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면 보통 인터뷰 '당하는' 것을 상상하기 마련인데, 사실 인터뷰는 남녀 간의 소개팅과도 같다. 내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자리이면서, 회사가 내게 맞는 회사인지 내가 판단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나 중요한 경력 전환을 앞두고 있는 인터뷰라면 더 그렇다. 20년 가까이 안정적인 대기업 여러 곳을 다니다 직원수 200명도 되지 않고, 설립한 지 5년 남짓 된 회사에 몸을 담가볼까 하는 상황이니 오히려 내가 더 까다롭게 회사를 살펴봐야 한다.
각각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나는 나와 밀접하게 일할 가능성이 있는 Co-founder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이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대화가 잘 통하는지 여부다. 그다음이 호감이 가는 사람인가 여부다. 마지막으로 향후 어떤 제품을 내놓을 것인지, 어떤 비즈니스로 확장할 것인지였다.
COO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 나와 관심사가 비슷했다. 이 친구는 처음 보면 다소 강해 보이는 인상 때문에 어려워 보이지만,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환한 미소로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CTO는 자유분방한 사람 같았다. 힙한 모자를 쓰고 활기찬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고, 톤이 높은 목소리에 친근감 있는 화법을 구사했다. Co-founder인 COO와 CTO 모두 대화가 잘 통했고,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아직 해야 할 것이 많아 보였다. 현재 이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단 하나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도 할 것들이 아직 남아있었다. 게다가 풀고 있는 이 문제를 이제는 여러 나라에서 풀고 싶어 했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 그리고 앞으로는 유럽 시장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이 회사가 앞으로 할 일이었다.
한국 대표는 한국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서 만났다. 알고 보니 동문이었다. 이 때문인지 친근감 있는 표정으로 '제가 선배님을 인터뷰하는 건 좀 그렇고 서로 편하게 대화를 나누시지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국 대표가 입사하게 된 이유를 들어봤고, 한국 비즈니스 상황, 그리고 회사 분위기 등을 물어보았다. 짧게나마 회사 사무실도 둘러봤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무실에 있지는 않았다.
이렇게 3번의 인터뷰를 마쳤다. 그리고 이제 피드백을 들을 차례인데, 이 회사 대표인 W는 바쁜지 피드백을 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다시 W에게 연락해 피드백을 들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
싱가포르 지사 설립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단 시작해보시죠.
바로 이 회사에 입사하기에는 너무 아무것도 없었다. 싱가포르에 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싱가포르에서 어떤 일을 할지 회사에서는 아직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가 역으로 대표에게 싱가포르 지사를 내보자는 제안을 한 셈이니 당연하다. 물론 언젠가는 싱가포르에 지사를 낼 생각은 하고 있었고, 어떤 일을 하면 좋겠다는 희망이야 회사에서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화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이것을 구체화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내가 맡아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는 한국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내게 물었다. 개인적인 일로 12월 경 가려고 했다고 하니, W 본인과 일정을 맞춰달라면서 항공편은 지원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대표 일정에 맞춰 11월 경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렇게 개인 여행 겸 회사 일로 한국을 2개월 만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