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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집아이 May 09. 2021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종현 <하루의 끝>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中
손을 뻗어줘 내 목을 감싸줘
좀 더 아래 내 어깰 주물러 줘
지쳐버린 하루 끝 이미 해가 떴어도
난 이제야 눈을 감으니

남들보다 늦게 문을 닫는 나의 하루에
장난스럽게 귓볼을 간지럽히며
하루 종일 다른 세상에 있었어도 우린
항상 하루 끝은 함께 하니까

너의 그 작은 어깨가 너의 그 작은 두 손이
지친 내 하루 끝 포근한 이불이 되고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네게도 내 어깨가 뭉툭한 나의 두 손이
지친 너의 하루 끝 포근한 위로가 되기를
자연스레 너와 숨을 맞추고파

빈틈없이 널 감싸 안는 욕조 속 물처럼
따뜻하게 또 하나도 빈틈없게
서툰 실수가 가득했던 창피한 내 하루 끝엔
너란 자랑거리 날 기다리니

너의 그 작은 어깨가 너의 그 작은 두 손이
지친 내 하루 끝 포근한 이불이 되고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네게도 내 어깨가 뭉툭한 나의 두 손이
지친 너의 하루 끝 포근한 위로가 되기를
자연스레 너와 숨을 맞추고파

맘껏 울 수도 또 맘껏 웃을 수도 없는
지친 하루의 끝 그래도 그대 옆이면
어린아이처럼 칭얼대다 숨 넘어가듯 웃다
어색해진 나를 만나죠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 

                          - 종현 <하루의 끝>


내가 고등학생이 된 후부터였다.


넓은 집에서 좁은 집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그렇게 집은 서서히 기울어져갔다. 대학생이 되었을 땐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고, 과외부터 백화점 알바에 식당 서빙까지 그야말로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문제는 아빠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였다.


평생 세 딸을 키우며 주부로만 살았던 엄마였기에 할 줄 아는 것도, 사회에 뛰어들 용기도 없었다. 처음엔 아빠를 다그쳤고, 그 뒤엔 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3년 후, 더 이상 팔 것도, 희망도 보이지 않자 엄마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안에서 절망으로 그리고 악에 받친 독기로. 취직하기엔 아직 이른 두 딸과 고등학생인 막내딸을 위해 엄마는 '엄마'가 되어야 했다.


식당에서 설거지하는 '아줌마'

호프집에서 안주를 만드는 '주방 이모'


그게 우리 엄마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엄마는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손님들의 담배 냄새, 튀김 냄새, 오징어 냄새에 땀 냄새까지 참 많은 냄새가 엄마를 뒤덮었고, 어깨는 점점 굽어갔으며, 손은 늘 퉁퉁 부어있었으니. 


철이 없었던 나는, 가망 없는 사업에 매달려 있는 아빠를 원망하느라, '돈'을 지키지 못한 엄마를 원망하느라, 또,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세상을 원망하느라 엄마를 보지 못했다. 괜찮지 않은 얼굴로, 괜찮지 않은 건강으로, 괜찮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하는 엄마를 보지 못했다. 그 당시, 엄마에게 필요했던 건 말 한마디였을 텐데...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래서 난 종현의 <하루의 끝>이란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 세상과 힘겹게 맞섰던 '엄마의 삶'이 생각나 목이 멘다. 꼬깃꼬깃 접힌 지폐를 꺼내 내 손에 쥐어주던 엄마가, 땀에 절은 얼굴로 미소를 짓던 엄마가, 그럼에도 늘 미안하다고 눈물을 글썽이던 엄마가 생각나서.


오늘 난,

쑥스러워서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

늘 속으로만 되뇌던 그 말을 엄마에게 전하려 한다.


수고하셨다고. 정말 고생하셨다고.

그리고 엄만 나의 자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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