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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 속에서의 밝은 별

특집 / 가을의 플레이오프 5차전 노트

by The Answer

가을은 오늘 플옵 5차전을 몰입해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출장 차 연수를 듣고 있었기 때문.

그래도 저녁식사 후 약간의 여유가 생겨서

차에 앉아 마음 편히 시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몇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영상 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그래서 대구방송(TBC) 유튜브 영상을 통해

경기 상황을 말로 전해 듣고

그라운드의 모습을 상상했다.

가을은 저곳의 상황이 몹시 궁금했지만,

그래도 라디오 중계 같은 영상도 퍽 괜찮았다.

가을의 머릿속에서 대전구장의 열기와

경기 장면들을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것.


가령,

1회 초.

구자욱과 디아즈의 연속 안타를 치며

직관팬들의 환호하는 모습이나

1회 초 만루 상황에서의 김태훈의 삼진 장면 같은 것 말이다.

그래도, 가을은 그의 삼진 장면은 상상하지 싫은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엔 한 번의 기회는 온다고 믿었지만...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가을은 상상하지 싫은 그것들만 머릿속에 그린 후

연수에 참여해야 했기에 더 이상 경기를 볼 수는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잠시 짬이 되어 휴대폰을 들여다봤는데,

4회 말.

5 : 1 의 점수차.

다소 충격이라 득점 기록을 살펴보니

3회 말 저들의 중심 타선에게 연속해서 안타를 허용했던 것.

믿기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동안의 저력을 보여준

그들이었기에

역전의 명수를

기대했다.

하지만

.

.

.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휴대폰을 살펴보니

6회 초.

7 : 1 의 6점 차.

그 후 연수를 마치고 차에 올라서 집으로 향하며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취를 한 것.

하지만

가을의 머릿속 상상의 추는 저들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마치 그라운드가 1루 쪽으로 80도 이상 기운 듯했다.

그래도 가을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경기 영상을 보는 가을보다

가을 야구를 하는 그들이

100배는 더 비참하고 침울할 것을

알기에 멀리 서라도

지푸라기를 잡고 싶었다.

그래서 운전하며 혼자서 계속 되뇌는 말.

할 수 있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때, 우리는 역전한다.

또, 가을의 귓가에는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환희

최강 삼성
우리가 누구!?
최강 삼성
(x6)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최!(최!)강!(강!)삼!(삼!)성!(성!)

그리고 울려 퍼지는 약속의 8회

엘도라도

오~오오오오오오~
최! 강! 삼! 성!
(x4)
최강 삼성 승리하리라
오오오~~~오, 오오오오오~~~~
(x2)

우리의 목소리에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그들 역시 가을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

여러 가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저들과 상대하는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목청에 나갈 듯

내일이 없는 듯

그렇게

응원했을 것이다.


순간, 가을은 울컥해 버렸다.

가을 야구, 이게 뭐라고...

근데, 별 것이 아닌데 아니었다.

가을에게 야구는,

가을 야구는,

그가 최근에 겪은 부침을 견디게 해 준 버팀목이었다.

야구가 있었기에 그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힘윽 낼 수 있었던 것.

그랬기에

그들이 진다는 것은,

올해가 진다는 것을,

가을이 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82년 생 가을은

그렇게 코끝의 찡함을 느꼈던 것을.


한편, 저들의 승리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캐스터의 해설과 멘트가 가을의 예민해진 신경을 긁기 시작했다.

야속하기만 들리는 저들의 목소리들

승부의 추가 기울어졌기에

패배가 예상되는

팀에 대한 얘기들은

존중으로 들리지 않는

존중의 말들이었다.


무려 11경기를 치른 팀이라는 둥

체력적 부담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둥

마지막까지 힘을 짜내고 있다는 둥

둥둥둥

.

.

.

가을은 당연히 좋게 들릴 수 없었다.

그들은 정해진,

짜인,

멘트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가을로서는,

우리로서는,

이 상투적인 멘트들로 인해

더욱더 비참해질 뿐.

위로가 되지

않았음을.




가을은 문득 영화 [글러브]에서의 주인공인 김상남(정재영)이 연습게임에서 그의 팀을 얕잡아 보는 군상상고 선수들에게 던진 말이 떠오른다.

물론 저들이 그들과 우리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오늘과 같은 11 : 2의 큰 점수차는 우리들에게 큰 자극이 될 것이기에,

내년에는 와카, 준플, 그리고 플옵.

이 같은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도록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에,

2025년은 2026년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움닫기였음을,

우리는,

그들은,

증명하기 위해

올 겨울

와신상담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준비하기를

그저 바랄 뿐.


또, 영화 [글러브]에서는 이 같은 대사가 나온다.

상처도 약이 된다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
그게 그렇게 아프기만 하던가요?
상처받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바보 같은 길 뿐이에요

2025년 상반기 후반 하락세를 보인 그들,

하반기 초반에도 이렇다 할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 그들,

말 그대로

앞이 깜깜한 패배의 터널에서

내년을 준비할 수도 있었던 상황 속에서도

Fly Higher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싶었던 그들,

그리고

마침내,

8위에서 4위까지의 도약

믿기지 않은 그들의 도전이었다.


그들은,

우리는,

패배의 상처가 약이 될 수 있음을

굳게 믿었고,

결국 믿기지 않는

역전의,

역전의,

역전의,

명승부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

.

.

2025년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왕조의 품격임을

이것이 우리의

대구의

자랑이자

자부심임을.


그리고

.

.

.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

삼성임을

증명했다.


삼성 라이온즈

그들은

가늠할 수 없는 위대함과

웅장함,

품격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내년 봄이

벌써 기대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다.



[ 가을의 한 줄 정리 ]


2025년 당신 덕분에
행복했고, 행복했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당신의 눈빛은 땅이 아닌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을 향하길.
그 별은 짙은 어둠 속에서
더욱더 환하게 빛나고 있으니.
삼성 라이온즈 파이팅!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못한 얘기는 반드시 2026년 한국시리즈에서 계속됩니다.

그동안 특집을 함께 해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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