있는 발 밑에도 별이 보였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이 땅에 고인 물에 비쳐 온 사방이 별천지였다.


마치 이곳은 진공상태 우주 속 같았다. 인터스텔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거의 10분 동안 넋이 나가 우와~ 우와~ 대박~ 미친~ 말이 되나~ 이거 뭐야~ 우와~ 같은 탄성과 추임새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곳이 정말 신기한 것은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소음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도심에 사는 우리는 조용한 한 밤중에도 소음을 듣게 된다. 조용한 집안에서도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같은 작은 소음들이 존재하는데 그곳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에 건물이며 심지어 언덕이나 산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에 보이는 건 별, 그것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들리는 건 우리들 말소리와 물 위를 걸을 때 나는 발소리뿐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들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그 경이로운 순간들을 기록해야 하는데 너무나도 아쉽게도 별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아, 왜 사람들이 그렇게 별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사람을 구했는지를 말이다. 너무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우리는 두 눈에 별들을 가득 담아 오게 되었다.


한 동안 우리는 별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눴다. 투어사에서 준비해 준 간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별똥별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3~4개가 연속으로 말이다. 태어나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무려 4개가 연속으로 떨어지는 걸 보다니 정말 신기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주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자연에 압도되어 보면 알게 된다.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지를 말이다. 자연 앞에 서면 인간은 그저 작은 생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수평선 너머 아주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주위로 반짝이던 별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해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해가 조금씩 떠오르면서 주위는 점점 밝아졌고, 우린 사진을 연신 찍기 시작했다. 베테랑 가이드의 사진 찍는 법에 따라 다양하게 찍게 되었다. 사진은 정말 멋지게 나왔고 동영상도 많이 찍으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이제부터 사진을 감상해 보자!!)


내 생애 진짜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러 오게 될 줄이야... 정말 꿈만 같았던 시간이었다. 이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마도 내 생애 한 번은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말처럼 말이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유니는 나의 기대를 150% 아니 200%를 채워주었다. 어떤 곳은 기대를 많이 했지만 기대를 저 버리고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또 어떤 곳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곳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기대를 했지만 기대를 넘어설 수 있었다. 그만큼 좋았고, 아직도 그곳의 장면과 느낌 그리고 감정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시간은 흘러 이제 투어가 종료될 때가 되었다.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우유니 마을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함께 했던 동행자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갔다. 밤을 새웠기 때문에 그날은 그냥 푹 쉬고 오후 늦게 일어나 다음 날 하게 될 데이투어를 예약하였다. 한낮의 맑고 청명한 우유니 또한 감상해야 하기에 데이투어를 예약하고 다음 날까지 우유니에 머물게 되었다.


이로써 나는 그렇게 염원하고 바라던 곳에 이르렀고 그 과정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랬기에 더 값진 선물 같았다. 태어나서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끝까지 해 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단순히 우유니가 예쁘고 좋아서가 아니라 여기까지 스스로 올 수 있었던 경험은 사실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여겼다.


부산을 떠나 호주를 거쳐 미국을 지나 멕시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그리고 볼리비아까지 이르렀다. 벌써 한국을 떠나온 지도 1년 하고 4개월이 흘렀다.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앞으로 가야 할 나라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이 끝이다.


이제 여행은 후반부로 접어든다. 아직은 갈 길이 남았기에 계속 앞으로 나아가 본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나아가 본다.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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