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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Oct 24. 2022

지방러의 시선으로 본 지방과 서울

프롤로그 


역마살이 낀 게 분명하다. 30대 중반, 벌써 7번째 지역에 살고 있다. 한 지역에 평균 5년쯤 머무른 셈이다. 내가 거쳐간 지역에는 서울도 있고, 광역시도 있고, 지방 소도시도 있고, 시골 읍내도 있다. 대한민국을 서울과 지방, 두 군데로만 나눈다면 지방에 산 기간이 훨씬 길다. 잠시 서울 물을 먹긴 했지만 나는 지방에서 나고 지방에서 사는 지방러다. 


나에게 서울은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다. 하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과거에 묶여 있는 것이니 지금 나에게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다. 집값으로 몇십억이 넘는 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명문대에 다니는 사람들과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지하철을 지옥철이라고 부르는 곳이고 어딜 가나 차가 막히는 곳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곳이고 연예인들이 사는 곳이다. 그러니까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의 생활이 달라졌다. 코로나는 공평하게도 서울 사람들과 지방 사람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회사에도 가지 않고 학교에도 가지 않고 많은 일을 집에서 해결했다. 만남이 그리운 사람들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비대면 모임이 많아졌다. 지방에 사는 나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코로나 이전에는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 참가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 건 대부분 서울에서 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모임이 많아지면서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아바매글'이라는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고, 브런치 작가 레이블 '팀라이트' 활동도 시작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지방에 사는사람들, 해외에 사는 사람들과도 함께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렇다고 서울과 지방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건 아니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나에게 서울은 궁금한 도시가 되었다. 그들이 먹는 것, 그들이 하는 것, 그들이 가는 곳 모두 궁금했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지방은 초라하고 볼품없고 불편해 보였다. 나는 자주 서울에 가고 싶었고 가끔은 서울에서 살고 싶기도 했다. 역마살이 낀 게 분명한 나도 서울에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역마살보다 강한 게 생계와 집값이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지방을 동경했다. 공기 좋고 여유로운 지방에 살고 싶어 했다. 사실 서울만큼은 아니겠지만 지방도 공기는 안 좋다. 지방 사람들도 여유는커녕 팍팍한 삶에 한숨만 푹푹 쉬며 산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살면 어떤 병도 나을 것 같겠지만 현실은 그냥 노잼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서울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 지방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 지방 사람들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그래서 썼다. 지방러의 눈으로 본 서울과 지방 이야기를.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는 서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서울과 지방을 비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썼다. 내가 서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착각은 내 글에 드러날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더 내 의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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