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에 "가을 국내 여행지"를 검색하면 자랑스러운 우리 동네 순천이 자주 나온다. 순천만 국가정원이야 사계절 내내 좋으니 말할 것도 없고 가을에 더 몽환적인 순천만 습지 덕분이리라.
일단 순천만 국가정원 자랑부터 해야겠다. 국가정원에 갈 때마다 순천시민이라 행복하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굉장히 넓어서 제대로 보려면 하루 가지고는 부족하다. 멀리서 오는 관광객들은 일정에 쫓겨 아쉬운 대로 주요 코스만 보고 돌아가겠지만 나는 자주 갈 수 있으니 구석구석 깊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순천시민 할인도 되고 연간 회원권도 있어서 가격 부담도 없다.
육아휴직 중에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순천만 국가정원에 가는 게 최고의 낙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슬슬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아이가 잠들면 옆에 앉아 책도 읽었다. 물론 그런 건 동네 공원에서도 할 수 있지만 관리가 잘 된 국가정원에서 하면 기분이 다르다.
모두 다른 날 찍은 순천만 국가정원. 집 근처라 행복하다.
봄에는 유채꽃과 튤립, 가을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가득한 곳. 세계 여러 나라 컨셉의 정원과 한국 정원, 작은 동물원이 있는 곳. 산책하기에도 좋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곳. 워낙 넓다 보니 국가정원 안에서 운행하는 열차를 타기도 하는데 제대로 즐기려면 두 발로 걷는 게 최고다.
국가정원이 아무리 좋아도 가을에는 순천만 습지 못 따라간다. 넓게 펼쳐진 황금빛 갈대밭을 보고 있으면 사는 게 아무리 고달파도 잠시 현실을 잊게 된다. 한 낮머리 꼭대기에서 내리쬐는 새하얀 햇빛보다 해질 무렵 비스듬히 비추는 주황색 햇빛이 갈대밭에 더 어울린다. 게다가 해질 무렵에는 몇 분 차이로 눈앞의 풍경이 달라지니 꼭 오후 4시 이후에 가는 걸 추천한다.
같은 날 몇 분 간격으로 찍은 사진.
벌써 또 가을이다. 올 가을에는 순천만 습지에서 파도치는 갈대 사이로 몸을 풍덩 담가보는 건 어떨까. 갈대밭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짱뚱어탕 한 그릇 먹으면 올 가을도 든든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