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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o Dec 29. 2019

한 달 살기에도 가끔은 근사하게

매력적인 가격의 쿠알라룸푸르 호텔 뷔페

나와 아이가 쿠알라룸푸르로 온 지 한 달이 지날 무렵부터 연말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 줄곧 이야기하던 남편이 정말 일정을 한 주나 앞당겨 크리스마스 자정 무렵에 이곳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그는 바쁜 연말에다 무리해서 앞당긴 일정에 맞춰 업무를 마무리하느라 쉴 틈 없이 미팅을 진행하고 연일 야근으로 입술이 부르튼 채 안쓰러운 몰골이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긴 시간 떨어져 지내다 두 달 만에 낯선 이국땅에서 만나니 그 순간만큼은 중년의 아저씨에서 10여 년 전, 추운 겨울 퇴근길 회사 근처 지하철 역 앞에서 계란빵을 사들고 기다려 나에게 설렘을 주던 그때 그 고시생 오빠로 보였다. 공항에서 보자마자 눈물을 쏟은 중년 아저씨에게 그리 반가웠냐고 물으니 비행기를 탑승하는 순간까지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아내와 아들의 얼굴이 보이니 스트레스가 봄눈 녹듯 사라지더란다. 그런 그에게 주책맞다 핀잔을 줬지만, 속으론 나와 아이에게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선물 같은 시간을 지원해 주기 위해 홀로 허전하게 지냈을 남편의 시간이 느껴져 내심 미안했다. 그리고 얼굴이 반쪽이 된 남편과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쿠알라룸푸르의 호텔 뷔페를 다녀왔다.

지난달 '한 달 살기에도 한 번쯤은 호사스럽게'라는 제목으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Mandarin Oriental Hotel)'에서의 '호캉스' 글을 작성하였고 글의 주제는 쿠알라룸푸르 고급 호텔의 매력적인 가격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렇다. 쿠알라룸푸르는 전 세계 체인의 5성급 이상 고급 호텔을 타 지역 대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숙박뿐만 아니라 '다이닝(dining)'도 해당된다.

한국에서 고급 호텔로 분류되는 뷔페의 평균 가격대는 1인당 10만 원 이상이다. 물론 이곳 쿠알라룸푸르의 호텔 뷔페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의 한식과 일식 섹션을 보유하기에 동일 선상에서 뷔페 가격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한 달 살기 엄마들에게 한 번쯤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호텔에서 식사를 추천하는 이유는 기대 이상 저렴한 가격대에 다양한 음식 문화가 혼재된 말레이시안 푸드를 평균 이상의 맛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Four Seasons Hotel Kuala Lumpur

토요일 점심에 방문한 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큐레이트(Curate)'로 KLCC 수리아 쇼핑 몰 바로 옆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Four Seasons Hotel)' 6B층에 위치하고 있다. 예약은 유선으로 당일 가능하였고, 우리는 12시 오픈 시간에 방문하였다. 가격은 1인당 RM 98링깃, 우리 돈 3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으로 26개월인 아이는 무료였다. 이 금액은 평일과 토요일의 런치 뷔페 가격으로 일요일에만 진행하는 '선데이 브런치'의 경우는 보다 높은 금액이며 메뉴 구성도 다르게 진행된다.

말레이시아 새우 국수 '호킨미'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과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인이 국민의 다수이기에 육류 섹션의 메인은 모두가 먹는 양고기이며 일부 소고기로 만들어진 소시지와 카레가 있다. 더운 나라답게 해산물은 구색이 다소 빈약하지만, 선도는 신선하였고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맛있었던 음식은 누들 섹션의 얼큰한 새우 국수 '호킨 미'와 '치킨 누들'이다. 물론 '락사' 도 있지만, 나는 매콤하고 진한 육수의 '호킨 미'를 좋아한다.  특히, '호킨 미'가 유명하다는 식당 몇몇을 방문하면 늘 위생적인 부분이 우려가 되었는데 호텔 레스토랑답게 깔끔하고 맛도 좋았다.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파스타와 갓 튀겨낸 크리스피 한 치킨 윙 등 무난한 웨스턴 음식 섹션과 카레 등의 인도 요리는 화덕에서 구워낸 '치즈 난'이 특히 맛있었고, 디저트 코너의 과일과 케이크류도 신선하고 다양했다. 특히, 한 번쯤 맛보고 싶지만 따로 사 먹기가 애매했던 쫀득쫀득 달콤한 말레이시아 전통 떡 '온데 온데(onde-onde), 노냐 케이크(Nyona Cake)부터 캐러멜 같이 생긴 야자나무 수액을 끓여서 굳힌 '팜슈가' 등 말레이시아 전통 디저트 음식도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디저트류는 한국인의 입맛엔 많이 달지만 블랙커피와 곁들이니 맛있게 맛볼 수 있었다.

 '큐레이트(Curate)'

아이는 꼬치구이 '사테이'와 중국식 생강 닭찜을 좋아했고, 치즈 난도 맛있게 먹었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특히 아이에게 웃어주고 인사를 나누며 환영하는 문화는 쿠알라룸푸르의 어디를 가나 느끼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따듯함이다. 두 달만에 만난 남편과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모처럼 맛있는 식사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토요일이었다.

이곳 '포시즌스 호텔'에는 뷔페 레스토랑 외에도 딤섬이 유명한 중식당이 있고, 주중 딤섬 런치 또한 부담 없는 가격에 맛있는 딤섬을 맛볼 수 있어 인기라고 한다. '포시즌 호텔' 뿐만 아니라 '샹그릴라'와 '풀만 호텔' 등의 중식당도 유명하고, '힐튼 호텔'의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도 수준급이다. 개인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공유의 시대' 답게 이곳의 다양한 호텔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와 리뷰는 국내 포털사이트와 구글링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겨울 가족 여행지였던 삿포로의 가이드분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아무리 좋은 경치의 관광지를 쉼 없이 다녀도 식사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 여행 후기는 늘 나쁘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 한 달 살기 아이들의 가이드는 엄마이니 만큼 좋아하는 취향에 맞게 쿠알라룸푸르에서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혹은 엄마도 조금 게으르게 보내고 싶은 주말에 국내 대비 부담 없는 가격대이기에 한 번쯤은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도 한 달 살기 여정의 맛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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