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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어야 진짜 돈이 보인다.

by 신수현

술을 끊어야 진짜 돈이 보인다.

내가 술을 끊은 이유는 단순 명료하다.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예전엔 술 마신 다음 날도 멀쩡히 출근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30살 때 종합검진에서 “간 건강하다”는 칭찬을 들었지만, 지금은 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술과의 첫 만남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였다.

22살, 부서 주임과 소주를 맥주잔에 따르며 누가 더 많이 마시나 내기하던 그때부터였다. 술이 좋아서라기보다, 술을 빌려야만 꺼낼 수 있었던 감정들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술이 센 편이다. 나는 약한 편이지만, 아버지와 오빠들도 술을 즐겼다.

언니, 나, 동생 셋이서도 자주 모여 술자리를 가졌다.

나는 안주를 좋아했다.

평소 쉽게 먹기 힘든 음식들이 술안주로는 손쉽게 다가왔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술 없이는 퇴근길이 즐겁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술이 아니라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진짜 술을 좋아했다면 혼자서도 마셨을 텐데, 나는 혼술을 하지 않았다.


20대에는 체리소주, 레몬소주 같은 과일소주를 즐겼고, 요즘은 커피맥주, 자몽맥주, 하이볼 같은 걸 좋아했지만, 이제는 모두 멀리했다.


술은 돈을 훔쳐간다


술 마시던 시절을 돌아보면, 돈을 모은 기억이 없다.

카드값 대부분이 술자리에서 나갔다.

비싼 곳도 아니었는데,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영수증을 볼 때면 씁쓸했다.


문제는 단순한 지출만이 아니다. 과음한 다음 날 출근이 힘들었다.

쓰러질 때까지 마시는 스타일이라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를 때가 많았다.

몸도 지쳤고, 근태도 엉망이며, “아프다”는 말 뒤엔 “전날 또 과음했겠지”라는 시선이 따라붙었다.


신앙생활을 하며 술을 끊었던 시기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때였다.

그때는 술을 멀리하고 술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고 사회생활이 늘어나면서, 한두 잔으로 시작한 술은 점점 자리를 넓혔다.

영업직으로 전환된 후에는 술자리가 일처럼 느껴졌다.

매일 자정을 넘겨 귀가했다.


문제는 술값만이 아니다.

술이 부르는 예상치 못한 지출도 있다.

택시비, 대리운전비. 수원에서 화성까지 대리비는 5만 원. 혼자 마셔도 나오는 금액이다.


술이 드러내는 진짜 모습

술자리는 나를 드러낸다.

그중에는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될 모습도 있다.

말실수, 감정 폭발, 후회스러운 이야기들. 술을 끊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술을 좋아했던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사람과 대화가 필요했던 것임을.

술을 끊으니 식비도 줄었다.

어떤 이는 “소주가 얼마나 한다고 그래”라 말할지 모르지만, 술과 안주, 귀가 비용, 다음 날 회복 비용까지 합치면 결코 적은 지출이 아니다.

인간관계는 술 없이도 충분하다

술 없이도 함께할 수 있는 즐거움은 많다.

술이 있어야 인간관계가 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마치 내 옷을 벗고, 숨기고 싶은 상처를 강제로 드러내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계약도 술자리에서 이뤄진다고 믿지만, 계약은 술자리가 아니라 회사에서 이뤄진다. 식사나 술로 일의 신뢰를 대신할 수 없다.

술은 상처를 지우는 게 아니라 키운다

술은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문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술은 가정과 일을 무너뜨리고, 상처를 잊게 해주는 게 아니라 더 깊게 만든다.

성경은 술을 멀리하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술 마시지 말란 얘긴 없지 않냐”라고 하지만, 그 경고의 의미는 분명하다. 술이 인간에게 이롭지 않다는 것.

돈을 벌고 싶다면, 술을 멀리하라.

정말 축하할 일이 있다면 집에서 와인 한 잔이면 충분하다.

술 없이도 삶은 풍요롭고, 인간관계도 깊어진다.

술이 아닌 대화, 술이 아닌 신뢰로 사람을 만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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