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여행단의 이탈리아 여행 2탄
다음날 물에 젖은 종이마냥 축 쳐진 몸을 겨우 일으켜서 어제 일을 생각해봤다.
불평·불만만 가득했을 뿐 여행의 즐거움은 없었던 하루였다.
문득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벌어진 일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침대에서 꿈틀거렸던 긍정의 에너지로 이불을 힘차게 박차고 일어난 후 비 내리는 거리를 걸었다.
생각을 바꾸고 나니까 그 흔한 빗소리도 정겨웠다.
중앙역에 도착한 우리는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이곳의 웅장함과 조각들의 섬세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역 중앙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저마다의 소망들을 정성껏 담은 채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플랫폼에는 사람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선 각종 악기를 들고 캐럴을 부르고 있었다.
기차를 기다리는 내내 그들의 연주를 들으며 지난 크리스마스의 감동과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행복한 마음을 품고 밀라노 인근 도시인 베르가모로 향했다.