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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o Nov 16. 2019

우기에 떠나는 말레이시아 누들 로드

'락사'를 싫어했던 몽키아라 아줌마

한국인에게 말레이시아의 대표 음식으로 많이 알려진 국수 '락사'(Laksa)를 싫어했다. 10년 전, 출장지로만 며칠씩 머물다간 이곳 말레이시아에서 도착 첫날, 첫 끼 식사로 먹은 '락사'는 특유의 비릿함으로 말레이시아 음식을 좋아하지 않은 계기가 되었고 덕분에 이곳으로의 출장도 꺼려했다. 반면에 태국 출장은 익숙하고 맛있는 음식과 타이 마사지 등의 이유로 나를 포함 모두가 어떻게든 업무 연관성을 엮어 가고자 했던 인기 출장지였다.

몽키아라 도착 첫 날 부터 찾은 'BUSABA THAI'

사람은 경험에 의해 학습되고 그로 인해 취향도 생기는 것인데 태국 식당이나 베트남 식당에 비해 말레이시안 식당은 내가 서울에서 살고 있는 거주지가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임에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한남동엔 수많은 이탈리안, 프렌치 등의 유러피언 식당과 경리단길의 필리핀 식당, 우사단길 곳곳에 아프리카와 아랍 레스토랑도 찾을 수 있고 광희동 일대만 가도 울란바토르 못지않게 많은 몽골 식당과 러시안 식당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게나 유행이라는데 막상 나도 그리고 말레이시아 한 달 살이 엄마들에게도 음식 문화조차 제대로 알려진 게 없을 만큼 아직은 생소함이 더 많은 곳이다. 그래도 많은 한국 엄마들이 이곳에서의 한 달 살이에 도전하고 있고, 조금씩 보다 많은 경험과 정보가 공유되고 있기에 이번 편은 말레이시아 국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긴 시간을 계획하고 다시 찾은 ''쿠알라룸푸르'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는 국가인 만큼 인접 국가인 중국, 인도,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와 음식 문화를 주고받아 어디까지가 말레이시아 음식인지 그 경계도 모호할 만큼 아시아 음식의 용광로와 같은 곳이다. 처음 '락사'를 먹었을 때, 코코넛 베이스에 레몬그라스와 각종 향신료가 혼합된 걸쭉한 국물에 고등어와 마른 새우의 비릿함이 느껴져 딱 한 끼를 제외하곤 체류 내내 태국 식당이나 중식당만 찾을 만큼 말레이시아 로컬 음식에 대해 무지하고 경험이 없었다. 이건 서울에서 동네 칼국수 한 사발 먹어보고 사골 육수의 정갈함이 일품인 안동국수나 진한 닭 육수의 명동 칼국수는 먹지도 않고 피하고 보는 격이었다.

'Ying Ker Lou' 의 판미

칼국수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좋아할 말레이시아 국수 '판미' (Pan Mee)는 가게마다 스타일이 달라 정확히 규정하긴 어렵지만, 맑은 멸치 육수 베이스에 면을 굵기에 따라 기호에 맞게 선택하는데 이날 함께 방문했던 이곳 한국 엄마들은 모두 손으로 넓게 밀어낸 수제비스러운 면을 선호해 동일하게 주문했다. 내가 살고 있는 11월부터 1월까지가 우기인 이곳은 해가 쨍쨍 내리쬐다가도 늦은 오후엔 한차례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는 '스콜'이 있기 때문에 비 오는 날이면 바지락 칼국수 생각이 간절해지듯 이곳 동네 엄마들과의 브런치 장소로 가까운 '판미'집을 종종 찾곤 한다.

GO Noodle House @ 1 Utama Signature bursting pork balls
'고누들'은 맑은 육수의 간도 세지 않아 아이도 좋아한다.

한국 엄마들에게 사랑받는 판미 국수 체인점 '고누들' 이곳은 아이와 같이 가도 무방할 만큼 넓고 쾌적하며 스태프들의 서비스도 친절하다. 여느 '판미'집과 마찬가지로 국수 스타일과 육수를 선택하는데 이미지로 선택이 가능해 사진을 보고 누구나 고르기 쉽게 되어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해 대표 메뉴인 미트볼이 들어간 맑은 육수의 판미를 주문했는데, 사이드로 피쉬볼 등을 주문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여러 곳에 지점이 있고 나는 원우타마 (KL 1 Utama Shopping Centre) 내에 있는 지점을 방문하였다. 특히 이곳은 유치부 이상 남자아이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하고픈 AirRider와 실내 서핑장이 있어 주말이면 아이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붐비니 평일 방문을 방문을 권한다.

Champ's Bistro #Bangsar
대표 메뉴 'Dam Shiok Hokkien Prawn Mee’

마지막으로 발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인도 대중가요를 가게마다 크게 틀어 혼이 쏙 빠진 '리틀 인디아' 쇼핑을 마치고 서둘러 그랩을 불러 젊은 친구들의 약속 장소로 선호한다는 방사(Bangsar) 지역으로 이동하여 쾌적한 방사 쇼핑센터(BSC) 내에 아시아의 미슐랭으로 알려진 'Miele Guide 2009'에 선정된 'Champ's Bistr'를 찾았다.  말레이시아의 얼큰한 새우 국수의 고향이 페낭이라더니 낭설은 아닌지 이 집 또한 Penang based cuisines이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Dam Shiok Hokkien Prawn Mee’ 편히 얼큰한 '새우 국수'라 부르는데 돼지뼈와 새우로 우린 육수인데 나는 왠지 이 국수에서 뒷맛이 달큼한 꽃게탕의 국물 맛이 느껴졌다. 앞서 언급한 국수들이 10링깃 (RM10) 초반대의 저렴한데 비해 한 그릇에 35링깃으로 세금 포함 총 40링깃(RM40)을 지불했다. 이곳에선 비싼 가격에 속하나 식당이 속한 방사 쇼핑센터가 고급스러운 곳으로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엄마들이 매콤한 국물이 생각날 때, 방사 쇼핑센터도 구경할 겸 고급스럽게 혼밥 하기에 좋은 곳이다..

푸드 코트에서 저렴하게 먹은 '새우 국수'

예전에 근무했던 직장에서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인 고기 국수 전문점을 단체로 갔는데 같은 팀 직원 하나가 다 같이 먹는 메뉴로 주문 한 제주산 돼지 수육 특유의 넓은 비계 부분을 일일이 다 뜯어 그릇 밖으로 버리는 것을 보고 나와 다른 직원들 모두 내색은 안 했지만, 그녀가 제주도 여행을 가 본 적이 없거나 제주산 돼지고기를 먹어 본 경험이 전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삶이 그러하지만 음식도 경험치이다. 아직 이곳의 국수라 불리는 음식들의 만 분의 일도 모르지만, 적어도 첫 번째 '락사' 덕에 생긴 말레이시아 국수에 대한 거부감이 이곳에서 새롭게 먹어 본 국수들로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40대에도 여전히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들이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에 대한 지식은 마치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경유하는 '부탄'에서 야크와 산양을 키우는 소년들의 영어 실력이 대치동 학원 뺑뺑이 애들보다 훨씬 더 잘한다는 것을 많이 모르는 것만큼 협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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