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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교내 공모전 시부문 최우수상 (1등)

by 신수현 Mar 17. 2025

무겁고 어두운 동굴로 떨어진다

그리고 수많은 어두운 모래알들이 내 머리 위를 덮는다

팔도 없고, 다리도 없어, 뚫고 나갈 수가 없다

하늘에서 무거운 물줄기가 나를 적셔준다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나에게 팔, 다리가 생겼다


동굴 안이 답답해 나가려고 했다

나의 팔이 한쪽이 잘렸다

난 다시 동굴 안에서 기다렸다

다시 한번 하늘에서 무거운 물줄기가 나를 적셔준다

부러졌던 팔이 다시 자랐다


동굴을 나가려고 머리를 내밀었다

눈이 부셔 나갈 수 없다

머리는 동굴밖에 나의 발은 아직 동굴 안에 있다

용암같이 뜨거운 빛에 내 머리가 벗어진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말라버릴 것 같다

또 한 번 하늘에서 무거운 비가 나를 적셔준다

나에게 모자가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만진다

머리껍질도 벗겨버리고 부서질 것 같은 팔도 만지작 거리며 팔을 떼어버렸다

난 소리를 지를 수 없다

나에겐 입이 생기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많다

머리껍질이 벗어진 친구도 

팔이 떨어진 친구도

발도 뽑혀간 친구도 있다


커다란 거인이 나에게 온다

나의 팔다리 머리를 움켜쥔다

나의 몸은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

친구와 같은 뜨거운 불로 던져지는구나

불에 던져지는 순간 껍질이 벗겨진다

그리고 또 다른 동굴 속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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