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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정기결제'

숨을 쉬고 있는 이 시간, 움직이지 않는 그 순간에도 돈은 지출된다

by 신수현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 숨을 쉬는 그 순간부터 부모님이 부담하는 병원비, 우유, 기저귀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육비, 학원비등 숨을 쉬는 순간부터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숨이 멈추는 그 이후에도 세금이라는 돈을 부담해야 한다.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돈은 끊임없이 빠져나간다.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돈은 계속 지출된다. 외출하지 않아도 지출되는 차량 렌탈료, 아파트 관리비, 임대료, 대출이자, 보험료등...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어떤 형태로든 돈이 필요하다는 이 현실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고정 지출, 삶의 필수 조건


아침에 눈을 뜨면 집안의 공기가 쾌적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 이유는 공기청정기가 밤새도록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밖을 바라보면 해가 이미 떠올랐지만, 커튼은 여전히 닫혀 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전동커튼은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정해진 시간에 맞춰 빛을 차단하거나 허용한다. 이 모든 편리함 뒤에는 일정한 전기요금이 숨어 있다. 우리가 잠자는 동안에도 냉장고는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인터넷 공유기는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작동한다.


집을 나서서 회사나 학교에 가는 순간부터 돈은 더욱 빠르게 나간다. 버스나 지하철, 자동차 기름값, 보험료, 차량 유지비 등 이동을 위해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들이 있다. 직장에서는 일하는 공간을 이용하기 위한 비용이 직접적으로 드는 것은 아니지만, 월급에서 자연스럽게 차감되는 세금과 보험료로 나타난다. 점심을 먹는 데 드는 비용도 일상적이고 필수적인 지출이다. 도시락을 준비해 점심값을 아끼려 해도 재료비와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추가로 소모된다.


움직이는 모든 순간이 돈


퇴근 후 헬스장이나 요가원에 가서 건강을 챙기려 해도 돈이 든다. 공원에서 달리기를 하려면 편한 운동복과 러닝화를 사야 하고, 이 운동화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숨을 쉬기 위해 운동을 하고, 운동을 하기 위해 또 돈을 지출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여가를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영화관에 가거나 OTT 서비스를 구독하면 정기 구독료가 계속 나간다. 집에서 편히 쉬고 싶어도 집을 유지하는 비용,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구독료,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월세와 관리비, 공과금은 매달 정확히 찾아온다.


가끔은 여행을 통해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지만,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여행을 가지 않고 집에 머물면 돈이 덜 나갈 것 같지만, 사실 집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에도 생필품을 소비하고 생활비는 계속 소모된다.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는 현실


사실 우리가 숨을 쉬는 데에도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이 표현이 단순한 비유가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편히 쉬기 위해 사용하는 침대와 가구들, 여름에는 시원함을, 겨울에는 따뜻함을 제공하는 냉난방 설비 모두가 돈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비용들은 우리가 숨을 쉬고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다.

병원을 찾는 순간에도, 몸이 아프지 않아도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을 받는 비용이 발생한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 또한 피할 수 없다. 건강보험료, 각종 세금, 연금,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공서비스까지도 우리가 숨을 쉬는 동안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출하게 만든다.


이런 고정적이고 필수적인 지출은 우리 삶에 끊임없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아도 매달 정기적으로 나가는 비용들이 우리의 재정을 압박한다. 따라서 현명한 소비와 적절한 지출 관리가 중요해진다. 무엇보다 돈이 나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관리하고 계획해야 한다.



몇 달간의 실직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수입은 줄어드는데, 고정지출과 대출이율로 인해 비용은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 외에 수입은 없었고, 장년의 나이로 취업의 문은 더더욱 힘들어졌다. 우연히도 학교 행정직으로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 근무제로 1년간 근무하게 되었다. 이곳에 입사하려면 건강검진, 결핵검사등 비용이 8만 원이 들었고, 하루 일하면 4만 원 정도인데, 학교 앞 속도위반으로 6만 원의 과태료 고지서를 받아야 했다. 움직여도 번 것보다 많은 돈이 지출된다면 차라리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나마 움직이지 않는다면 지출해야 할 돈은 더 늘어날 것이다.

결국, 살아 있는 순간마다 돈이 지출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 현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숨을 쉬는 것마저 돈이 드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지출의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무한한 비용의 순환 속에서 최소한의 안정과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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