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두 부부와 헤어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여전히 되지 않는 와이파이로 인해 다음 날 묵을 숙소도 예약을 못 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 식당이라도 가서 와이파이를 써야겠다 해서 저녁을 먹을 나갔다. 어디가 좋은지 맛있는지 찾아볼 수도 없어 무작정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어떤 동양 여성분이 말을 걸어왔다.
"혹시... 한국 분이세요?"
한국인들이 참 남미로 여행을 많이 온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분도 혼자여서 혼자 밥 먹기고 좀 무서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 들어간 식당에 다른 한국인 두 분도 있었다. 그래서 우린 합석하여 넷이서 저녁을 먹게 됐다. 겁나 신기했다 ㅋㅋㅋㅋ
난 다음 날 라파즈로 떠날 예정이라고 말하니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여성분이 자신도 라파즈 갈 거라고 했다. 그래서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숙소도 예약 전이라고 하여 같은 숙소를 예약했다. 나보다 한참 어린 20대 초 중반 여자분이었다. 그렇게 저녁을 맛있게 먹고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그녀와는 다음날 버스터미널 앞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음 날 그녀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라파즈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볼리비아 버스는 처음인데 굉장히 낙후된 옛날 시골 버스 같았다. 그걸 타고 6시간이나 가야 하다니 조금 막막했다. 그런데 코파카바나에서 라파즈로 가는 길에 버스를 배에 태워서 가는 구간이 있었다. 배도 엄청 큰 배가 아니라 딱 버스 한 대만 들어갈 크기였다. 위태로워 보였지만 잘 가는 것 같아 안심했다. 버스를 타고 또 그 버스가 배를 타고 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한 번에 두 개의 이동수단을 타는 건 좀 신기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그녀와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런데 무슨 대화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그녀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과 아직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볼리비아는 전반적으로 그렇게 깔끔한 나라는 아니었다. 창밖을 내다봐도 흙먼지가 많이 날리고 정돈이 되지 않은 분위기였다. 아마 남미 국가들 중에서도 조금 못 사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잠깐 잠에 들었다 깨어 보니 어느새 라파즈에 거의 도착해 있었다. 시간은 오후 6시경이었다. 우린 버스에 내려 숙소를 찾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으나 인터넷이 되지 않아 그냥 택시를 잡았다. 그런데 터미널에서 5분 거리였다. 살짝 민망했다. 하지만 떠날 때는 가까워서 좋았다. 그렇게 체크인을 하고 저녁은 숙소에서 내가 공수해 온 컵라면으로 때웠다. 그렇게 라파즈 첫날은 별 일없이 저물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가 조금 아파 보였다. 몸에 힘도 없어 보였고 입맛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현지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그런가 싶어 한식을 먹이기로 했다. 라파즈도 태어나서 처음 오는 곳이다 보니 어디가 어딘지 잘 몰라 처음에는 엄청 헤맸다. 하지만 라파즈 거리를 걸으며 이 나라는 어떤지 구경하는 재미도 조금 있었다. 라파즈는 코파카바나와 달리 도시적인 느낌이 강했다. 수도라 그런지 사람도 많았다. 그렇게 도심을 거닐었지만 좀처럼 식당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걸으니 너무 힘들었다. 겨우 식당을 찾아 들어가게 되었다.
밥을 먹으면 나을 줄 알았던 그녀는 좀처럼 숟가락을 뜨지 못했다. 열도 있는 것 같아 식당 사장님께 말씀드려 약이라도 구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약으로는 안 될 것 같은 상태였다. 식당 아주머니 말로는 아마 고산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하셨다. 아주머니가 손도 따 주시고 약도 먹었지만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머니는 식당 사장님이 운영하는 한인 민박집에서 쉬는 게 어떳냐고 하셔서 그녀에게 물었고, 그게 좋겠다고 하여 사장님 차를 타고 숙소에 있는 짐을 들고 그녀는 민박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갑자기 난 혼자가 된 것이다. 사실 그녀와 우유니까지 함께 가기로 했는데 내심 아쉬웠다.
그렇게 라파즈에서는 다른 건 별로 못해보고 그냥 한식만 혼자 먹고 떠나야 했다. 이유는 다음 도착지가 바로 우유니이기 때문이었다. 난 저녁 7시 차로 우유니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게 되었다. 3일 동안 2개 도시를 거치며 빠르게 이동한 이유도 모두 우유니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숙소였다.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좀 괜찮은 곳을 발견했지만 예약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어서 당일 방문해야 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도착 시간이 새벽 5시였다. 그 시간에 가도 되는 걸까...? 의문을 가진 채 우유니로 떠나게 되었다.
우유니를 가기 위해 터미널에 서 있으니 한국 사람이 엄청 많았다. 역시... 다들 우유니를 보기 위해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파즈에서 우유니까지는 버스로 약 10시간 정도 걸렸다. 오후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이번에도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리고 우유니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4시 반이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 숙소를 미리 정하지 못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랐다. 단지 어떤 숙소가 좋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게 어디 붙어있는지도 전혀 몰랐다. 그래서 그냥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걷기만 했다.
새벽 5시에 과연 문을 열어 놓은 호스텔이 있을까? 당시 2월이었기에 우유니는 성수기였다. 보통 물이 가득 찬 우유니를 보길 원해서 우기 시즌이 성수기다. 볼리비아 우유니 우기는 1~3월이었다. 뿐만 아니라 버스에 탄 한국인만 봐도 지금이 성수기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만실인 곳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고 맞은편에 놀이터가 있었다. 문득 시설이 좋다는 호스텔이 놀이터 맞은편에 있다는 말이 떠올랐고 그 이름이 m으로 시작한다는 게 생각났다. 그리고 호스텔 이름 앞 글자가 m으로 시작하는 걸 보고 아! 거기가 여기구나! 싶었다.
용케 어떻게 잘 찾아오게 된 것이다. 참, 길 하나는 잘 찾는 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자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거의 1시간을 돌아다녀 이미 시간은 6시를 넘어섰다. 청소를 하는 직원이 철문이 열어줬고, 남은 방이 있냐고 물으니 방이 있다고 답했다. 됐다! 드디어 숙소를 찾았다! 심지어 방은 1인실이었다! 코파카바나에 이어 우유니도 1인실이라니 우유니에선 숙소 운이 좀 좋았다. 그렇게 난 그 숙소에서 대략 4박 5일을 머물게 된다.
드디어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우유니에 도착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물이 가득 찬 우유니 소금사막을, 별로 하늘이 가득 찬 광경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다 숙소도 완벽했다. 그래서 모든 게 완벽한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