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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Apr 14. 2022

나 금발 미녀 만난다. 부럽지?

국제결혼에 대한 남자의 시선

한국인과 백인의 결합,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

현대 사회는 정부 관료나 기업인을 넘어 일반 시민들의 국경 간 이동이 매우 활발지면서, 국제결혼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게 되었다. 한민족 국가 이념을 버리지 못한 한국조차 국제결혼한 부부를 찾기 어렵지 않다. 조합은 다양하지만, 간단하게 도식화한다면 한국인 남성-외국인 여성 부부, 외국인 남성-한국인 여성 부부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 국제결혼 커플에 대해서는 각자의 국적 혹은 인종에 따라 서로 다른 시선이 내리 꽂힌다. 한국 사회에서 국제결혼의 상당수는 한국인 남성과 非백인 여성의 조합이긴 하지만 이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이 글의 논의 주된 범위는 한국인과 백인 결혼한 경우로 한정한다.


한국인 남성 - 백인 여성 조합의 경우, 일단 한국 남성은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백인 여성을 쟁취한 남자 본인도 자부심을 느낀다. 유튜브에 "백인 여성 결혼"을 검색하면 백인 여성과 결혼하는 방법이나 백인 여성과 연애하거나 결혼한 남자들의 자랑 섞인 브이로그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인 여성 - 백인 남성 조합의 경우, 상당수 남성들의 시선은 날카로워진다. 미국이나 유럽 본국에서는 별 존재감도 없는 것들이 피부색과 덩치를 무기로 한국 여성들을 쉽게 만난다며 짜증을 낸다. 백인 남성과 만나는 한국 여성들은 한국 남성과의 결합으로는 육체적 만족을 꿈꾸지 못하는 청소 도구로 취급된다. 똑같은 국제 커플인데 왜 서로 다른 시선을 받는 것일까. 나는 여성에 대한 전리품으로서의 인식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남성 간 경쟁의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여성들

여성은 상대의 영토를 정복하면 가장 먼저 차지할 수 있는 전리품이기에 전시 성폭력은 전쟁과 함께 반드시 등장한다. 인권 혹은 민간인에 대한 보호 개념이 없었던 전근대 시기는 말할 것도 없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여러 내전 지역의 모습을 보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인들은 왜구와 오랑캐들의 침략 속에 피해만 당했을 것 같은가. 광개토대왕이 이끌던 고구려의 군대는 과연 만주의 여성들을 신사적으로 보호하며 싸웠을까. 베트남에서의 모습은 또 어땠는가.


국제결혼 시장은 남성들에게 각자의 소유물을 지키고 서로의 소유물을 빼앗기 위한 또 다른 전쟁터이다. 남성들은 자신들과 같은 국적의 여성은 자신들의 소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인 남성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면, 이는 잠재적으로 내 소유가 될 수도 있는 매력적인 여자를 빼앗긴 것이다. 남자의 국적이나 인종에 따라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도 다르다. 만약 동남아 출신으로 보이는 남자가 한국인 여성과 팔짱을 끼고 걸어간다면 폭력 시비를 당할 확률이 높지만, 남자가 백인으로 바뀌면 용감한 한국 남자들은 그냥 뒤에서 씹는 걸로 만족할 것이다. 반면 한국인 남자가 백인 금발 미녀를 꼬시는 데 성공했다면, 국력과 체급 차이를 극복하고 백인 남성의 소유물을 쟁취한 위대한 성취이기에 찬양을 받는다.


이러한 모습은,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 지금보다 더욱 극심했던 시절에 백인 여성과 데이트하는 장면을 들킨 흑인 남성을 살해하고 다니던 백인 남성들, 조선인 여성과 중국인 여성을 강간한 후 일기에 조선과 지나(중일전쟁 당시 중국에 대한 일제의 표현)를 정복했다고 기록한 일본인 군인들이 가지고 있던 인식과 그 맥락이 다르지 않다.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때 피해 여성들의 상처가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민족은 한국 남성을 의미한다. 남성에게 자국의 여성은 자유롭게 연애하며 누구든 만날 수 있는 시민이 아니라 반드시 한국 남성의 소유가 되어야 하는, 자존심이 걸린 재화이다.


한국인 여성을 지키는 방법

이처럼 남자들은 백인 여성과의 결혼은 선망하면서 백인 남성이 한국인 여성과 결합하는 것은 혐오한다. 논리적으로 앞뒤는 맞지 않지만,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니 이해하면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 남자들의 생각처럼, 백인 남성과 만나는 여자들은 단순히 그 사람의 피부색이 좋아서, 강대국 출신이어서, 신체적으로 한국 남자를 압도하는 사이즈를 가지고 있어서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일까?


여성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굳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과, 한국인을 만나면 겪지 않아도 될 수많은 불편한 과정과 시간을 견뎌내며 만나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동등한 인격자로 대우하는 것, 며느리를 동등한 가족 구성원으로 대해주는 시댁 문화, 결혼 후 직장생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보장, 육아 및 가사노동 참여에 대한 기대 수준 등 꽂힐 수 있는 포인트는 많다.


여성들을 적국 남성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갖추면 된다. 여성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여자인 것을 이유로 그를 낮게 평가하지 않으면 된다. 여성에게 시댁에 대한 일방적 봉사를 요구하지 않으면 된다. 결혼 후 커리어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주고, 육아 및 가사노동에 평등하게 참여하면 된다. 한국인 남성들의 모습이 점점 성평등에 가까워지고,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을 때 어지간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빅데이터가 쌓이면 굳이 여성들도 외국인과 번잡한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편안하게 말 통하는 사람과 만나지 않을까. 결혼 시장에서 최고의 무기는 존중과 신뢰다. 남자들이여,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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