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소장 Mar 30. 2023

엄마에게 이젠 말벗이 필요없다.

자식자랑하던 엄마가 그립다


2주전 즈음 엄마에게 갑자기 치매증상이 찾아왔다. 말도 횡설수설하고 어눌하고 소변도 잘 못가리시고... 그렇게 일주일을 그러시더니 다시 치매증상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때부터 말을 안하시고 잠만 주무신다. 거실에서 같이 있자고 해도 누워있겠다고 하시고, 물어보면 대답은 제대로 하시는데 한문장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엄마는 삶의 전부가 자식이었다. 한평생 자식만을 위해서 사신분이라 자식자랑을 참 잘하신다. 조금 과할때도 있고 연세가 드시면서는 정보를 왜곡해서 듣는 내가 민망할때도 있다.  우리 아이들은 다 분가를 한 상태라 내가 퇴근해서 집에오면 얘기하고 싶어하신다. 


작년부터는 레파토리는 10개 정도, 스토리 전개는 5문장 이내로 제한되어있다. 엄마가 말하시는 주제는 첫문장부터, 둘째문장, 마지막 문장까지 난 다 알고있다. 시작하는 첫음만 들어도 난 다 알 것 같다. 몇개 되지 않고 내용도 길지 않는데 난 웬만하면 딴짓하면서 대충 듣거나 남편에게 자리를 양보했었다. 


그런데 이제 엄마의 자식자랑하는 목소리가 그립다. 요새는 엄마얘기를 다 들어줄껄하는 후회되는 마음이 들어 눈물이 자주 난다. 근데 엄마얘길 다 들어주었으면 아마 내가 치매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새벽에 꿈을 꾸었다. 엄마가 배낭을 매고 작은 손가방을 들고 먼길을 떠난다고 신발을 신고 나서는 것이다. TV를 보고 있던 나는 깜짝 놀래서 엄마를 붙들며 가지말라고 울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겁이나서 바로 엄마방에 가보니 엄마는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계신다. 난 엄마한테 꿈얘기하는데 울음이 쏟아졌다. 난 매번 또 운다. 아직 돌아가시면 안된다고... 정신차리고 말도 좀 하시라고 엄마손을 잡고 울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