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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가치

자산에 시간이 붙으면 이자, 비용에 시간이 붙으면 과태료가 된다.

by 신수현

시간의 가치, 시간에 따라오는 것들


“시간이 지나면 자산은 이자를 발생시키고, 비용은 벌금을 초래한다.”

살면서 가장 공정한 것은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고, 일 년은 누구에게나 365일이다. 하지만 이 공정함은 시간이 ‘지나는 것’에만 해당하며, 시간이 ‘무엇을 가져오는가’는 전혀 다르다.

같은 1년이 지나도 어떤 사람은 자산이 늘어나고, 어떤 사람은 빚이 증가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요즘 내가 자주 되새기는 문장이 있다.

“자산과 시간이 만나면 복리가 되고, 비용과 시간이 만나면 가산세가 된다.”


1. 자산 + 시간 = 복리의 마법

은행에 100만 원을 예치하면 이자가 붙는다. 3%의 이율 가정 시, 1년 후에는 103만 원, 2년 후에는 106만 원… 단리도 좋지만, 복리의 세계는 더욱 매력적이다. 이자에 이자가 붙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100만 원을 연 5% 복리로 10년간 두면 162만 원이 되고, 20년이면 265만 원, 30년이면 432만 원이 된다. 그냥 모아두기만 했는데, 시간이 내 돈을 두 배, 세 배로 만들어준다.


즉, 돈이 많아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아끼고 다루는 것이 부자가 되는 길인 것 같다. 짠테크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하루 1,000원씩 아끼는 이유는 그 1,000원이 30년 후에 100만 원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작아 보일지라도, 시간이 그것을 크게 만든다.


우리는 ‘돈’의 단위만 보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단위는 ‘시간’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시작했는지가 중요하다. 투자의 성공 여부는 타이밍이 아니라, 시간의 길이에 달려 있다.


2. 비용 + 시간 = 벌금(가산세)의 그림자

반대로, 지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를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대표적인 예가 세금이다. 세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가산세가 붙고, 연체료가 더해져 결국 본래보다 훨씬 큰 금액을 내야 한다. 100만 원의 세금이(10% 가정 시) 1년을 넘기면 110만 원이 되고, 2년 후에는 130만 원이 된다. 이는 복리가 아니라, 징벌적 누적이다.

세금은 어차피 내야 할 것이며, 시간을 미룬다고 유예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내야 하는 것도 세금이며, 죽어서도 내야 하는 것도 세금이다.


이것은 세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카드값을 미루면 이자가 붙고, 건강검진을 미루면 질병이 악화되어 치료비가 증가한다. 작은 정비를 미룬 자동차는 큰 수리비를 초래한다. 지출은 미루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진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 ‘시간의 역습’이 보이지 않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지출은 자산과 달리, 시간이 아군이 아니라 적이다.


3. 같은 시간, 다른 결과


A는 매달 10만 원을 적금한다. 5년 후 그는 600만 원과 약간의 이자를 가진다.

B는 매달 10만 원을 카드 리볼빙으로 돌린다. 5년 후 그는 600만 원의 카드빚과 엄청난 이자를 지게 된다.


같은 돈, 같은 시간, 하지만 완전히 다른 인생이 된다.

짠테크는 ‘아끼는 기술’이 아니다. ‘미루지 않는 삶’이다. 할 수 있을 때 적고, 모을 수 있을 때 모으는 것. 그리고 지출을 제때 처리하고, 필요 없는 지출을 시간 안에 끊어내는 것. 그것이 짠테크의 본질이며, 자산을 지키는 기술이다.


4. 내 통장에 흐르는 시간


나는 요즘 내 통장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 돈은 언제부터 있었는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었는가?

나간 돈은 왜 나갔고, 들어온 돈은 왜 들어왔는가?


돈의 흐름을 시간의 흐름과 겹쳐놓으면, 내가 얼마나 시간을 아꼈고 낭비했는지가 보인다. 카드값이 나간 날은 보통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었다. 충동이 강했던 그날의 몇 분은 한 달의 이자로 돌아왔다. 반면, 아무것도 사지 않았던 날은 몇 달 뒤 통장에서 자산으로 나타났다. 시간은 돈이 되고, 돈은 다시 시간을 만든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싸다(본전의 시간)

시간은 언제나 비용과 함께 움직인다. 해야 할 일은 ‘지금’ 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

납부해야 할 세금, 갚아야 할 카드값, 시작해야 할 저축… 그 어떤 것도 지금보다 더 저렴해지는 순간은 없다.

지금의 1만 원은 내년의 1만 원보다 작아 보이지만, 지금의 1만 원이 가져오는 시간의 가치는 내년보다 훨씬 크다.

오늘 1,000원을 아끼면, 그건 단순히 1,000원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이름의 친구를 내 자산 쪽에 붙이는 일이다. 그렇게 언젠가, ‘시간이 이자를 낳고’, ‘내가 만든 시간이 나를 먹여 살리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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