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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물결, 솟구치는 출렁임으로

특집 / 가을의 플레이오프 2차전 노트

by The Answer

*참고 : 이글은 브런치북과 연계하지 않고 발행했던 글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오프 특집의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밝힙니다.


프롤로그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 돈키호테 중에서 -



그들은,

우리는,

이룰 수 없는 꿈은 "없다"는 희망을 품어

푸른 물결을 일렁이는

강한 바람을 일으켰고,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없다"는 믿음을 가져

기적을,

그 기적이 현실이 된,

그들의 열정과

우리의 간절함이 일궈낸

오늘.


그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이겨냈기에

혼자가 아닌 함께 견뎌왔기에

어제의 패배는

그저 연승을 위한 도움닫기였다는,

그렇게 여겼기에

얻어낸

오늘.


저들의 불꽃은

다시 우리에게로,

어제의 좌절은

오늘의 환희로,

내일의 기대로

바뀐,

믿을 수밖에 없는

오늘.


76.5%

첫 번째 승자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과거의 그것을 믿고 싶어 하는,

믿어야 하는,

저들의

희망.


잡을 수 없다고,

닿을 수 없다고

저 가을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저들의 소망대로,

원하는 대로,

그저 바라만 볼 것인지.


한 계단씩

한 걸음씩

포기 없이 다가서서

지금에 이른,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

쏟아져 내린다는

믿음

우린 이미

그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음을

기억하리.




저들의 소망은

우리의

미래로.

그들은 강하다.

아니, 강하다고 믿었고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저들의 손끝은 무뎠고

우리의 그것은 날카로웠으며

저들의 덕아웃은 차갑게 식었고

우리의 3루는 뜨겁게 달아올랐기에

어제의 차디찬

좌절은

오늘의 뜨끈한

환희가

되었다.

가을은 뒤늦게 2차전을 시청했다.

아들과 그의 친구들이 넓은 잔디밭에서 치고 달리고 던지고 받기로 약속했기 때문.

덕분에 그들과 넓은 그곳에서 재미나게 야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을의 신경은 온통 경기 결과에 곤두선 상태였다.


2회 초

휴대폰으로 잠깐 본 점수차는 1 : 0.

한화가 앞서고 있었다.

리베라토의 솔로 홈런. 가을은 다행이라고 여겼다.

어제처럼 연속 안타에 이은 점수가 아니었기에

우리의 선발이 컨디션이 나쁘지 않음을 직감했다.


3회 초

드디어 그들은 반격에 나섰다. 류지혁의 볼넷에 이은 김지찬, 김성윤의 연속 안타.

하지만 이들의 안타는 그야말로

짧은 다리의 "역습"

희생 번트의 실패에 따른

전화위복이었다.

첫 번째 선택과 그 결과가

항상 옳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서

빠른 태세 전환,

유연한 사고에 따른

순간의 기지로

배웠다.


노아웃의 주자 만루 상황.

타석엔 구자욱. 그의 타격은 땅볼로, 류지혁 득점.

아쉽게 1루 주자 김성윤은 2루에서 아웃.

스코어는 1 : 1. 승부는 원점.

하지만 터지지 않는 그의 타격감이

아쉽지만 그의 질주는

언제나 전력.

누구나 잘할 수 없는 법

저마다의 방식으로

승리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는 법

그는 이가 없다는 잇몸이라도 내줄 태세로

내달리고

흥을 돋운다

타석에서나

덕아웃에서나.


1 아웃의 주자 1, 3루.

다음 타자는 디아즈.

그의 홈런성 파울은

다음 장타의 예고편.

그는 와이즈의 공을 우측 깊숙한 곳으로 보냈다.

그 사이 김지찬이 득점.

그래서 2 : 1. 역전.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없다"는 것은

누군가가 침체되었을 때

그를 위하여

기꺼이 그의 몫까지 대신한다는 마음가짐 자체.

"It's Ok. Don't worry. I'll do it!"

디아즈의 안타는

자욱에 대한 응원이었다.


1 아웃의 주자 2, 3루.

다음은 김영웅. 그는 중견수 쪽 안타를 만들었고

그 사이 구자욱, 디아즈 득점.

점수는 4 : 1. 3점 차로 달아난 그들.

모든 선수가 매 경기, 매 순간 잘할 수 없는 법

그들의 빈 공간은 팀의 누군가가 메운다는

그 믿음이 현실임을 자각케 해 준

영웅의 그것이었다.

히어로는 그 자리를 지켜주었다.


