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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Mar 25. 2022

퐁퐁남과 정조관념

진정한 설거지 대상은 누구인가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정조 관념

한국사 교과서를 통해  고조선을 배울 때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접하는 내용은 중 하나는 여자들이 정숙하며 음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이는 중국인들이 고조선 사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내용이지만, 당대의 가부장적 관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성들이 진정으로 그러한 모습을 추구했다기보다는 그것을 강요받았으며, 남성들은 그러한 가치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받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에게만 일방적 복종을 요구하는 가부장적 정조관념은 시대에 따라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변화 없이 더욱 굳건하게 계승되었다. 조선 최고의 성군 중 한 명으로 무려 성종(成宗)의 시호를 받은 국왕 이혈은 여성 편력이 심했지만 이는 그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남편에게 부부로서의 신의를 요구한 윤 씨는 폐비되고 결국 죽임을 당했다. 이처럼 여성에게만 정조를 요구하는 악습은 성평등을 강조하는 현대 한국에서도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다.


남자들은 연애경험이 많은 것이 자랑이며, 복잡한 이성관계를 구축한 경우 여성들이 조심해야 하지만 매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같은 남자들도 부러워한다. 반면 여성의 경우 연애경험이 많거나 남자관계가 복잡하면 청소도구로 지칭되는 경향이 여전히 짙다. 매력적인 여성으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대체로 남자 신세를 망치는 팜므파탈로 여겨진다.


퐁퐁남 담론에 담긴 가부장적 가치관

요즘 인터넷 상의 미혼 남성 사회(나는 이들이 결코 전체 미혼 남성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이분법과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다.)에서 핫한 키워드 중 하나는 퐁퐁남 내지 설거지남이다. 이 용어는 수용하는 사람에 따라 포함하는 정도에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로 순진하게 열심히 능력을 갈고닦아 사회경제적 능력을 갖춘 후, 이리저리 몸을 함부로 굴리며 자유롭게 살아온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 결혼하여 더럽혀진 여성의 몸을 설거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유부남을 일컫는다.


퐁퐁남 담론은 여성은 결혼상대 이외의 남성과의 성적 접촉이 매우 적거나 없는 상태가 바람직하며 연애 경험이 많으면 정상이 아니라는 가치관을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퐁퐁남은 있는데 퐁퐁녀는 없다. 남자들은 연애경험 혹은 이성관계의 빈도가 높은 것이 오히려 매력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성매매 경험까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잠재적 오염도는 훨씬 높지만 이들을 지칭하는 혐오 용어는 없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성매매 거래규모는 2002년 기준 24조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성매매를 했던 과거를 숨기고 결혼한 남자, 결혼 후에도 룸살롱을 들락거리는 남자를 세척해주는 퐁퐁녀들의 입장은 누가 대변해주고 있는 걸까. 남자를 퐁퐁남 신세로 만드는 여성들을 비난하는 이들의 신체는 과연 떳떳할까, 아니면 세스코도 고개를 저으며 돌아갈까. 


퐁퐁질, 이왕 한다면 제대로 하자

연애경험이 없는 여성과 연애경험이 10번인 남성이 결혼하는 것과, 연애경험이 없는 남성과 연애경험이 10번인 여성이 결혼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연애경험이 있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면 그것은 오히려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전의 수많은 상대들보다 남은 긴 시간의 인생을 함께할만한 동반자로서 인정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경제적 능력인지, 외모인지 혹은 성격인지는 다른 영역에서 다룰 문제이다. 


이 세상에서 여성을 가장 좋아하는 부류는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들이다. 안티는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진 극성팬의 뒷모습일 뿐이다. 그들은 차지할 수 없는 여성이라면 차라리 신포도로 인식하는 것을 택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 승리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먹힐 뿐 현실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퐁퐁남들은 매력적인 여성들에게 결혼 상대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혐오보다는 자신을 가꾸고 성장시키며, 여성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 한발 더 나아가 사회에서 각종 차별로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해주는 퐁퐁남이 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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