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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비 Jan 12. 2024

10월 둘째 주 축구

2023.10.18

  10월에 들어서자 저녁 날씨가 꽤나 쌀쌀해졌다. 지난주 축구장 이슈로는 구청장 방문이 있었다. 선출직 정치인께서 누추한 곳까지 친히 왕림을 해주시사, 유권자들이 송구스럽기가 그지없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건지 의문 부호가 뒤따랐다. 우려와 달리 구청장은 겸손한 태도를 보이셨고(이것마저 정치인스럽긴 했지만), 생활 체육의 활성화가 구민들의 건강에, 나아가 구민들의 건강이 구정(區政)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나름대로 높은 분이셨다. 옆 나라 일본은 생활 체육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아시안 게임을 시청하며 여러 종목에서 우리에 앞서는 활약을 벌이던 일본 선수단을 볼 때 '생활 체육의 효과가 이렇게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엘리트 체육에만 목매지 않는 그들이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그러다 구청장이 후원회장으로부터의 방한 장갑 지원 약속을 받아내셨을 때! 일본을 부러워했던 마음이 조금은 상쇄될 수 있었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축구하고 뛸 때 손끝이 시리다 느끼는 사람이 나뿐은 아니었던지, 사소한 불편 사항일지언정 구청장을 마주한 김에 털어놓은 단원 언니들 덕분이었다.


손님들의 방문으로 훈련은 조금 어수선해졌다. 공을 충분히 차 보지 않은 채로 곧 경기 시간을 맞았다. 역시 세 팀으로 나뉘었는데, 이번 팀의 구성원 중 과반수는 처음으로 한 팀이 된 언니들이었다. 여태껏 자주 보지 못한, 아니 얼굴을 거의 처음 본 듯한 언니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팀은 에이스 없이도 2전 전승을 거두었다. 돌이켜보니 전원이 열심히 뛰고, 많이 뛰는 팀이었기에 가능했던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역시 축구는 단체 운동이다. 서로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을 공유할 때 패스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패스가 골로 연결되는 확률도 높아지는 것 같다. 나도 옹골찬 어시스트를 받아 1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우리 팀의 연속 두 경기가 끝나고, 다른 두 팀의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었다. 그중 한 팀은 인원이 부족하여 우리 팀에서 한 사람이 골키퍼 역할을 해주어야 했다. 팀원들의 얼굴은 모두 조금씩 지쳐 보였다. 팀 주장 역할을 하던 언니는 두 번째 경기 들어 심판을 보던 코치님께 '아직도 시간이 남은 거냐' 재차 묻기도 했었다. 나 역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아직 힘들다고 말할 군번은 아닐 성싶었다. 용병 골키퍼 역할로 세 골을 막고 두 골을 내주었지만 자원한 골키퍼였다 보니 다들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세 경기를 연달아 뛰었다. 피로감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동시에 컨디션이 매우 좋다는 느낌도 받았다. 어느 정도의 힘듦을 느껴야 그날 충분히 뛰었던 건지 이제는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경기에서는 침착하게 드리블을 하고, 패스를 여러 번 성공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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