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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Sep 06. 2020

저는 왜 사소한 일에도 자꾸 화가 날까요

분노하고 후회하지 않는 방법에 대하여

어떤 내담자들은 사소한 일에도 치밀어오는 분노를 참기 어려워서 저를 찾아오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분노를 없애는 것에만 집중하지만, '분노를 없애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피부 속 깊은 곳에 염증이 있는 상황에서 피부 표면에만 데일밴드를 붙이는 것과 같은 행동입니다. 억압된 감정이 분노로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차근히 살펴보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말이죠. 


분노조절이 어려운 A군의 이야기


A군(32세)은 아직도 대학생이다. 현실에서 친구는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도 분명하고 적극적인 편이다. 그러나 집에선 평소엔 잘 지내다가도 신경이 예민해지면 분노조절이 잘 안된다며 상담에 왔다. A군은 담담한 톤으로 크게 문제 되는 건 없는데 어린시절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버리고 싶다고 한다. 엄마의 착한 아들이었던 A군은 유치원 때부터 바쁜 부모님을 대신하여 저녁이면 동생을 챙기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놀다가도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 동생을 데리고 와서 불 꺼진 어두운 집에 열쇠를 따고 들어가는 것이 너무 싫었었다고 한다. 엄마의 칭찬과 관심이 중요했기에 거절은 못하고 짜증난 마음은 동생에게 많이 풀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엔 A군은 친구들과 자주 싸우게 되고 학교에서 적응이 어려워졌고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이 없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때부턴 운동을 하고 건장해지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들과 잘 지냈으나 방학이 되면 마땅히 연락할 친구도 없었고 다들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대학교 학과 동기들, 동아리 선후배들, 또는 군대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 받을 것이 사라지면 관계도 끝나는 것 같았다. 믿을 수가 없었고 관계가 끝날것만 같아서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맞추려 노력할수록 관계가 끝났을 때의 허무함과 분노는 더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 가끔씩 별일 아닌 일에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하는 생각에 분노가 터져 나와 관계를 망치고 자책한 적도 많다고 했다.     

A군은 자신의 마음속엔 “마그마처럼 검고 진한 끈적거리는, 사이즈가 너무 커서 크기를 말할 수 없는 용암처럼 분출될 수도 있고.. 밖으로 나와서 굳으면 누군가 다칠 수도 있는 커다란 덩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마음속에 있을 때는 통제할 수 있으나 사소한 일로 일단 밖으로 튀어나오면 그 순간부터는 통제불능의 영역이라고 한다.  



욱하는 것은 참은게 많을 때 일어나는 현상


사람은 기본적으로 성장을 위한 추동(drive)을 갖고 태어난다. 추동은 자신을 표현하고 발산할 때 긍정적 에너지의 힘인데 성장하는데 필요한 체력과 같다. 하고싶은 일을 할 때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런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하고 참고 인내하는 수동적인 태도라면 추동에너지는 부정적으로 전환되어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해치게 된다.     

분노는 추동(drive)과 같은 뜻인데 에너지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될 때를 말하는 단어다. 원래는 분노도 우리의 삶을 열심히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으나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기면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삶의 중심이 자신에게 있을 때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성장이 일어나고, 삶이 타인중심으로 살게 되면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처럼 에너지도 삐뚤어진 형태로 자리잡는다.     

사람들은 분노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느끼기 때문에 분노조절장애를 극복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해서든 분노 감정에 초점을 두고 분노를 없애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음 안에 있던 분노에 막상 방아쇠가 당겨진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것도 효과도 없고 의미도 없다. 마치 피부 속 깊은 곳에 염증이 가득 찼는데 겉에만 대일밴드를 붙이는 것과 같다.     


분노조절장애라는 것은 항상 긴장상태에 놓여있는 사람이 방아쇠가 잘못 당겨져 실제 물리적 공격을 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별것 아닌 일로 화가 나기 시작하는데 마음속에 있던 뜨거운 용암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화가 분출하는 그 순간에는 자각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리곤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저 후회하기 급급하다.     

분노조절이 안되는 사람들은 반드시 터지기 전에 참았던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삶의 중심이 자신에게 일관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과 타인중심 사이를 혼란스럽게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타인을 배려해서, 관계가 멀어질까봐, 또는 갈등이 두려워서 타인중심으로 참고 있다가,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서면 가슴속에 쌓아두었던 분노가 자기중심적으로 터져나온다. 분노의 대상은 참고 배려했던 대상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시점이 어느 때인지 모르나 방아쇠가 잘못 당겨질 때 쌓여있는 분노의 덩어리가 터져나온다.     



분노조절을 위한 3단계 


그럼 분노조절은 어떻게 해야하나? 겉으로 드러난 분노를 다루는 것은 표면적 처방에 불과하다. 분노를 건강하게 풀어낼 방법을 알지도 못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지 못해서 자신이 원치않는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평상시에 참고 쌓아두고 있는 자신의 감정들을 보살피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1. 터지기 전에 참고 있는 감정 알아차리기

오랜시간 억압이 지속되면 자신이 참고있는지 조차 모를 수 있다. 따라서 참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자신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이 자기답게 사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2. 억압된 감정에 이름 붙이기

감정문제는 주로 자신에 대한 무지로부터 온다. 억압된 감정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해결할 방법도 모르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자극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경험속에서 막연하게 느꼈어도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모를 때 문제가 생기므로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의 색과 농도, 크기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3. 나 전달법으로 감정 표현하기

나 전달법은 나의 감정을 일으킨 상대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열거한 후에 내가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내가 느낀 감정의 원인을 상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기에 안전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자기감정의 존중은 건강한 자아를 만들고 관계에서도 적절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건강한 어른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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