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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Apr 30. 2020

"제가 우울한지도 몰랐어요"

가면성 우울 원인과 극복법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한 현대사회에서 매번 괜찮은 척, 멋진 척, 좋은 사람인 척 하다 보면 실제 나의 부족하고 찌질한 모습은 숨기게 됩니다. 부족한 나의 모습을 계속 숨기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을 잃어 버리게 됩니다.



내가 우울한 지도 몰랐어요


SNS의 발달과 함께 우리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현실 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남들과 끊임 없이 비교하게 되는 현대 사회에서 타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남들 앞에선 괜찮은 척, 잘사는 척, 아는 척, 있는 척을 하면서 실제 나의 부족하고 찌질한 모습은 숨기게 된다. 문제는 이런 모습을 나 스스로 조차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은 결국 자신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괜찮은 모습만 나이고, 부족하고 어두운 것은 무의식의 세계로 깊숙하게 밀어 넣어 ‘그건 내가 아니다’라고 부정한다. 남들이 걱정할까봐 또는 드러내는 것은 자존심이 상해서 항상 웃는 모습으로 살면서 나조차도, 주변사람까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만성화되어 성인기에 이르면 알콜 중독이나 도박, 신체화 등으로 나타나며 의식되진 않지만 무의식 층에서는 깊은 우울과 무기력, 공허함 등이 자리 잡게 된다. 



가면성 우울이란


가면성 우울은 ‘우울한 기분이 마치 가면을 쓰고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이다. 가면성 우울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이 문장으로 설명될 수 있다.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 무섭고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고, 그래서 이 감정을 피해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착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겉으로 부모님의 칭찬을 받고자 착한 행동을 하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마음 속에 짜증과 이기심이라는 부정적인 마음이 있다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내 안에 모순되는 두개의 감정이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칭찬을 받기 위해 매번 착한 감정과 행동만을 하고, 스스로 조차도 이기적인 속마음을 내 마음에서 아예 없애고 무시하려고 한다면 이런 감정들은 무의식에서 그림자처럼 억압되고, 숨게 된다. 착한 마음을 가지는 나와 이기적인 마음이 드는 나, 두 개의 모습이 모두 나의 모습이지만 밝고 좋은 페르소나만 나인 양 살게 되면 결국엔 그림자가 수면위로 얼굴을 내밀게 된다. 



가면성 우울임을 알게 되고 오히려 편안해진 A씨의 이야기


A씨(38)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호감형의 적극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 사람은 많아도 사소한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는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다리 골절로 인해 입원기간이 길어지면서 직장 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이 중단되었는데, 이때부터 마음이 혼란스럽고 힘들어서 상담을 왔다. 


A씨는 초등 저학년일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할머니에게 보내졌다. 밝고 명랑한 A씨는 왠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정작 A씨에게 필요한 부모님의 관심은 받을 수 없었고. 오랜만에 보는 부모님은 사사건건 나무라기만 했다.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부모님은 어린 A씨에게 방 한 칸만을 구해준 채 혼자서 살게 했다고 한다. 


A씨에게 그 방과 그 때의 기억은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친구에게도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고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상담에 와서야 그게 부모에게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었고, 고아가 된 것 같은 심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A씨에게 집은 밖에서 들어와서 쓰러져 자는 공간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눈을 뜨면 학교에 갔다가, 학원 가고, 친구 집에 가서 늦게까지 놀고 오는게 즐겁고 행복했고 그 방에서의 기억도 별로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지금은 힘들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왜 이렇게 힘들고 우울한 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알고 있는 나와 실제 속 안의 내가 너무 다른데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담에서는 마주하기 어려웠던 민 낯의 내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많은 시간을 울었다. 그렇게 과거의 내면 아이를 위로하면서 조금씩 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가면성 우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지침 


step1 덜 밝고 덜 명랑하게 살기 

인간은 사회화를 위한 외부 안테나와 본능에 충실한 내부 안테나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A씨의 외부안테나는 과잉 발달되었고 내부안테나는 고장이 나버렸다. 그런 A씨에게 덜 밝고, 덜 친철하게 행동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마음에도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적용되는데 외부에 집중된 에너지를 내부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덜 활발하게 살다 보면 내부안테나가 작동이 되기 시작한다. 즉 자신 안의 묻어둔 힘든 감정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step2 떠오르는 감정 바라보기

모든 만물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걸 아는 것처럼, 밖으로 향한 움직임을 멈추고 머물러야만 내면 안에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던 나머지, 내부안테나가 작동이 잘 안되었다. 외부에 대한 시선을 거두고, 자신에게 집중해야만 그동안 부끄럽고 창피해서 내 것이 아니라고 여겼던 감정들이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느끼는 것부터가 마음 돌보기의 시작이다. 


step3 떠오른 감정에 이름 불러주기

새로운 공간에 갔을 때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는 당황스러워 한다. 그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알아주면, 그 때야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음 돌보기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외면해온 감정들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내 안에 정식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감정’이란 것은 모른척하면 통제되지 않지만 누군가 알아주고 위로해주면 불안이 낮아지면서 감정조절이 가능해진다. 


세상이 빛과 그림자의 이중적 구조로 되어있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순되는 두 개의 감정이 마음 안에 함께 공존하는 것을 허락해야한다. 밝음과 어두움, 솔직함과 비밀스러움, 이타성과 이기성, 칭찬과 질투 등 대립되는 감정들이 마음 안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내 안에 긍정과 부정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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