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다른 사람이 해주었으면 하는 일을 하라." 기독교, 유교, 불교 등등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엇... 요즘도 윤리라는 과목이 있나? 왠지 되게 옛날 사람 같은 느낌의 단어라서 타자를 치다가 순간 흠칫했다. 몇 안 되는 독자 분들께 말씀드리지만 나는 그렇게 옛날 사람은 아니다 ^^.(이런 말 하는 자체가 옛날 사람임을 입증한다는 조언은 받아들이지 않을 예정이다...) 흠흠. 시덥잖은 얘기는 넣어두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나의 고등학교 시절 윤리 시간에 '황금률'이라는 얘기를 배웠다. '남이 내게 해주길 바라는 대로 남에게 행하라.' 라는 이야기를 여러 존경받을 만한 종교 지도자 및 철학자들이 하셨다는 것이다.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수업을 들으며 생각한 것은 '아니,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성인(聖人)이나 종교적 지도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였다. 흠... 철없던 나는 이 당연한 말의 무게감이 전혀 와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이를 먹고,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도 하다 보니 점점 그 한 문장의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일정한 때가 지났을 무렵부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한 문장이 왜 황금률이라고 불리는 지를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남이 내게 해줬으면 하는 대로 남에게 행하라.'라는 한 구절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최근 이슈가 되는 몇몇 사건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작년 서희초 교사 사건이나 올해 김포시 공무원 사건 같은 이슈들 말이다. 결국 모두 상대방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여 발생한 안타까운 일들이 아닐까?
이런 극악한 예시들은 사기업의 서비스 업종에 더욱 넘쳐난다. 콜센터 직원들의 고충이라든가 상품 판매 직원들이 종종 경험하는 진상 손님과의 조우는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청에서 일하다 보면 민원이 없는 곳이 드물고, 나 또한 민원인들과 열띤 대화를 나눈 적이 제법 있다. 보통 유선상으로 많이 접하였는데, 매우 진노하신 분들이 자주 시전하는 용어에는 '너 거기 어디냐?'와 '가만 두지 않겠다'가 대표적인 듯하다.
가끔 '가서 불 지르고 나도 같이 죽겠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심약한 나는 움찔움찔 놀라고는 한다. 물론, 그 말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굉장히 드물 것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기에 대답은 침착하고 공손하게 하지만, 요즘 세상이 워낙 다양한 일들이 다양하게 일어나는 시대가 아니던가?!
최근 '을' 중의 '을'이 되어버린 공무원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그저 잘못을 반성하고 시정을 약속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수밖에는 큰 도리가 없다. 내 선에서 욕먹고 끝나면 다행인데, 일이 커져서 더 윗선으로 올라가게 되면 민원인뿐만 아니라 상사들에게도 다시 머리를 조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하도 머리를 조아리다 보니 가끔은 신발 바닥보다 정수리에 먼지가 더 많이 묻어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하하하 엇, 눈에서 땀이....
그런데 내가 겪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끔 장애가 있는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민원인들을 응대할 때 장애가 있어 보탬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복지부서 같은 곳에서 장애인 관련 민원이 들어왔을 때, 직원 스스로 장애가 있다고 커밍아웃하며 응대하면 상대방의 태도도 조금 누그러든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끔 직원보다 장애등급이 낮은 민원인이 와서 푸닥거리를 하는 일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본인의 장애등급을 밝히면 게임 중에 고렙의 상대를 만난 것처럼 상대방도 슬금슬금 주변을 정리하는 일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기뻐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진상 응대 시 나름의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분노 게이지가 full을 넘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사람들을 볼 때면 종종 생각한다. '아니, 저게 저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가?' 하고 말이다. 아마 화를 낸 당사자도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일이 많지 않을까? 결국은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상대방을 '막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인지했기에 자신의 모든 부정적 에너지를 쏟아내는 일들이 생기는 것 아닐까 싶다.
우리 그르지 말자. 사람이 사람을 막 대할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겠는가?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그런 불합리한 언행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함'이란 개념은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유사하다. 그래서 예부터 내려오는 속담이나 격언들이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 '나' 자신부터 그 선함을 노력해 보면 좋겠다. 상대방에게 막말과 쌍욕을 시전하여 괴로움을 주는 것이 인생의 큰 즐거움일 수도 있을 테지만, 기왕이면 방향을 바꿔서 좋은 말과 선한 행동으로 주변에게 기쁨을 주는 신선한 행동도 뜻밖에 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혹시 도전해 봤는데도 기쁨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하실 분들은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 등과 같은 선각자들에게 먼저 이의제기를.... 퍼퍼퍽)
그렇게 많은 이들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다 보면, 장애가 있어 사회생활에 장애를 겪는 일 따위는 없는 희망찬 미래가 밝을테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