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지출 데이, 간헐적 지출

소비가 멈춰지면 보상이 돌아온다.

by 신수현

� 무지출데이, 소비를 멈춘 날의 기록


“오늘도 무지출 성공!”


처음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자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에 '무지출데이'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요즘은 지출보다 무지출이 많아졌고, 필요한 것만 구입하고, 배달음식은 월급날 나를 위한 보상이 아니면 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엔 단순한 게임처럼 시작했다. 돈을 쓰지 않는 하루를 만드는 것. 하지만 이 하루가 모여 내 삶의 방향까지 바꾸게 될 줄은 몰랐다.


무지출이란 무엇인가?


무지출(No Spend Day)이란 말 그대로 하루 동안 단 한 푼도 지출하지 않는 날을 뜻한다. 단순히 카드 결제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커피 한 잔, 편의점 간식, 택시비, 불필요한 앱 결제 등 ‘습관성 소비’를 멈추는 하루다.


많은 이들이 무지출을 시작하면 처음엔 의심한다.
“하루 안 썼다고 뭐가 달라져?”
“스트레스만 받지 않을까?”

그런데, 무지출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꾼다. 특히 미래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1. 무지출이 바꾸는 소비 습관


무지출을 실천하다 보면 소비를 멈추는 날보다, 소비를 ‘의식하는 날’이 많아진다.
지출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소비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왜 이걸 사려는 걸까?”
“정말 필요한가?”
이 질문이 습관처럼 떠오른다.

무지출은 마치 잠시 멈춤 버튼과 같다.
일상이 휘몰아치는 와중에 버튼 하나 눌렀다고, 내 속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 속도는 다음 소비를 바꾸는 기준이 된다.

그 결과, 충동적인 지출이 줄어든다.
‘이왕 마트 왔으니 이것도’
‘기분 꿀꿀하니 달달한 거라도’
이런 소비를 몇 번 거르다 보면, 무지출보다 더 강력한 ‘필요한 소비’만 남는다.


2. 무지출을 나에게 보상하는 방법


무지출을 달성한 날, 나는 나에게 보상을 한다.
돈이 아닌 방식으로.

✔ 기록을 남긴다.
✔ 반신욕을 한다.
✔ 좋아하는 음악을 오래 들으며 멍을 때린다.
✔ 오래 미뤄둔 책 한 권을 꺼낸다.


돈을 안 쓰는 하루에, 시간과 마음을 쓴다.
그 하루를 채우는 방식은 소비보다 더 풍성할 수 있다.

무지출을 할수록 ‘돈 말고도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건 결국 돈의 절약을 넘은, 감정과 시간의 관리이기도 하다.

3. 무지출은 불편하지 않다

무지출은 종종 ‘참는 것’, ‘억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무지출은 나에게 여유를 주는 날이다.


외식 대신 집밥을 먹는 날


쇼핑 대신 산책을 나가는 날


택시 대신 느긋하게 버스를 타는 날


앱 결제 대신 직접 책장을 넘기는 날


무지출은 ‘덜 쓰는 날’이 아니라 더 느끼는 날이다.
불편해 보일지 몰라도, 불편함은 곧 자극이고, 자극은 곧 감각의 회복이다.

우리는 너무 자주, 아무 감각 없이 결제한다.
터치 한 번, 결제 완료.
무지출은 그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느린 감각 속에서 ‘삶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다시 끌어온다.


4. 돈을 안 쓰는 것이 곧 나를 돌보는 것


무지출은 결국, 돈이 아닌 ‘내가 나를 돌보는 하루’다.

✔ 소비의 유혹에서 나를 단단하게 지킨다.
✔ 필요와 욕망의 경계를 분명히 해준다.
✔ 계획 없는 소비로부터 내 재정을 보호한다.
✔ 정서적 충동을 다른 방법으로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 모든 것이 돈 한 푼 쓰지 않는 하루에 시작된다.

무지출을 삶에 한 페이지로

처음엔 지출을 줄이려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삶을 디자인하기 위해 무지출을 한다.
이 하루가 쌓이면 소비 패턴이 바뀌고, 지출이 계획을 따르고, 재정이 안정된다.

무지출은 나에게 경제적 여유를 주는 동시에, 정신적 여유도 선물한다.

오늘도 무지출을 기록한다.
소비 없는 하루가 남긴 건
내가 소비보다 더 큰 존재라는 믿음이다.

keyword
이전 08화인생은 '정기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