저들이 어제 보여준 연속 안타는

오늘, 그들이 해냈고,

어제 우리의 좌절은

오늘,

먹구름이 걷히고

그 사이 빛이 그라운드를 비추기 시작했다.




거듭난 2025 가을의 사나이

2024 삼성의 가을 사나이는 단연 레예스.

플옵 4차전 무실점, KS 3차전 역투로 삼성을 살린 그였다.

2025 삼성은 그를 대신할 선수는 예상 밖의 선수였다.

유독 가을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그였기에

가을을 비롯한 우리는 더욱 환호하며 그의 이름을 외치고 있다.

그는 바로 선발투수 최원태.

총 7회까지 총 투구 수 91개, 피안타 4개, 삼진 4개

어제 다이너마이트와 같았던 한화의 타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을은 정규 시즌 불안과 안도의 사이에 있던,

더 정확히 말해서 불안에 더 가까운 그가,

어제는 안도와 기대의 경계선으로 성큼 다가왔고,

오늘은 드디어

기대와 믿음의 선발로 거듭났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KS에서도 오늘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적"이라는 저들에게.


1회 말 홈런,

2회 말 안타와 볼넷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허나 배터리 강민호와의 싱크를 맞춰서

후속 타자들은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3회부터는 상대 타자를 범타, 삼진, 병살타로 잠재워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무난히, 그것도 아주 원활하게 7이닝까지 책임졌다.

특히 7회 그가 보여준 웃음과 활기는

그가 가을 사나이로 거듭났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7회 말 2 아웃 아웃카운트 1개만 남은 상황.

상대 권강민에게 던진 마지막 공은 가운데로 향하는 모양새.

타자는 공의 무브먼트를 보며 스윙을 했고

그 공은 방향을 틀어 ABS존 밖으로

휙. 뚝.

삼진이었다.


타태훈

그를 따라가는 꼬리표,

보상선수

이적 후 부상의 악재로

좀처럼 출전 기회는 오지 않고.

그만큼 줄어드는 말수,

그리고 식어가는 희망.

그 차가워지는 가슴에

2025년 여느 때보다 뜨겁다.

잠실에서의 스윕을 확정 짓는 2점 홈런을

기점으로 시작된 늘어나는 출전 기회

2025년 포스트시즌 플옵

거포 박병호 대신 그를 선택한 팀

그는 마음껏 한화의 원, 투 펀치에게

멋진 어퍼컷을 날린다

김태훈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

.

.

.

가을 사나이

오늘 경기 5타수 3안타,

어제 경기 4타수 2안타 1 홈런.

준플 4차전 대타로 출전 1타수 0안타

준플 3차전 1타수 볼넷 1개. 5회 교체

준플 2차전 7회 대타로 출전 1타수 1안타

준플 1차전 2타수 1안타 4회 교체.

점차 출전 시간은 늘어나고 타격의 안정감은 더해지는 모양새.

가을은 그를 떠올리면 5.31. - 6.1. 잠실 3연전이 떠오른다.

그 당시 2승으로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상태.

3 : 4로 끌려가고 있던 8회 초 2 아웃 상황.

그는 이재현의 대타로 출전했다.

엘지 투수는 박명근. 대타로 출전한 그였지만 대부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그때.

그는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듯 박명근의 공을 우측 담장으로 넘겼다.

더군다나 약속의 8회에.

그의 홈런으로 스코어는 5 : 4.

9회 초 1점을 더 추가하여 최종 스코어 6 : 4로 승리.

이로써 엘지 상대로 경기를 쓸어 담을 수 있었다.

가을의 기억엔 그런 존재였던 그였기에

가을은 그를 포스트 시즌의 깜짝 스타로 지목하기도 했던 것.




3차전 대구에서는 더욱더 강한 모습으로 팀을 구원해 주길.

가을은 이제 우리 집에서 원점인 승부가 시작됨에 가슴이 부푼다.

가을은 기억한다.

어제의 패배는 오늘과 화요일, 수요일의 3연승을 위한

숨 고르기였음.

또, 가을은 믿는다.

오늘 일으킨 강한 바람은

푸른 물결의

일렁임을 시작으로

파도의 넘실댐으로,

이를 넘어

솟구치는

푸른 물결의

출렁임으로.

이제 그 시간이 도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을

덤덤히 맞이하기만 하면

될 뿐이다.





[ 가을의 한 줄 정리 ]


일렁이기 시작한 푸른 물결, 그 너머 어딘가로!


이번 이닝에서 못한 얘기는 플레이오프 3차전 대구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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